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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이스포츠 전용 경기장 및 기타 공공 사업의 주체에 관한 사설

 

처음 상암 이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특정 방송 사업자를 선정해서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현실적인 면에서는 이해가 됨과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는 과연 이러한 운영 방식이 맞는 방식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해가 있을까 언급하지만 이건 경기장 운영 주체에 관한 이야기지 특정 사업자의 자격이나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추가적으로 그 특정 사업자가 결국 최종 완공하여 보여준 우리 전용 경기장이라는 것은 (제 눈에는) 이스포츠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왠지 어색해 보였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범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이전보다는 세련된 형태의) 스튜디오라고 보는 편이 맞아 보입니다. 

 

그 시점에서의 저는 병상에 누워있던 때라 여건상 이 생각을 더 구체화 시키지 않았는데 최근 라이엇이 보여준 전용 스튜디오 운영 계획과 때마침 CJ엔투스 LOL 프로팀의 해체, 그리고 명예의 전당 사업의 등장, 기타 최근에 있었던 우리 업계 이슈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이쯤 하여 이 흐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몇몇 친구들이 라이엇의 전용 경기장 운영과 방송 제작에 대해 종목사의 횡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 더욱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모든 글과 의견은 사설이며 글쓴이(제)가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다만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첨예하게 대립할 만한 이러한 민감한 이슈도 결국 누군가는 다루는 사람이 있어야 우리가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전재함을 알려 드립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숙원사업이었다고 하면서 LCK를 양 방송사에서 (정확한 의미로) 회수했습니다. 이는 (블리자드도 그렇지만) 라이엇이 전 세계에 걸쳐 그 동안 보여준 행보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우리 타겟 시청자 대상으로 케이블이나 IPTV 채널의 파급력은 큰 의미가 없고, 종합 방송국은 자신들에게 권리란 전혀 없는 리그를 위해 주말 황금 시간대(편성), 최고의 스텝진, 다양한 특별 영상 제작 및 이벤트 등 이미 가치면 가치, 리소스면 리소스 등 내줄 것을 최대한 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 더 요구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LOL을 위협할만한 경쟁 세력도 등장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밖에서는 LCK 팀들이 전 세계를 상대로 떵떵거리며 호령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수에게도 팬들에게도 무언가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했습니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올해 결심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늦을 수도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방송사의 입장에서 보면 리그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시점부터 사실 이 방송 사업은 별로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언제든지 등장 할 수 있는 더 인기 있을 종목을 대비하여 지금 잘나가는 종목으로 부터 자금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 입장으로 변해버린 종합 방송사는, 우리 종목을 위한 투자 금을 온전히 우리 종목을 위해 사용하기 원하는 종목사와 태생부터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그 관계가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더군다나 종합 방송사 입장에서 포텐셜이 있는 신규 종목사는 늘 귀중히 다뤄야 하는 고객입니다. 방송 제작비는 동등한데, 주말 황금 시간대는 모두 타 종목이 가져가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면 어떤 신규 클라이언트가 좋아할지는 큰 고민을 안해봐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늘의 LCK의 회수는 결국 종합 방송사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전락된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LCK는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방송사에서 운영자금을 대고 있는 CJ팀의 해체가 그 온전한 증거입니다. LCK의 성공적인 새 경기장 런칭은 결국 이러함을 의미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역풍을 맞은 건 그 방송사뿐이 아닙니다. 연실 이스포츠 팬으로 가득 채워야 하는 우리 500억 규모의 전용 경기장도 갑자기 어색한 기로에 놓여졌습니다. 몇몇 투자 주체 기관들은 여전히 별 고민 없이 어디서든 지표를 끄집어내어 늘 해왔던 대로 지금도 성공적인 사업이라고 문서상 보고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의도와 기대와는 아무 상관없이 사람들은 별 고민 없이 쉽게 종로의 새 (사설) 경기장으로 옮겨 갈 것이 자명합니다. 단순히 말하면 내년도에 롤드컵에서 한국이 또 우승을 해도 이 경기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됩니다.

 

'인큐베이팅으로 전락하다'라는 것의 의미는 그 종합 방송사의 입장에서 이 상암동의 전용 경기장이라고 불리는 그 스튜디오를 지금의 모양으로 꾸밀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증거 제출입니다. 최근 추세의 이스포츠 경기장의 모양이 아닌 높은 단으로 구성된 메인 스테이지, 정면 패널 구성으로 일직선의 관객석에서 응시하기 좋은 형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상당히 이전의 (Out date) 것입니다. 정리하면 신축 종로의 LCK 경기장 조감도가 보여 주는 모습은 (설계 자체가 다른 용도로의) 전용(轉用)에 있어 상당히 까다롭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상암동 경기장은 충분히 음악 관련 공개 방송이나 기타 형태의 방송 제작으로의 전용(轉用)이 용의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필자는 그 종합 방송사가 우리 산업에서 그 동안 쌓아 올려온 능력과 역할과 가치를 고려하건데 최근 경기장 구축 트랜드를 몰랐을 거라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아직은 그 종합 방송사가 다른 이스포츠만으로도 충분히 경기장을 채울 수 있다고 바라고 또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전력을 가지고 있급니다. 정확히 같은 이유로 MBC게임은 MBC뮤직으로 사업을 변경했었고 역사적인 순간이 담긴 소중한 자료가 다 폐기되어 소실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관계 법령에 의해 상암동에 (계획당시 1,000) 규모의 이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약속대로 건립했습니다. 그런데 이 경기장은 관계 기관이나 공익 목적의 신규 법인이 아닌 위탁 사업자 형태로 보이는 방식으로 종합 방송사가 운영권을 따내었습니다. 물론 저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당시 상황상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최선이었다고 해도 향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 연출될 때 그것에 현직 담당자들이 얼마나 현실적인 대처를 하려고 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단지 LCK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만약 배틀그라운드가 그 종합 방송사를 선택하지 않는 다면? 더 나아가 이스포츠 콘텐츠로써 파급력이 적은 콘텐츠로만 채워서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거나 종국에는 그 사업자가 그 경기장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사업자가 필요에 따라 이미 기 준비된 대로 우리가 부르는 관계 법령에 의해 얻어 낸 이 전용 경기장을 전혀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일부 혹은 대부분을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그때는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스포츠 업계의 일인으로써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관계 기관에서 직영하는 경기장은 대관 사업에 가까우며 실적(공실)에 의미를 두고 수익에는 비교적 자유롭습니다시민을 위한 공간인 어느 한 호수 공원이 있다고 예를 들어 봅니다. 그 호수 공원에서 들어오는 수익은 하나의 커피숍과 하나의 편의점에서 들어오는 임대 수익금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경에서 부터 관리비,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익을 낼 수가 없고 오히려 손해가 생깁니다. 그렇지만 운영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하여 꽃 축제를 기획할 수도 있습니다.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대 전제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여기를 운영하는 목적은 시민들이 와서 즐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상암 이스포츠 전용 경기장이 이러한 운영 방침은 결국 1) 관계기관에 입장에서는 투자는 있었지만 수익은 나지 않고, 2) 위탁 사업 구조라 사업자의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에는 한계가 있으며, 3) 시설 수혜 대상 시민들은 종목사의 의지에 따라 별도의 사설 경기장을 이용하게 되어, 현재로써는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도 그 이름에 월드컵이 붙어 축구 전용 경기장이라는 의미를 정확히 부여받지만 일반 공연장으로도 쓰입니다. 그러나 공공 사업자가 공공의 목적의 실현을 위해 필요에 의해 또는 관계법령에 의해 진행하는 전용(轉用)과 위탁 사업자가 원래의 경기장 건립 목적에 벗어나 전혀 다른 것을 위해 전용(轉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더욱이 이 경기장에서 (다른 목적의 대관이 아닌) 이스포츠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 사업자와 방송 제작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도 (월드컵 경기장 운영과 같은 것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겨우 얻은) 이 전용 경기장을 뺏길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면서 긴장감을 가지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정도로 파급력이 약한 문화가 아닙니다. 그리고 원래 뺏길만한 것이었다면 차라리 뺏기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달라지는 환경에 대해 미리 대처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향후 5개년을 계획하는지, 과연 누구와 무엇을 말하고 듣고 정하고 있는지, 바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지를 그 일을 하는 우리들 자신에게 지금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포츠 명예의 전당도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명예의 전당이 정적으로 남는 것을 고민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또 이스포츠의 상징으로써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하지만, 명예의 전당과 같은 전시관 사업에 있어 수익을 올려야 하는 위탁 사업자는 그런 목적의식이 있을 수 없습니다. 태생이 이스포츠가 아닌 사람이 이스포츠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어불성설입니다.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기획할 때 어떤 목적과 효과를 기대하는지를 우선순위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기왕이면 티나지 않게 돈이 남는 방향으로, 혹은 실제 지출은 적지만 기획 단계에서 활용할 만한 리소스가 많아 비용 단위가 큰 것인지가 중요해집니다. 인력의 활용을 통한 전문가 육성이나 트랜드 조사에 의한 아이디어의 구현보다, 보여주기식 기술의 적용이나 설치에 관심이 있고, 구입보다는 기부를 받고 싶어 하며, 필요한 것 중에서는 가장 온전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것을 채워 넣고 싶어집니다. 이는 우리 산업과 관련이 없는 위탁 사업자 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 분들은 내년도 같은 사업을 못 따내게 되는 경우 영원히 이곳에 올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가 없으면 상관이 없는 것과 가장 올바른 것을 고민하는 것은 미래를 비춰 보면 전혀 다릅니다. 효과적으로 대처하여 일을 해낼 준비가 되어 있는 것과 필요한 일을 완벽히 수행하는 것도 다릅니다. 주제에 대하여 단순히 할 줄 아는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과 특수 목적을 창조하고 수행하는 것도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왜냐면 이것은 업무를 대하는 자세와 신념 그리고 전문성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이 부분에 있어 비교적 단호하게 이야기 하지만 이는 도굴꾼과 고고학자의 차이라고 봅니다. 도굴꾼은 회사가 운영하고 고고학자는 학교기관에서 운영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공공의 일은 공공의 일의 가치를 이해하고 추진할 수 기관에서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하여 수행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맺으면 그것이 경기장이든 무엇이든 공공사업의 주체는 공공 사업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공공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문가는 마치 고고학자자 발굴하는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같이 합당한 지원과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글을 이유로 내년도에 이 사업에서 어떤 식으로든 배제되어도 괜찮습니다. 제가 이 사업을 어떠한 형식으로 하겠다는 것에 목숨을 걸고 있으면 어찌 이런 글을 쓰겠습니까. 이 사업의 관계기관 담당자들은 이 사업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밤이슬을 맞도록 일하고 있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어서 당장 걱정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사업은 전 세계에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높은 가치의 과업이라 성공을 위해 우리 업계의 관심과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의미로 우리 업계 선후배님이 최근의 일련의 사건을 비춰 이와 같은 관점을 가지셔서 모든 방면에 늘 지원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