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로 제 사견을 들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8게임단 창단 실무를 시작으로 협회를 나올 때까지 진에어 그린윙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모호하면서도 또 가장 확실하다 여긴 생각은 그것이 선수든 코치든 감독이든 누구든 사람의 성격 자체는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소양 교육이란 그것에 착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소양 교육은 사람의 인격을 수양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경험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즉, 성격이 아니라 태도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사람의 인격을 수양시킨다는 개념을 다소간에 배제하는 이유는 그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을 찾는 것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또 전체 조직의 이익을 위해 한 조직 구성원에게 감수 가능한 수준의 희생이나 강요를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도 아닙니다. 오히려 실제 경험을 녹인 대응 매뉴얼을 숙지시키는 것이 진정으로 그를 위한 길이고 또 조직을 위한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를 살짝 돌려 말씀드리면 우리 대부분은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반드시 스스로 이해를 해야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그저 부탁해도 되는 것이고, 그런 척 해도 되는 것이고, 일이니까 그냥 해도 되고, 아니면 보상을 해줘도 됩니다. 이건 속이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말씀드리면 나라는 상품을 포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굳이 인격의 수양을 위해 그를 원천적으로 "내가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데요!"라는 생각을 꺾어야 하면서까지 이해를 시켜야 할 이유를 못 찾습니다. 추가로 말씀드리면 지난 시간 동안 게임단을 운영하면서 생각보다 이러한 방식들이 안전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비치는 나는 더 이상 진정한 내가 아니고, 나라는 상품이다'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순간 대부분의 선수와 코치진들은 오히려 평온함을 느낍니다.
나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상품의 가치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아이들은 상처도 덜 받지만, 무엇보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빨라지고 그 인정 강도도 높아집니다. 오늘의 그 실수에 대해 (다소 억울함을 여전히 가슴속에 묻어 두더라도 실수에 대한) 인정이 절대로 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전체 내 인생에 비추면 지금 하고 싶은 그 주장이 그렇게 큰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것도 잘 알게 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대중은 빠르고 정확하고 확실한 실수의 인정이 그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일종의 착각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내가 응원하는) 그가 공인으로써 더욱 존경할 만한 인격적 수준으로 근접해 간다고 믿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대부분은 그저 그 이후 조금 더 타인을 대하는 것이 세련되어졌다 하더라도 단지 그건 경험이 늘어가는 것뿐이라는 생각입니다. 결국, 우리의 포인트는 그 경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선수에게 전달하고 선수가 적용시키는가입니다.
대중은 또 한 예로 어떤 친구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보이는 것만 보고 너무 쉽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 연패를 하고 있었고, 게임도 잘 안 풀려서, 안 그래도 스트레스받고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까 감정이 폭발했겠구나' 등등 이런 식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러한 추측은 사실이 아닙니다. 결과를 보고 상황을 끼워 맞추는 것은 늘 이런 유의 그럴 뜻한 함정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함을 알아가는 것은 인생의 묘미일 수도 있는데, 특별히 게임단을 운영하다 보면 케이스나 카테고리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이러함을 체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상황이나 소문으로 거의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습니다. 아니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더 집요하게 말씀드리면 가서 당사자에게 물어봐서 얻는 답을 듣고도 온전하게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뭔가 하면 (온전히 판단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도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고 모든 것을 다 설명하려고 하면 더 확실하지 않은 것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더 많아질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정선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생각합니다. "아, 이럴 때는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최적인지 찾을 수 있는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 벌어진 것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없고, 이미 벌어진 것을 어떻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연히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어떻게 보면 우리가 받아야 하는 소양 교육은 어쩌면 이처럼 실용적인 대응이고, 더 본질적으로는 예방인 셈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면, 아마도 우리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이 10년을 살아도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것이 우리 부인님입니다. 다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듯 저 역시도 사람을 판단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어떤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다 알지 못하는 상태로 서로 대화를 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의를 잘 전달하지 못하거나 본의가 아닌 것을 전달하는 실수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대화 속에 있는 그 사람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을 살펴보면 대체로 의외의 반응이 나타날 때입니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모든 결과의 책임이 보통 반응을 준 사람보다 반응을 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결국 이슈가 되는 것은 '누가 왜 화를 냈는가?' 이며 '그 화가 과연 정당한가?' 입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봐도 다른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다 보니까 이미 다른 정보를 가지고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향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나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그런데 그게 개인적 차원이 아닌 공적 차원이 되면 예상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제 내가 좀 컨디션이 안 좋았나 봐!"가 성립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공인은 '나는 누군가를 모르는데, 상품으로 비치는 나를 아는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렇듯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키워드는 쉽게 예상이 가능하듯 거의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케이스가 다양하기 때문인데, 모든 경험을 다 담고 있는 매뉴얼도 없고, 비슷한 경험이 담긴 매뉴얼대로 했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작년에는 이 공감대였지만 올해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매뉴얼도 보고 또 대중에 반응에 대한 이런저런 시뮬레이션도 해봤더니 이런 입장 표명이 나를 긍정적으로 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 성명을 발표했는데, 의외로 대중이 진정성 문제를 거론하거나 그래도 완전히 잘못했다고는 안 하네 등등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반응 마다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반드시 해결책은 아닙니다. 나를 알리는 차원에서 누군가를 이해시키는 작업으로 변질 되면 안 됩니다. 어떤 이들과는 끝도 없는 대화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종합해보면 매뉴얼에 대한 중요성에는 십분 공감하나 그 완성도와 실용성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 결국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저는 이를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숙제로 남겨둡니다. 우리는 반드시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만 스스로 그 입장 자체에 진정성이 있다면 그것으로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태도라는 것은 예방, 대응, 그리고 자위(自慰)입니다. 저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너는 선수야! 선수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너의 가치의 핵심이지 다른 것이 아니야! 그 외의 것에는 큰 감정을 넣지 마!,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너는 동물원 원숭이는 아니야!, 동물원 원숭이는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지만 너는 스스로 결정해서 너의 능력을 발전시키지, 그렇기 때문에 둘은 완전히 다른 거야"
이러한 의미에서 결국 소양교육은 '선수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내외부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는가'로 초점이 맞춰집니다. 이는 국가대표가 되는 친구들에게 우리가 새겨야 할 자긍심과 비슷한 개념인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가 이러려고 선수하고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친구들에게 "나는 이런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선수를 하고 있는데, 겨우 이것 때문에 좌절해서야 되겠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승부 조작 사건에 터진 후에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해야 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단지 '그건 이렇게 힘들게 이룩해 온 우리 이스포츠를 한 번에 말아먹는 것이다'가 아닙니다.
현재는 대부분 프로게임단에 사무국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사무국이 해결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일 사무국 담당자님 중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 볼 시간이 없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어떤 사건에 대해서 그 문제를 단순화하여 대중의 반응에만 주 포커싱을 맞추지 않으시기를 요청합니다. 물론 '대중이 긍정적으로 반응을 해주는 것으로 선수들이 치유를 받고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는 기본적인 사고의 흐름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은 언급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우리는 모든 종류의 입장 표명에서 책임을 아무에게도 전가할 수 없고, 나의 책임이 아닌 것을 남을 위해 대신 질 수도 없습니다. 책임의 전가는 과거를 말하는 것이고, 남을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은 미래를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종류의 입장 표명이나 성명서, 선수와의 면담, 기타 모든 행동에서 현재를 집중하시는 것을 요청합니다. 그래야 누군가를 탓하지 않게 되고, 불필요한 약속도 하지 않게 되어 선수와 대중에 있어 게임단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게 됩니다.
by erdc.kr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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