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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본질에 대한 이해 #2

 

대한민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알고 실제로 그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그 이유를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나 그럴 상황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고민을 깊이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일을 하면서 저는 우리 산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을 만났었지만 그들이 딱히 우리나라가 이스포츠 종주국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일반화 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한국에 대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e스포츠에 있어서 다른 나라보다 조금 더 발전한 나라>라는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종주국으로 딱히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에게 잘 알리지 못해서인가? 다른 질문도 하나 할 수 있습니다. 꼭 종주국이라는 것이 의미를 지니는가? 오늘은 e스포츠의 본질을 이해하는 두 번째 시간으로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성경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삭>이라는 사람은 쌍둥이 아들을 낳는데, 족장 시대라 당시에는 장남이 중요했습니다. 이 두 아들은 (*정확히 그렇게 쓰여 있진 않지만) 스토리를 보면 뱃속에서부터 서로 먼저 태어나려고 싸웠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뱃속에서부터 싸움이 있었고 장자가 중요했고 동생 야곱이 형 에서의 발목을 잡고 태어났습니다. 에서는 들판에서 사냥을 좋아하고 동생 야곱은 집안일하기를 좋아했는데, 시대가 시대라 아버지는 남성적인 형 에서를 사랑했습니다. 동생 야곱은 약은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형이 사냥을 갔다가 아무 소득이 없이 허기져 돌아오는 것을 이용해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권리를 팔라고 말합니다. 에서는 장자의 권리를 파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지 구두로 쉽게 그러겠다고 하고 그 권리를 판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이후에 동생 야곱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속여 장자의 권리를 실제적으로 하나씩 취해 나갑니다. 일반적으로 성경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생각해 볼 때 존재하기 힘든 이상한 점이 많은 이야기지만 e스포츠의 본질을 이해해 나가는 이 길목에서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e스포츠 종주국> 우리는 이 말의 무게에 대해서 형 에서처럼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동생 야곱처럼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를 테면 우리에게 그러한 질문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 일단 이 성경 이야기를 먼저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런데 왜 이 시답잖은 이야기를 그토록 자세히 쓰고 있을까요? 냉정하게 말하면 읽는 독자나 (또 우리와 같은) 제삼자에게 이 이야기는 그저 아웅다웅한 이력이 있는 남 가정사 이야기입니다. 더군다나 듣는 이가 바쁜 상태라면 이런 유의 이야기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뿐입니다. 100번 양보해도 '그래서 지금 누구에게 장자의 권리가 있는가?' 그 결론만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를 자기의 역사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할까요? 무슨 말인가 하면 적어도 이 두 사람과 그와 관계된 모든 사람은 이 장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도 이 두 형제가 같은 아버지 아래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아들들에게는 지금까지 그 역사를 돌아보는 자손이 있는데 그중에 동생 야곱의 자손들은 자신들의 정통성을 어떻게 설명하고 싶어 할지 명확합니다. 동생의 후손들은 자신이 장자의 후예라고 설명할 것이라 이 말입니다. 심지어 특별히 이 이야기는 그 자손이 아닌 사람인 저도 관심 있게 찾아봅니다. 즉 역사란 이런 의미를 지닌다 이 뜻입니다. e스포츠의 종주국에 대한 주장에 대한 의미도 정확이 이와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잠실 삼전 초등학교 근처에 있던 오락실 주인아저씨는 곧잘 대회를 열곤 했던 것 같습니다. 대회의 핵심 내용은 이거였습니다. '100원으로 <보글보글> 혹은 <원더보이> 누가 더 오래 하나?' 많은 사람들이 도전했습니다.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는 우리에게 계속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질문은 이런 것입니다. '과연 끝판을 깨면 과연 우리의 노력은 거기서 끝나는가?' 그 시대의 우리는 적어도 이 질문에 답을 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끝판을 깨되 시간을 얼마나 적게 사용하는가로 개념이 발전합니다. <타임 어택>이라는 e스포츠 장르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또 격투 게임들이 속속 출현했고 인기 몰이를 했습니다. 우리 사촌 형은 사무라이 쇼다운이라는 게임을 아주 잘했는데, 오직 그 게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 부산에서 서울에 올라와 우리 집에 하루 묵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이야기는 오락실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일까요?

 

우리는 PC의 e스포츠 세상에서도 더 과거로 더 과거로 더 과거로 가더라도 항상 누군가는 거기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1980년대에는 도스를 가르치던 컴퓨터 학원이 있었는데, 하루는 플로피 디스크 10장으로 구성된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을 누군가가 가지고 와서 학원 전체가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도 디지털로 구성된 게임이 없었는가를 물으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도 우리는 항상 누가 제일 잘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근원적 개념의 e스포츠 그 자체는 그 시작이 언제라고 명확하게 말하기가 힘들다 또는 찾을 수 없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1997년과 1998년에 우리가 지금 쉽게 상상하는 규모의 대회(CPL, PGL)가 있었습니다. 2007년에 기록된 <e스포츠 10년사>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위키백과에서는 그 전 시대에 대한 내용도 다뤄지고 있으며 그것은 모두 의심의 여지가 없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e스포츠 종주국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제 본론입니다. 저는 단호히 이 질문에 대해 '아닙니다. 우리가 e스포츠 종주국입니다'라고 주장하며, 오늘 이 자리에서 그것을 증명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e스포츠 종주국'이란 개념은 축구가 영국이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에서도 중국에서도 아니 전 세계 곳곳에서 발로 하는 공놀이를 한 흔적은 남아 있지만, 그것이 현대적 개념의 축구라고 인정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 세상에는 현대적인 개념의 e스포츠가 존재하고, 그 현대적인 개념의 e스포츠의 발상지가 대한 민국이다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우리가 현대적인 개념의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렇다면 어떠한 가치를 가질까요? 그것은 우리가 이 가치를 보존,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우리가 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와 그들의 기록을 우리가 수집하여 가공하고 전시할 이유가 있는 생기는 것입니다. 가령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풋볼 팬타지움(*전시관)에 메시가 전시되어 있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메시는 아르헨티나에 있는 자기 고향에 전시되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e스포츠 명예의 전당 사업의 가치는 누구를 영구 전시하는 가에 기본적으로 달려 있는 것이지만, 그 가치의 핵심은 전시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전시자가 왜 여기에 전시되어야 하는가입니다. 즉, 임요환을 영구 전시하기 위해서는, 왜 임요환을 이 전시관에서 영구 전시할 수 있는지 그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약 필자가 아무 이유 없이 스스로를 올려 전시하고 싶다고 생각을 해 저의 명예의 전당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대한 민국이 스스로를 올려 명예의 전당 사업을 (*범접할 수 없는 가치로 시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결국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명분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출발 선상이 이 당위성부터입니다. 그것이 아니면 선수의 업적을 올릴 그릇이 없거나 초라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묻습니다. 과연 정말 우리는 그 장자의 권리(*현대적인 의미의 e스포츠의 종주국)를 가지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적인 개념의 이스포츠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e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게임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대회(*경기)라는 방식으로 창조된 콘텐츠를 의미하지만, 경기라는 방식을 콘텐츠화하는 데는 단순히 경기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e스포츠 역사를 살펴보면, 투니버스는 1998 월드컵 시기에 <피파> 승부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경험을 토대로, 1999년 이미 전국적으로 오프라인 대회가 활성화되어 있는 스타크래프트를 방송(영상) 콘텐츠로 만들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게 단순히 그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 가지 재미있는 개념을 추가합니다. 탁구 다이에 흰색 천을 씌워 중계 테이블을 만든 일화는 그래서 유명합니다. 3명의 중계진을 도입하여 첫 대회 <99 프로게이머 오픈>을 시작합니다. 팬들은 이에 열정적으로 반응하고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적으로 시리즈를 기획해서 제작하였으며 이것이 현대적인 개념의 e스포츠의 시작이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현대적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방송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방송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의미는 소비자가 이 콘텐츠를 방송으로 소비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콘텐츠 그 자체는 디지털로 제작되지만 지금도 소비자의 소비 형태는 동일합니다. 두 번째는 중계진의 도입입니다. 이는 스포츠에서 차용한 개념입니다. 즉 이 중계진은 '승부'라는 콘셉트 외로 e스포츠가 왜 스포츠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눈으로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시스템적 도구입니다. 지금도 동일하게 중계진이 있습니다. 즉 1999년도에 태어난 99프로게이머 오픈과 오늘날 열리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은 콘텐츠가 구성과 구조,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여 소비자가 소비하는 방식을 고려했을 때, 다른 점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없었던 과거와는 이 특징은 매우 뚜렿한 구분점입니다. 즉 현대적입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는 반박이 불가합니다.  

 

과거에 비해 스튜디오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켜졌을 수 있습니다. 오프닝 세리머니 혹은 오프닝 영상, 분석 데스크의 운영 등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인터넷상의 플랫폼, 기타 다양한 형태의 디바이스의 활용 등으로 최신 기술들이 도입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방송으로 제작되어, 송출된 콘텐츠를 팬들과 다양한 경로로 소비하고, 상호 커뮤니티 상에서 소통하고 있는 그 기본 틀은 그때나 지금이나 온전히 같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이 문화가 그때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유지되어 있다고 설명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출발할 수 있기에 장자의 권리를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 명의 e스포츠인으로써 이처럼 위대한 시도를 해준 현재의 OGN과 당시 PD님께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다 더 감사해야 할 대상은 이를 가능하다 생각하게 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준 팬들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장자가 아닙니까? 왜 이 장자의 권리가 가치가 없는 것입니까?

 

결론을 맺으면 우리가 e스포츠의 종주국인 이유는 게임 대회를 처음 해서가 아니며, 또 방송이라는 기술을 도입해서가 아닙니다.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형태의 콘텐츠를 처음 제작해서 방송으로 팬들에게 전달하고 소비하게끔 하고 소통하는 그 차원(*문화)을 창조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산업 혁명의 시작, 또는 대중문화의 시작과 같은 개념이라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역사를 이 중심으로 풀어가야 할 의무 있습니다. 당시에 어떤 콘텐츠가 있었는데, 그 콘텐츠의 주인공(선수)은 누구였고, 그 콘텐츠는 어떠한 히스토리를 배경하고 하고 있었으며, 어떤 환경에서 어떠한 경로로 누구(팬들)에게 전달되었고, 무슨 파장을 일으켰고, 어떤 역사적 사건을 남겼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후대에 남겨야 할 가치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종주국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미 그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저 왜 우리가 그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종주국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글로 기록하고 또 부가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