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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게임과 이스포츠 (그리고 스포츠와의) 관계

 

"게임과 이스포츠는 어떤 관계인가요?" 

 

우리 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원론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는 극히 적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설명하시나요? '게임은 게임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단순히 즐기는 행위이고, 이스포츠는 그 즐기는 행위를 보다 고차원적으로 구조화해 (제작을 통해 방영하는 것을) 사람들이 그것을 보는 것을 즐기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라는 방식으로 설명을 하시나요? 그런데 한가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질문이 바른지 아닌지, 대답이 그 질문에 부합하는지 아닌지, 적합한지에 대한 내용보다) 정확히 우리 산업이 게임과 이스포츠가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는지 잘 정의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게임을 종목이라고 표현하시나요? 여러분은 게임사를 종목사라고 표현하시나요? 여러분은 게임 대회를 리그라고 이해하시나요? 프로 스포츠라고 하시나요? 그 정의가 이유에 근거해서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혼란과 헷갈림 속에서 우리 산업을 설명해야 합니다. 

 

(제가 최근에 참석하는 회의에서) 이제 막 이스포츠에 대해 알아가시는 한 분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스포츠는 스포츠인가요?" '그래서'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지금까지 이스포츠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들었지만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가 여전히 복잡하다는 그 심정을 드러낸 것입니다. 어쩌면 '단순화 시켜서 알려주시면 안될까요?'의 가장 전형적인 표현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을 그 자리에서 한 우리 선배님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습니다. "이스포츠는 신 문화라 전통 스포츠와 같은 기존의 프레임을 가지고 바라보시면 안됩니다." 그 선배님의 의견을 제가 보충해서 설명드리면 현재 이스포츠에 대한 세계적 시선은 이게 스포츠인가 아닌가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이스포츠에 대한 정의 (스포츠인가 아닌가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어떠한 성향을 지니고 있고, 누구에게 어떻게 어필되고 있으며, 그것이 마치 현존하는 무엇과 흡사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는가가 그들에게 중요합니다. 현실적이라고 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라고 보면 다분히 실리적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이스포츠는 현재 가치가 있는가 아닌가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세계가 이스포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별도로) 오해하지 말하야 할 것은 이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보면 이것은 오히려 (우리에게는)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즉 이스포츠를 스포츠로 바라보는데 중요한 것은 스포츠로 받아들이기 위한 요건 '즉, 전통 스포츠가 따르고 있는 프레임 (예를 들어 전국에 몇 개 이상의 지회가 있어야 하고 등등)에 이스포츠가 어떻게 맞출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스포츠에 대해서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정리해서 이야기 하면 전통 스포츠계에서 시스템적으로 이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사진 기술이 출현 했는데 '그래서 그 사진 기술이라는 것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술에 세계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봐' 라고 해도 그것은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당장은 이해가 안되도 예술계에서는 사진 예술이라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됩니다. 

 

결국 이는 두 가지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두가지 중 첫째는 그렇다고 '우리는 원래 이러니까 받아들이던가 말던가 해' 라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절대로 할 수 없으며, 또한 그렇다고 (둘째로) '우리는 기존의 스포츠와 이러한 비슷한 면이 많으니 사실상 스포츠로 봐야 해' 라는 식으로도 설득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주제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서 이러한 질문을 우리에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게임과 이스포츠의 관계를 바르게 정의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이스포츠를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하고 이해하는지 (가슴은 이해하되 머리로) 제대로 설명을 할 수가 없고, 그 정의가 없는 채로 종목이나 게임, 종목사나 게임사, 대회나 리그 등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스포츠가 왜 스포츠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이해 시킬수가 없습니다. 

 

최근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우리가 우리 산업을 고증 할 때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이 무엇일까?' 입니다. 프로 야구 전시관에는 리그의 역사 선수의 업적과 함께 그들이 사용한 야구 배트와 공, 그리고 글러브, 각종 사진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을 것입니다. 방문객들은 이러한 소품을 보면서 당시 추억을 떠올리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실물로는 키보드, 마우스가 전시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의 키보드와 마우스가 야구 선수에게 있어서의 야구 배트나 글러브와 같이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설명을 하고 있는 걸까? 라는 고민이 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 하면 키보드와 마우스가 선수의 퍼포먼스를 내는 장비가 맞긴 맞지만 관객들에게 그 장비의 비춰지는 형태가 야구에서 배트를 휘두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인식속에서 퍼포먼스를 내는 것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다른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저를 오랫동안 사로잡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는 (우리에게는) 그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도구가 (야구나 축구의 장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게임 그 자체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LOL을 예를 든다면 맵을 포함한 케릭터와 아이템, 오브젝트 등 전체가 우리에게는 야구 배트와 같은 도구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경기를 보면서 블리츠 크랭크가 픽이 될 때 마다 사람들이 채팅창에 매맨을 도배하는 이유가 어쩌면 매드라이프의 도구로써 블리츠 크랭크의 의미를 찾는 방식이 이 물음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은 드랍쉽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누구를 떠올리십니까? 반대로 질문을 하면 '임요환의 키보드'의 의미와 '임요한의 벙커'의 의미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프로선수를 지망하는 친구들이 아닌 경우 프로 선수의 장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승 캐릭터 스킨에는 너무나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게임이 이스포츠의 도구라는 생각은 매우 중요한 사실들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것은 게임의 퍼포먼스가 온전히 사람의 기량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일반 시민들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블리츠크랭크는 매드라이프 선수가 플레이를 하고 있는 때 만큼은 단순히 아무나 골라 사용하여 같은 퍼포먼스를 내는 평범한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매드라이프 선수가 온전히 사용하는 도구로써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슈퍼플레이가 더해졌을 때 '매맨'이라는 개념이 성립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매맨이라는 개념은 원본 게임에는 없는 생각(아이디어)이라는 점입니다. 이 도구가 이스포츠에 부합이 되었을 때 매맨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것입니다. 블리츠크랭크라는 흙으로 빚어 놓은 것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 넣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가치라고 말합니다. 결국 사람들을 블리츠크랭크가 나와서가 아니라 블리츠크랭크로 보여질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고 싶어서 열광을 하는 것이라 설명해야 옳은 것입니다. 그래서 게임이 도구인 것입니다. 

 

게임이 도구라는 설명이 왜 중요하냐면, 실제로 이스포츠가 게임산업에서 벗어난 별도의 산업이 된 것을 어떠한 관점에서 설명을 해야 옳은가에 대한 가장 이스포츠 중심의 대답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그 동안 우리는 은연중에 게임 산업에서 이스포츠 산업이 분리 파생되었다고 이해해왔습니다. '이스포츠의 시작은 게임 마케팅의 일환으로써...' 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여전히 이스포츠의 특정 부류들은 이스포츠가 게임 판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간혹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믈론 저는 이러한 자료들이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 이스포츠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는 않으나 이스포츠의 태생 자체가 게임 산업이 투자로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져올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조심스럽게 저의 관점을 말씀드리면 이스포츠는 게임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 아닙다. 실제로 1999년도를 위시한 초기 이스포츠의 등장은 (사용자 중심의 융합과 창조의 성격을 지니는 저변 문화로써이지) 산업적 관점에서의 게임 마케팅을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이스포츠의 역사를 고증하면 고증할 수록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실해 집니다. 이 산업은 게임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새로운 산업이 다양한 전자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탄생한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오히려 게임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해되면 이해될 수록 그 투자와 결론에 대해 이스포츠는 대체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산업으로 비춰집니다. 비유적으로 설명 드리면 야구 배트를 팔기 위해서 야구라는 게임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야구라는 게임은 야구 배트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가 출현 했고 그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등장했다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라는 개념입니다. 

 

생각의 변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여러분은 과연 게임과 이스포츠는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시점에서 저는 다시 우리 후배님들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게임이 잘되야 이스포츠가 잘된다' 혹은 '이스포츠로 될 만한 게임이 따로 있다'  여전히 이와 같은 질문의 한계에 갖혀있는 여러분들을 (바라옵기는) 이 글이 온전히 해방시켜 주기를 희망합니다. 앞서 우리 선배님이 말씀 하신대로 과거의 프레임을 가지고 지금을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 부분에도 그대로 적용 하기시를 바랍니다.

 

(번외로 한가지 부탁드리면) 우리는 이스포츠에 대한 젊은 리더십의 부재에 대해서 여러곳에서 여러방면으로 늘 이야기 하지만 여러분 중 누구하나 감탄할 만한 새로운 제시가 없는 와중에, (입만 살아서) 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에 올라 갈 수 없는 사회적 구조가 문제라는 것만 이야기 한다면 기득권들은 절대로 납득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너가 말하는 것을 내가 밀어줘야 하는 이유가 뭐야?' 이 단순한 질문은 100% 깊은 지식과 통찰력과 놀라운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가치가 높은 것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그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단편적이고 새롭지 않은 것에서는 그 어떤 동조도 당연히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꽉 막혀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러함은 단순한 피해의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히 최근 약빨았다 이야기를 듣는 조연출 출신의 젊은 PD님의 소식이 들려오는 것에 매우 기쁘며, 활약이 더욱히 기대됩니다. 물론 실수 할수도 있고 바라는 것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리더십을 인정하는 태도가 있는 그 회사를 진심으로 존경하여 이러 종류의 회사들이 미래의 우리 산업을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