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리 산업에 관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었습니다. 한 동안 다른 것에 관심이 많았고 e스포츠에 대해서도 정확히 무엇을 할지를 정해 놓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그러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와서 돌아보면 저는 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등단한 시인이셨습니다. 물론 제가 할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통해 글 쓰는 재능 자체를 물려받았는지 어땠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긴 합니다. 때로는 카페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글을 쓰기도 하는데, 새로 산 노트북의 배터리가 다 닳아 저장도 못 한 채 집에 들고 들어와야 하는 때도 있곤 했습니다. 그렇게 글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최근에도 그렇게 한편의 글을 잃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아까워서 속으로 통곡을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러한 허술함이 나의 감정을 한쪽으로만 너무 치우치지 않게 균형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손이 저를 이끄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는 소설을 썼었습니다. 어수룩한 글을 신춘문예에 보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소설에는 별로 소질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의 저는 그때 또래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하루키 등 일본 감수성 소설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더 그랬었는지 최대한 느낌이 비슷한 글을 쓰려다 보니까 심하게 감정은 왜곡되고 먼소리를 하는지를 모르는 글을 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부러 감정을 쥐어 짜내려 하다 보니까 우울함만 오히려 심해졌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새벽 "아, 이건 정말 반 미치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그만 손을 놓았습니다. 아마도 전 이런 식으로 미치기에는 머리가 너무 쌩쌩하고 밝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그 후론 한동안은 글은 읽기만 하고 쓰지는 않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직장 생활을 하게 되고, 직업상 영상 미디어에 노출이 잦아지고, 자연히 글이라는 것을 쓰는 것에는 더 멀어졌습니다. 그러다 본의가 아니게 몇 년 전부터 협회의 정책에 의해 우리 산업에 대한 글을 조금씩 적기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일종의 단편 칼럼 같은 거였는데, 그것만으로도 이전에 잃었던 재미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면 그 글들은 전문성도 통일성도 없습니다. 또 글을 올리는 웹 사이트도 여기저기라 원래 적었던 글의 시점들도 잘 정돈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보다 더 지난 글들은 비교적 최근 글보다도 그 수준도 훨씬 낮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재미가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당시 소설을 적을 어릴 때와 달리 여기에는 저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글은 이제 저였습니다. 내가 되고 싶은 누군가가 아닌 그저 나라서 재미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장을 옮기고 나서도 그 재미에 이끌려 비교적 꾸준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글이 많았습니다. 이유는 아마도 어려서 그랬습니다. 책임감, 감사함, 인내 등등과 거리가 멀었으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큰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거의 죽을 뻔 했던 이 사고는 저의 인생의 가치관을 송두리채 변화 시켜 놓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선뜻 예전과 같이 편한 마음으로 글을 잡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만약 이전에는 어떤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다른 것이 중요하게 바뀌었습니다. 모든 주제에 대한 나의 시선이 현실적인 것보다 궁극적인 것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쓸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고 그래서 또한 글을 쓰게 되서 감사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는 듯 합니다.
결국 이전 과는 다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더 성숙하게 했는지 어땟는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알 수 없으나 글을 적어 나가다 보면 찬찬히 알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도입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볼 기회가 있기를 권해 드립니다. 사회 생활도 여가 활동도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온통 단조롭고 무료하며 짜증이 나는 일 천지입니까? 그렇다면 지금 처해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접근 태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의미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연장 선상에서 일전에 한 후배 앞에서 '나는 내가 그때 죽었으면 어땠을까'라는 말은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삶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랬을 때 진실로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는 단조로움 무료함 짜증 등의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최종 목적의 실현을 위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어떤 전달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글을 잡은 시발점은 그것은 평소에 잘 아는 후배의 전화 한통 때문이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아카데미`였습니다. 그 며칠 전에는 또 다른 후배에게서는 `신규 팀 생성 및 운영`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기도 했는데 이미 이때부터 글을 쓰자는 결심을 하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 궁금증에 대해, 그때그때 묻고 답하는 문답 형식으로는 도저히 그 업무의 핵심과 개념과 가치에 대해 상세하고 전문적인 전달이 가능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예전부터 저는 아카데미와 자생 가능 팀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저를 돌아보면 충분히 기본적인 내용을 전달할만한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글을 잡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산업에는 이런 유의 장편 글이 현재 없고, 제가 그러한 글을 쓰는 것으로 인해 산업에 혹시 있을 수 있는 혼란이 있을까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는 글을 적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앞으로 팀 매니지먼트에 대해서 찬찬히 알아갈 텐데 모든 내용을 다루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또 서두르지도 않을 계획입니다. 물론 저는 글을 씀에 항상 그렇듯 이 장편도 처음을 잡는 순간 이미 마지막까지 내용이 나왔습니다. 이 글의 수준을 밝히면 그것은 우리 산업에서 종사하는 후배들, 또는 지망생, 또는 관련 대학 학부생을 위한 글로 매우 기초적인 수준이 될 것입니다. 팀 매니지먼트에 대한 이해와 구조를 선행해서 알아보고, 다음으로 그것을 실제로 실현 시키기 위한 기초 업무의 핵심 대해서 점검한 후, 최종적으로 심화로서 우리 산업을 바라보는 저의 시점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다만 소망하는 한가지는 종국에는 글의 주제를 넘어서서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산업에 대한 저의 전방위적 가치관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 가치관으로 독자님이 지금 있는 그 위치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그 생각에 이 작업이 너무 즐거울 듯 합니다.
저는 지금 이미 최종 편을 다 쓴 후 포스트하기 바로 전 단계에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지난 글들을 조금씩 손보고 또 마찬가지로 이 도입 글도 일부 수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드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이 글을 보여줄 수 있을까입니다. 이건 절대로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최초의 초심에 근거하여 시작할 그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딱히 읽을 만한 e스포츠에 대한 서적도 글도 없기 때문입니다. 말씀 드린바와 같이 이 글을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근본 이유도 결국 후배들이 이런 지식을 다른 글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작성하여 포스트 하는 시점의 저는 저의 현재 처한 처지에 근거하여 보아도, 항상 후배님들 및 선배님들 앞에서 신실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e스포츠에 대한 나의 열정과 사랑이 바탕입니다.
2016년 10월 27일
by erdc.kr
associate with bigpi.co
2019-01-23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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