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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프로 선수의 은퇴와 진로

일반적으로 E스포츠는 데뷔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작되고 은퇴 시기도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반쯤은 동의하고 반쯤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차차 설명을 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그에 앞서 선행해서 고민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연 그 '어리다'라는 것에 대한 정의입니다. 만약 어떤 아이돌 가수가 16살에 데뷔를 한다면 이는 분명 어린 나이 데뷔가 맞을 듯합니다. 그런데 아역 배우로 시작한 여배우가 있다면 이는 우리가 익히 고민해보고자 하는 단어인 '어리다'가 과연 적용이 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포함한 모든 극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사실성을 위해 아역배우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첫 번째 기억해야 할 개념이 완성됩니다. E스포츠 선수의 데뷔가 청소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역 배우가 연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부정적인 개념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어린 나이에 프로 E스포츠 선수가 되는 것'이라는 개념은 '어린 나이가 (*상대적으로) 게임을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개념의 확장입니다. 따라서 이 연장 선상에서 어린 나이의 선수가 게임을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역시 부정적인 개념이 포함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아이들의 등장 시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아이들의 은퇴 시기가 빠르다는 부분입니다. 일단 확정적인 사실을 보면 가수든, 배우든, 스포츠 선수든, 다 각각의 환경과 개인의 처한 상황이 다릅니다. 따라서 은퇴 시기도 다 다릅니다. 때문에 어떤 특정 기준을 끌어와 그것에 평균적인 것에 비교해 E스포츠 선수의 은퇴 평균 나이가 비교적 어리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만약 부조리, 비합법, 불법, 관행과 같은 것이 아닌 우리 환경과 상황이 E스포츠 선수의 라이프 사이클의 실체를 반영하고 있는데, 어떤 노력을 통해서 이를 억지로 바꾸려고 시도한다면 저는 오히려 그러한 시도를 역리라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어린 선수가 은퇴하는 것에 대해서 한 가지 중요한 확인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실체를 반영하고 있는 환경과 상황 자체가 불균형적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선수 생활에 대해서 경쟁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이기려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지 않았다면, 팬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과정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아이에게 선행해서 교육해야 할 의무는 있습니다. 이는 최선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아이가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지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이는 대부분 의학과 관계가 있습니다. 총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하나는 물리 의학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 의학적 측면입니다. 정리를 하면 아이에게 과학(*의학)적으로 오늘 해야 할 범위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무조건 더 많이 하는 것, 더 너의 정신 상태를 옭아매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그 인정 범위를 아이가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토대로 이해해 보면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는 것' 자체도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인 개념이 포함될 수 없습니다. 물론 아이가 '선수 생활 중에 물리적 또는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고 은퇴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에 은퇴를 결심하게 된다면, 그것이 문제가 아니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강력히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시스템 자체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누군가가 직접적으로 이 아이에게 상해를 입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 자체가 성립이 안돼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습니다. 만약 이를 잘못 해석해서 이야기가 (*마치 셧다운제와 같이) 모든 프로게이머는 5시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다는 형태로 가게 된다면 오히려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이는 몸이 망가질 정도로 누군가가 반 강압적으로 훈련을 시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그 훈련자가 가혹 행위 즉, 불법을 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선수가 은퇴를 결심하고 선수 시절에 말하지 못했던 고충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분명 심적으로 큰 아픔을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많은 현직 선수들이 그러한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집니다. 우리가 이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불균형적인 부분이 인지된다면 그것을 균형 있게 바꾸는 노력은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소양과 훈련>이라는 테마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지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하여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든 은퇴를 합니다. 그리고 그 은퇴에 대해서 누군가나 시스템에 책임을 묻는 형태의 발언이 없다면 이는 이치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옳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이른 나이에 데뷔를 하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는 것에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동의 하지만 그것이 마치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기에 반만 동의하는 것입니다. 

 

은퇴는 끝이 아닙니다. 우리 인생에서 은퇴는 나에게 주어졌던 그 역할이 끝나는 개념입니다. 어떤 역할이 끝나는 것은 반드시 슬프거나 괴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후배님들 중 남자들은 군대에 갔다 왔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병장 제대'가 슬프거나 괴롭지 않았을 것은 안다녀 와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더 선수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것은 선수에게는 분명 슬프고 괴로운 일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선수 생활을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은퇴함으로 인해서 다른 누군가가 기회를 잡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하면 슬프고 괴로운 일을 없애는 게 이치가 아니라, 슬프고 괴로운 시기가 인생에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 이치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은퇴 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면 그건 슬프고 괴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두려움이고, 우리 인생을 가로막은 이 두려움을 반드시 없애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까? 그것은 은퇴 이후에 새로운 삶을 멋지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제가 귀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업계에 한 회사는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또 지금 한 기업은 소속 프로게이머가 은퇴를 하면 소속 스트리머로 영입하여 새로운 삶을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아이들을 계속해서 보고 싶은 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서장훈 선수의 팬입니다. 선수 시절에도 팬이었고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팬입니다. 농구를 잘하는 서장훈 선수도 좋고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서장훈 씨도 좋습니다. 물론 모든 선수가 서장훈 씨처럼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많은 길중 이 길도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어야 합니다. 또 이 길에도 대성이 있고 쪽박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꼭 그가 아닌 우리 전체를 위해) 이처럼 많은 정보와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두려움을 제거하는 것에 대한 그 근원적 지향점은 성공을 보장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늘 가능성에 대한 영역입니다. 어떻게 할지 알 수 없어서 못하는 것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어서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보통 어린 나이에 은퇴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트리머로의 도전을 시작합니다. 좀 더 체계화되게 이 아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필요합니다. 이 세계는 어떤지, 뭐가 재미있는 건지, MCN에 소속되어 있는 다른 크리에이터들은 어떤 지원을 받는지, 오늘 그저 캠을 켜서 게임 큐를 돌리는 것 외로는 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것을 알려주는 사업이 필요합니다. 어딘가에 와서 누군가들과 소통하고 전문가들로부터 식견을 넓히고 관계자들과 친해져서 다양한 형태의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한다면 고객 만족도도 자연히 높아 집니다.

 

사진 출처 : LoL E스포츠

 

특히 지방의 입장에서는 이 아이들은 귀한 인재입니다. 많은 전통 스포츠 선수들이 자신이 프로 시절에 지닌 지식을 가지고 지역에 돌아가 후배를 양성합니다. 와디드(*김배인) 선수의 고향은 부산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선수가 은퇴 후 지역에 내려가 후배들을 양성한다면 타인이 그 친구가 그 최고의 해외 팀(*G2)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었는 지를 설명하는 것과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은퇴를 하고 고향에 내려가도 이런 아이들을 찾는 이가 없습니다. 제가 이 아이들에게, 지역 중앙 광장에 나가서 '나 이런 경험이 있으니 나 좀 활용해 주세요'라고 1인 피켓이라도 들고 있으라는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반면에 분명 E스포츠 선수가 꿈인 아이들은 지역에 많이 있습니다. 있었으니 지금 이 은퇴한 선수도 그 지역에서 출현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과연 지역에서는 이 아이들을 누가 연결시켜줘야 할까요? 그 대답을 지역에서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은퇴합니다. 만약 향후 리그 구조가 개편이 되는 종목이 있게 된다면 그 뜻은 더 많은 아이들의 은퇴가 예고되어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은 다름 아닌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문성을 활용해서 사업을 만드는 것은 민관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단순히 사적인 영역이면 사기업이 공공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면 관이 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팬(*또는 시민)이 있다면 그저 그 목소리를 내면 됩니다. 반대로 보면 목소리가 있는데 응답이 없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겨울왕국2의 듣기 싫다고 말하는 엘사도 결국에는 응답하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는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에 집중합니다. 저는 요즘 이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글은 아마도 그 시작점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E스포츠 선수들이 선수 생활 중에는 시스템적으로 밸런스를 맞추는데 집중하고, 은퇴 후에는 구조적으로 어떤 도전을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기를 소망합니다.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