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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E스포츠의 스포츠적 가치의 진정한 의미

“아빠 1000원만 줘, PC방에 스포츠 하러 가게”

 

한동안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 단체 가입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올 때면 위의 문구는 늘 보였던 댓글입니다. 단순히 보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추천과 비추천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자주 뜨거운 감자가 되곤 했습니다. 이 댓글은 분명 다분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현대를 사는 많은 이들의 생각 속에는 게임과 스포츠는 가치적 측면에서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생각들은 연령과 계층의 구애 없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아마도 늦은 시간 학원이 아닌 PC방에서 걸어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공부의 가장 큰 적으로 봅니다. 게임이 없으면 아이들은 공부나 적어도 다른 가치 있는 것을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스마트폰 또는 PC게임에 우리 아이들이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게임은 게임중독과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와 논문과 발표가 출현해도, 내 아이와의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없기에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스포츠는 꾸준히 우리에게 희열 그리고 감동을 선사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언제나 인기, 존경 및 연봉과 같은 재화 등으로 정확히 환산되어 우리 부모님들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 댓글이 일종의 조롱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E스포츠는 스포츠다'라고 말하며 둘 다 공정한 승부를 벌이는 것을 그 핵심 근거로 삼습니다. 우리 E스포츠의 관점에서는 게임은 단순히 승부를 위한 도구일 뿐이며 어른들(*전문가)과 함께하는 E스포츠는 우리 아이들이 건전한 게임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주장합니다. 물론 아이들은 E스포츠를 통해서 정정당당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배웁니다. 코치와 동료들과의 팀워크를 통해 미래 이 나라에 자신이 속해질 사회를 익힙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E스포츠가 스포츠인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수능 성적이 더 잘 나온 친구가 더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은 공정한 승부이지만 그것이 스포츠인 것은 아닌 것과 같습니다.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 혹은 아닌가를 바로 이해하려면 보다 본질적 차원의 접근이 있어야 합니다. 그 본질적 차원의 접근이란 가치 자체에 대한 이해입니다. 만약 ‘스포츠와 E스포츠는 동일한 구조 및 질적 가치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그렇다’라고 대답을 한다면 스포츠와 E스포츠는 동일한 것이며 E스포츠는 스포츠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구조와 질적 가치란 무엇을 말할까요?’ 우리는 매우 간단한 질문과 그 대답을 통해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라는 직업과 스포츠 선수라는 직업 중 어떤 것이 더 가치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우리 중 대다수는 '이 둘은 서로 비교를 할 수 없기에 대답할 수 없다' 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 둘은 가치가 출현하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질적 가치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둘 다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의 가치란 어떤 것이 더 있다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 ‘과연 동일한가?’ 혹은 ‘아닌가?’의 이야기입니다.

 

Image only : FACTMITH.COM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정을 받기 위한 첫 단계는 본질적으로 가치 자체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난 후 제공하는 가치가 출현하는 구조와 질이 동일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치는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두 가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첫 번째는 사회적 가치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두 가지로 단순 분류가 가능합니다. 하나는 직접(*물리적) 생산성이 있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직접 생산성은 없는 것입니다. 사과 농사를 지으면 사과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사회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직접 생산성이며 가치가 비교적 명확한 일입니다. 반면에 스포츠는 우리에게 희열과 감동을 줍니다. 직접 생산성은 없지만 우리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치가 있는 일을 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동일하게 명확하지만 또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미묘한 차이는 직접 생산성은 그저 존재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는데 있습니다. 우리가 콜라를 편의점에서 살 때 조금 더 싸게 사고 싶다는 마음이 있더라도 가치에 대한 대가를 인정해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것 자체에는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 직접 생산성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그 가치의 질을 인정받아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은 그 과정을 거친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딴따라’라고 불리면서 폄하되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K-POP 열풍이 부는 지금은 여전히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가치가 없었던 것이 생성된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음악과 음악 산업이 가치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직접이든 비 직접이든 마약, 도박, 아동 포르노 등과 같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은 항상 제외입니다.

 

E스포츠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E스포츠는 과거에도 지금도 우리에게 스포츠와 동일한 희열과 감동을 줍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한 가지는 지금 E스포츠는 '과연 어느 과정에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저는 아직은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에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가치 자체가 없는 것이 생겨야 하는 차원의 것은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출현했던 1998년도에 복학생이었던 23살의 청년에게 E스포츠는 아마도 생소한 단어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 청년은 이제 45세가 되었습니다. 그 뜻은 적어도 이 장년층에게는 E스포츠의 가치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다입니다. 그러나 우리 경기장에는 45세 장년들의 모습을 여타 스포츠에서 만큼 찾아보기는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과정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장년들을 포함한 여러 세대들이 경기장을 찾고 그들의 입에서 E스포츠와 스포츠는 동일한 가치를 그들에게 준다고 말한다면 사회적 가치 증명은 그때야 비로소 끝나는 것입니다.         

 

다음은 사업적 가치입니다. 사업적이라는 것은 꼭 수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테면 몇몇 아프리카 지역에는 물이 깨끗하지 않기 때문에 물을 여과하는 정수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 장치가 고안되었습니다. 들고 다니기 편한 이 장치는 관으로 더러운 물을 빨아들이면 정수가 되어 즉시 음용이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장치 생산 비용이 널리 보급하기에는 너무 비싼 것이 문제입니다. 사회적 가치는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E스포츠가 사회적 가치는 있지만 사업적 가치가 없다면 (*사업적 가치도 있는) 스포츠와는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E스포츠가 사업적 가치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E스포츠가 사업적 가치가 있는지 또 그 가치가 스포츠와 동일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E스포츠 선수들이 받는 대우(*급여)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어떤 대우하기 위해서는 그 대우를 할 수 있는 마땅한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화는 어딘가에서 어디로 흘러가는데 항상 그 이유를 분명히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구조라고 말하며 그 구조를 원활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을 시스템이라 합니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익히 잘 알려진 대로 연봉이 30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스포츠는 야구입니다. 그 야구에서 가장 고액 연봉자는 이대호 선수로 연봉이 25억입니다. 이상혁 선수와 이대호 선수는 모두 3년 계약으로 동일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에서 연봉이 높은 선수가 출현할 수 있는 배경(*구조가 출현할 수 있는 근거)은 인기입니다. 물론 인기를 고액 연봉자 하나의 지표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언제든 참고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Image only : FACTMITH.COM

 

결론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E스포츠는 과연 가치가 있는가? 혹은 없는가?’를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가치가 없는 것을 논한다는 것은 아예 무의미를 논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긴 글을 통해 E스포츠는 사회적으로도 또 사업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증명했습니다. 그래서 연장선상에 있는 'E스포츠가 과연 스포츠인가'라는 우리의 논쟁도 가치를 가진채 시작될 수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지금까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 가치의 구조와 질이 기존 스포츠와 동일하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주는 희열과 감동, 그리고 사업적 가치를 생산하는 구조와 시스템이 스포츠와 동일합니다. 그래서 E스포츠는 (*그저) 스포츠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것(*E스포츠가 스포츠다라고 말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오랜 기간 끊임없이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 혹은 아닌가?’를 질문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사실을 밝혀내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세상이 그 질문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면 질문을 할 필요도 대답할 필요도 없게 됩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만약 어떤 것이 가치가 있다면 그 이름이 스포츠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이미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름이야 스포츠가 아니라도 전혀 상관이 없어집니다. 토마토를 과일이라고 해도 과일이 아니라도 해도 상관이 없는 것과 같으며 학자가 아닌 그저 팬들이 크게 관심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렇더라도 꼭 한가지는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것은 이 주제는 실제로 몸을 쓰는가 아닌가과 같은 그런 류의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