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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기술에 의해 무너지는 플랫폼 간의 경계

얼마 전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문화 혁신포럼' 기조연설의 방시혁 대표는 몇 가지 중요한 지혜를 우리에게 공유하였습니다. 그중에 가장 핵심 되게 살펴보아야 할 내용은 '기술과 인간 (*또는 세상) 사이에 우리가 실제로 향유하는 것이 콘텐츠이다.'입니다. 이 연설에는 이에 대해 하나도 더할 것이 없을 정도로 매우 잘 설명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산업 종사자들의 관점에서 더 높은 이해를 위해 재차 정리해서 적용해 알려드릴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첫 시작은 기술은 그 자체로 상품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는 것부터 입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은 그 자체로는 기술이지만 상품성을 지니지 못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은 코인 자체가 재화가 될 수 있다 혹은 없다에 초점을 많이 맞춥니다. 그러나 사실 정확한 분석을 위한 핵심 사항은 블록체인 기술을 포함한 모든 기술은 그 자체가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상품이라는 것은 가치를 말하며 이는 사람의 필요에서 등장합니다. 연설에서 처럼 어느 시대건 사람이 사는 사회는 늘 복잡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사람의 필요도 항상 다양한 이유로 출현해 왔습니다. 또 그 현상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때마다 다양하게 불렸습니다. 다만 현시대에는 '무언가 가치가 있다'라는 것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콘텐츠'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방시혁 대표님은 그중 가치가 높은 것을 '좋은 콘텐츠'라 정의합니다. 방시혁 대표님은 그 수많은 동시대 아티스트 중에 왜 방탄 소년단이 전 세계인들의 인기를 끌 수 있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단순히 '좋은 콘텐츠'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좋은 콘텐츠'란 보편적이고 동시대적 울림을 가진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기술이란 '좋은 콘텐츠'라는 음식을 담는 일종의 그릇입니다. 그런데 방시혁 대표님은 추가로 현시대에는 어떤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가 되는지에 대한 지혜(*방법론)도 공유하셨습니다. 그 내용은 그분의 원문을 적습니다. 

 

그것은 일정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열광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고, 그 열광에 기대 더 큰 성공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그 예로 어벤저스 같은 영화를 들 수 있습니다. 과거,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히어로물은 특수한 취향의 사람들만 좋아하던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그 취향 공동체의 열광에 힘입어 현재는 전 세계적인 영향력과 성공을 쟁취했죠.

 

이 이야기는 현시대를 사는 우리 e스포츠인에게 매우 시사하는 점이 큽니다. 왜냐하면 e스포츠는 (*하나도 다르지 않고 정확히) 이 과정을 통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성공을 쟁취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람되게도 저는 개발자 출신 또는 개발이 주력인 회사 대표님들을 뵐 때마다 늘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커뮤니티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오히려 더 집중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표님들에게로부터 돌아오는 말은 "우리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술 비즈니스를 합니다. 우리는 콘텐츠를 생산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기술을 제공하는 데에 집중합니다."입니다. (*지금까지 이 부분에서의 저의 생각은 늘 그저 편하게 흘러 들으셨더라도) 오늘 이 방시혁 대표님이 하신 말씀은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회의 필요를 구현해 내는 것과 그것을 제시할 방법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셔야 합니다. 그 증명은 구글이 가진 기술력이 현재의 유튜브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전부터 그토록) 왜 첫째로 '커뮤니티'를 말할까요? 그것은 방시혁 대표님의 첫 문장 "일정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이 말은 '커뮤니티'라는 말 외로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벤저스는 무엇입니까? 콘텐츠입니다. 그것도 디지털 콘텐츠로 우리 E스포츠와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히어로물은 무엇을 말합니까? 누군가가 히어로물(*근원 콘텐츠)에서 어벤저스(*현대 콘텐츠)를 끌어내 창조한 것을 뜻합니다. 이 창조를 방시혁 대표님은 발언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 발언이 많아져야 한다고 피력하십니다. 이러면 모든 것이 정리가 됩니다. 이렇게 설명이 되어야 오늘날의 E스포츠가 왜 이 모습으로 이렇게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 어벤저스라는 단어에 E스포츠를 넣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연설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기술과 세상의 연결고리는 콘텐츠라는 것을 미리 규정하여 우리에게 이미 서두에 말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오늘의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지식을 반드시 선행해서 알아야 합니다.

 

 

<기술에 의해 무너지는 플랫폼 간의 경계>라는 오늘의 이 주제의 대한 저의 생각은 사실 며칠 전 리니지 2M이 발표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발표 전날 NC는 놀랍게도 퍼플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퍼플은 일종의 데스크톱(*PC) 환경에서 모바일 게임을 구동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런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는 기존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NC는 왜 이 시점에서 (*이미 시장에 있는 더군다나 주력 사업도 아닌)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한 것인가' 곰곰히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두 가지였습니다. 그 첫 번째는 'PC 기반의 게임들을 묶는 자사의 플랫폼(*런처 포함)은 모바일에서는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입니다. NC는 더 이상 PC게임을 추가로 개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개발을 안 할 거다가 아닙니다.) 다음으로는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서 구동될 자사 게임 통합 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퍼플에서 구동되는 리니지M, 리니지2M, 블레이드 앤 소울 모바일 등등은 현재 PC의 플레이 엔씨와 동일한 기능 수행을 목표로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퍼플의 광고를 보면 다음과 같이 플랫폼을 소개합니다. 
① 모바일보다 더 높은 그래픽을 체험할 수 있다. 
② 모바일 게임이지만 PC 플레이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저는 이 메시지를 볼 때 이것이 실제 한다면 'PC플레이 환경과 모바일 환경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무너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우리가 표현하지 않았어서 그렇지만, TCG 장르를 필두로 조짐은 이전부터 있었다고 판단해야 옳습니다. 얼마 못된 과거에도 현재도 또 미래도 출현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은 이미 특정 플랫폼에 국한되지는 않고 있는 흐름입니다. 다만 최근까지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PC와 콘솔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그 영역을 모바일까지 확장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는 물론 지금 반드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모바일에 완벽히 그대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이제 출시될 게임들은 (*플랫폼이 모바일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PC 환경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퀄리티를 보여줄 것과, 또 선수가 실제로 PC 환경에서 같은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일 수 있습니다.

 

 

모바일보다 더 높은 그래픽을 체험할 수 있다는 말은 '시청 경험'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동 장르, 혹은 같은 이름의 게임이라도 모바일 e스포츠와 PC게임 e스포츠가 서로 제공하는 시청 경험에 있어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역으로 모바일 E스포츠라는 단어(*신조어)가 탄생되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간단히 증명해 보면 이전 PC게임 및 콘솔 게임으로 제공되는 시청 경험은 사실상 거의 비슷한 속도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은 출현과 동시에 폭발적인 성장으로 모바일 E스포츠 역시 거의 동시에 등장해서 같은 페이스로 발전해 왔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PC와 콘솔로 인해 높은 수준의 그래픽에 익숙해진 시청자가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있는 그래픽의 시청 경험에 만족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가 해결되면 모바일 E스포츠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콘솔 E스포츠라는 말 자체가 없는 것과 동일합니다.  

 

모바일 게임이지만 PC 플레이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의미는 모바일이 오히려 PC의 보조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우리는 스트리머들이 모바일 게임을 PC 환경에서 구동하여 방송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PC 플랫폼으로 모바일 게임을 소비하는 게이머들도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현상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리면 항상 중요한 것은 어떤 플랫폼에 최적화된 게임을 내놓은 나의 의도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내 게임을 어떻게 소비하는가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E스포츠도 동일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은 모바일 게임이지만 PC에서 게임을 하기를 원한다면 우리에게는 PC에 맞는 게임을 새로 내놓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NC와 같은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게임 개발사가 선행해서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라 우리 E스포츠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당장은 기다려야 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모바일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경기장에 PC를 세팅해 둘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은 그러한 관점에서 항상 열어두실 필요는 있습니다. 

 

정리를 하면 퍼플은 플랫폼이자 기술입니다. 그리고 게임은 콘텐츠입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E스포츠는 여기에 타고 있는 그 게임의 파생 콘텐츠입니다. 그러면 이제 기억할 중요한 핵심은 '우리가 시청자의 시청 경험을 올리기 위해서 무엇을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가도, 우리의 콘텐츠를 좋은 콘텐츠 혹은 그저 큰 가치가 없는 콘텐츠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입니다. 만약 다 이해를 못하신다면 적어도 기술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이런류의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 정도는 기억하셔야 합니다. 외람되지만 우리 사업의 성공은 결코 단순 노력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감이나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반드시 지식과 지혜에 근거하셔야 합니다. 지식과 지혜는 감과 경험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에 여러 가지 정보를 융합해 논리로 바꾸는 것에 대한 결과입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좋은 사업이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모여, 그러한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는 일을 하는 것이 좋은 사업입니다.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