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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e스포츠 정책 연구에 관해 - 후반부

최근에는 회사 일이 치중하느라 주말에도 여력이 없어 포스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74주년 광복절과 같은 날이 되어야 이렇게 하나 정도의 글을 올릴 여력이 생깁니다. 그러나 글이 없다고 해서 지금 이 시장이 매우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히 저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E스포츠가 매우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스타디아와 같은 서비스가 어느 한 방점을 찍는다는 개념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E스포츠 리그를 만든다는 개념 자체까지 뿌리 채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그 변화(*혁신)가 체감이 되어야 그 변화가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고 마치 자신은 처음부터 알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너무 늦습니다. 자조가 가득 찬 목소리로 그 낌새를 차리지 못한 지금의 우리를 그제야 원망한다면, 그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일 것입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엄청나게 강력한 기능으로 무장된 해외 혁신적 플랫폼들을 우리는 절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그 혁신적인 플랫폼들은 현재 사람이 해야 하는 e스포츠의 대부분의 일을 기능적으로 해결한 상태일 것으로 저는 판단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서드파티가 등장할 것입니다. 전문 방송사들은 지금보다 더 설 자리를 잃고 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알아왔던 방식으로 일해왔던 사람들은 또 한 번 크게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산업지원센터 등의 역할은 근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입니다. 정책은 해답이 아니라 해답에 대한 일종의 근거 내지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보조적 역할 자체가 미래를 향해 있는가 과거를 향해 있는 가는 질적으로 분명 차이가 있게 됩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지식과 정보 기반으로 미래의 이 산업이 어떻게 변화를 할 것인지를 예측하고, 그 변화에 주역이 될 기업들에게 그 상품을 개발하는 근거를 제공하는데 리소스를 투자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이미 매우 과거 형태가 되어버린 전통적 개념의 'E스포츠 대회' 상품을 개최하는 것과 같은 것에 가진 리소스를 투자해서는 안됩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세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 아닌가'와 같은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에 역행해서 관심이 있는 곳이 전통 스포츠계입니다. 이 산업과 문화는 디지털 콘텐츠와 플랫폼을 다루고 있고 등장하는 모든 최신 기술과 매우 밀접하게 반응합니다. 사람들은 신기술을 통해서 과연 어떠한 혁신적인 경험을 선사받을 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 바라보고 있는 이때에 신체적 활동에 대한 정책 연구를 한다는 것과 같은 것을 진행한다면 너무 식견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건 그냥 두어도 다 알아서 됩니다.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 일하지 마시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셔야 합니다. 

산업 지원 센터에 대해서는 이쯤 하면 됩니다. 다음은 종목 선정 기관인데, 이건 제 고향인 곳에서 진행하는 사업이기에 간단하게 언급하고 만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이 기관의 핵심 사항은 '종목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어떤 종목이 E스포츠 인가'와 같은 것을 정의하고 설명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를 테면 구조 상으로 E스포츠 대회를 하는 것은 전부 E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E스포츠 종목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는 곳이 없다면 E스포츠를 준비하는 국내 수많은 예비 종목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것입니다. 산업 지원 센터와 별개로 E스포츠 종목 선정 기관(*사실상 종목 지원 기관이라고 해야 함)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또 이 기관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일반적인 공공 기관인 산업 지원 센터가 확보할 수 있는 이상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이 있는 기관으로부터 예비 종목사가 E스포츠를 실현하기 위해서 어떤 지원을 받는다는 의미는 가장 기초적으로는 E스포츠 종목에 대한 정의와 이해를 교육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개발 단계에서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개발이 가능합니다. 이게 근거입니다. 두 번째는 E스포츠 리그를 실현하기 위해 단계별 지원 정책을 확인하고, 제도적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많은 국내 중소기업 게임사들이 E스포츠에 도전하고 싶으나 회당 몇 백만 원이나 되는 제작비와 상금을 (*심지어 매우 과거 형태의 전통적 대회를 치르기 위해) 마련할 수가 도저히 없기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양성기관입니다. 이것은 심지어 아직 한 군데도 지정받은 사례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법 제도나 행정 제도에 있지 않습니다. 이 기관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정책 연구가 아직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현재 존재하는 산업 내 전문 인력에 대한 분류/분석 연구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산업 내 전문 인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 전문 인력을 수행하는 인력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하는데, 그 정의된 전문 인력이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선행해서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그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인력을 교육을 하기 위한 자료를 만드는 것이 즉 교재가 됩니다. 그 교재를 바탕으로 그 교재의 내용을 숙지하고 인력에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교사이며, 그 교육을 받고 수료하는 인력을 배출하는 곳이 전문인력양성기관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하려면 어떤 직무 능력을 보유해야 하는지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습니다. 물론 코치(*E스포츠 지도)는 NCS에 있습니다. 그러나 심지어 이것을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마찬가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지금 저에게 들어서 겨우 무언가가 있구나 알게 되시는 분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자랑이 아닙니다. 안타까움입니다.

연계된 이야기로 E스포츠 학과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우리 생각으로 어느 정도 유의미한 수준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가르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그것은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됩니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학교 이름만 달고 내보내는 것 이상이 될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씀을 드리는가 하면 산업이 필요한 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정의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교재를 편찬하고 강의하고 실습하는 것이 산업계에 유의미한 전달이 되기 위해서는, 그 연구가 선행해서 정책적으로 실현하지 않고서는 현재 구조상 되려고 해도 될 수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건 대체적으로 교수님들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누가 제발 총대 좀) 그런데 특히 이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잘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법 제도에 근거한 기관 지정을 스스로 당장은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상태로 언제까지나 그대로 묵혀 둘 수만은 없습니다. 저는 국회의원은 아니라서 아쉽지만, 이 글을 보시는 보좌관님이 계시다면 이런 점은 꼭 착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계된 이야기 하나를 더 드리면 제가 아는 한 대학은 e스포츠와 멀티미디어를 결합한 학과를 올 가을에 개설합니다. 기타 내용은 차치하고 본론만 말씀드리면 지하 강당에 (*제 눈에는 조잡한) 스튜디오를 하나 만들고, 그 과에 속한 학생들이 그 대학 내 e스포츠 자체 대회를 직접 진행합니다. 이를 테면 포토샾으로 디자인을 한 포스터를 학교 곳곳에 붙이고, 출전 선수를 모으고, 어떤 학생은 대진표를 짜고, 어떤 학생은 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옵저빙을 하는 학생도 있고, 경기 영상을 편집에서 자체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역할도 하고 등등을 1부터 10까지 전부 학생이 합니다. 교수님은 대회가 치러지는 일련의 과정을 전부 학생들과 같이 합니다. 중간중간 사이에 아이들이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시거나, 샘플을 가져다주시거나, 필요하면 외부 특강을 진행합니다. 물론 대회를 위한 모든 이론 수업은 그전에 진행합니다. 실제로 대회가 치러지는 날, 우리로 따지면 교수님이 잘 아시는 스포TV 관계자나 OGN 관계자를 초청합니다. '그저 한번 보시라는 의미입니다' 관계자들은 실제로 눈으로 봅니다. 농담이 아니라 이번에 'FD' 한 명을 졸업자 중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면 정책관님 일단 지금은 이 정도만 하면 되십니다. 근데 이 정도도 못하면 이다음 스텝을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음 스텝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에 제가 서두에 그토록 강조한 내용 아니겠습니까? 덧셈 뺄셈을 못하는 아이에게 곱셈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포스트에서는 곱셈을 적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더 가슴이 아픈 건 곱셈이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이 계속 E스포츠 종주국으로 남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기관이 역할을 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그 역할이란 민간 영역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협회나 기관이나 공기업 등은 예산 확보 등을 위해 전문인력양성기관 같은 것을 지정을 받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진짜 해야 할 일인 것이 아닙니다. 만약 위의 이야기처럼 대학이 전문인력양성기관이 된다면 그런 곳이 많아질 수 있도록, 또 각 그 기관들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종목 선정 기관 (*주장하는 바로는 종목 지원 기관)은 신규 국산 종목들이 잘 준비되어서 시장에 진입하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어야 기관의 존립이 유의미하며 꼭 그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이 산업지원센터입니다. 적어도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면 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기관과는 확연히 달라야 할 것입니다. 


후반부는 다소 질책하는 글이 되었지만, 저도 늦은 시간이라 이만 줄이고 의미가 깊은 이날에 퇴고까지 완료하고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지금 언급드린 사항 중 핵심 되는 몇 가지는 시행령을 고쳐야 하는 것이 있어 약간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외 것들은 산업 지원 센터 등의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인지 재 정립하는 수준 정도라 금방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면 몰라서 안 하시는 게 아니라 이제 때가 되어서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각 기관은 기관마다 존립 근거가 다르고 따라서 성격도 다 다릅니다. 근데 만약 이름에 콘텐츠를 달고 있다면 이 일 하는 것이 100% 맞고, 전체적으로 볼 때 안 맞는 단어들이 한두 개 포함된 정부기관이 사실상 상부 기관이라 할지라도 시대 역행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면 끊어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드린 바와 같이 'E스포츠 스포츠인가 아닌가'와 같은 소리 하려고 하면 눈 앞에서 올 11월에 런칭하는 스타디아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물론 다들 생각이 다르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클릭수도 나오지 않는 이 긴 글을 쓰면서까지 말씀드린 것 아닙니까. 욕 안 먹으려고 일하시면 안 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by erdc.k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