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로 느끼는 e스포츠 산업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왜 e스포츠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혹은 인재를 양성해서 당장 어떻게 수용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가까운 주변 사람들로부터 간혹 듣습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① 먼저 그 말의 의미는 공감이 되기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는 것과 ②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공존합니다. 물론 현재를 사는 우리는 당연히 현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이라는 한계의 벽 너머에 있는,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이상향으로 가야 된다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됩니다. 발전을 하거나 아니면 퇴보하거나 두 가지입니다.
이스포츠는 많은 불확실성들 중에서 유독 미래 성장이 거의 100% 정해져 있는 산업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연찮게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서 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몇 년간 바뀌지 않은 이 무거운 현실에서 비롯된, 도저히 벗어 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좌절감 역시 같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도, 참가 팀 중 하나였던 티빙과 큐센팀도, 8게임단의 남은 친구들의 대한 정리도,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심판들도 모두 다 문 닫을 때 그 옆에 제가 서 있었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친구들도 매년 연봉을 낮추는 작업을 했었고, 연봉 확보를 위해 더 저렴한 숙소로도 옮겨도 보고, 몇몇은 그마저도 감당이 안돼 팔려나가기까지 했습니다. 많은 팀이 해채 했고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리 오래전 이야기도 아닙니다.
아마도 우리 산업을 잘 모르는 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여전히 이곳은 훨씬 더 자리가 많지 않은 곳입니다.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예로 들어 봐도, (약 2부 리그까지) 감독 및 코치로 볼 수 있는 코칭스텝의 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즉 이런 것입니다. '인력을 양성해도 갈 자리가 없는데 왜 양성을 하는가?' 이를테면 그것을 질문하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이 말은 맞아 보입니다. 사람을 교육해서 내보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교육하면 내 보낼 곳이 있어서 그 자리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 말입니다. 그런데 프리미어 리그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코치 지망생들이 수도 없이 많이 나와서 서로 격렬하게 경쟁을 해, 이기고 올라오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우리 리그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 리그가 프리미어 리그가 됩니다. 이는 절대적으로 인기에만 기반하며 그것만으로도 충분조건을 가집니다. e스포츠의 인기는 물론 충분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많은 데이터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피력하자면 모두가 한 가지 혹은 소수 몇 가지를 너무 좋아해서 그들이 가진 많은 인재들을 한 곳에 모아야, 그것에 대한 강국이 됩니다. 축구도, 야구도, 농구도, 핸드볼도, 배구도 그 어떤 스포츠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남들보다 키가 크고 운동 신경이 좋은 어린아이 하나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아이가 배구를 선택하면 배구 선수가 될 것으로, 농구를 선택하면 농구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 나라 사람들이 배구를 좋아하면 배구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고, 농구를 좋아하면 농구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스포츠 선수고 둘 모두가 재미있다면 그 지역에서 더 인기 있는 스포츠를 어릴 적부터 구조적으로 많이 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인기를 기반으로 선수 육성 시스템이 이미 잘 구성되어, 체계적으로 더 높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그 스포츠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저는 지금 모든 스포츠를 다 잘할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기가 있는 곳에 인재가 몰리고 인재가 몰리는 곳에 양질의 경쟁이 일어나고 그러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에 가치가 출현한다는 논리를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 순환 고리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먼저 제가 바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계속 양성되는 코칭스텝 후보들이 (지금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3부 리그까지 내려가서) 스펙을 위해 무 임금으로 여기서부터 시작하겠다. 그러나 나는 실력으로 1부 리그 최상위팀 감독까지 올라갈 것이다. 1부 리그 감독이라도 실력이 없으면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는 리그의 감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못 거두는 리그의 감독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외람되지만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우승시킨 감독과 K리그를 우승시킨 감독은 같은 가치를 지니지 않습니다. 저는 단순화하면 K리그를 우승시키는 감독보다 프리미어 리그를 우승시키는 감독을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한 경쟁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코칭스텝을 하기를 원하는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스스로를 증명도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무한 경쟁이라는 것이 가능합니까?
[LoL 이야기] LCK는 왜 실패했나? 이 링크는 인벤 심영보/서동용 기자님의 글입니다. 저는 숨도 한번 못 쉬고 한 번에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고 표현해야 옳습니다. 저는 이 기자님들만큼 게임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 글이 사실이라면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e스포츠성의 핵심을 완전히 파악했다고 봐야 옳으며, 한국 LCK는 실력이 없어진 것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을 보다 정확하게 서술하면 실력이 있다가 없어진 것입니다. 또 달리 표현하면 경쟁력이 있다가 없어진 것입니다. 더 잔인하게 말씀드리면 가치가 있다가 가치가 없어진 것입니다. 우리보다 대만 리그가 더 가치가 없고, 우리보다 가치를 상회하는 리그가 출현합니다. 아니 출현했다고 봐야 합니다. 올해 어느 지역이 우승할지 모르지만, 그 지역에서 (*우리를 넘어서는) 그 가치 확보를 위해서 그동안 어떤 노력(*투자 등)을 지속해 왔는지 우리는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과가 말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제가 원하지 않는 순환 고리입니다.
A : "오늘자 기준으로 코칭 스텝이 몇몇이 필요할지 수요를 예측해봐?"
B : "LCK 기준으로 한 2명이나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A : "그러면 뭐, 인력 양성할 필요가 없겠네?"
B : "맞습니다."
그래서 인력을 양성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장하는 산업에 무한 경쟁에 참여하고 싶은 잠재적 전문 인력 양성 대상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경쟁의 강도가 약해집니다. 경쟁의 강도가 약해지면 이미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코칭스텝들이 위치 유지에 대한 위기감이 사라집니다. 외람되지만 더 노력할 수 있지만 대체가 많지 않아 특별한 위협이 없기 때문에 더 노력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위치에 대한 증명이 더 이상 실력에 기반하지 않기에 정치적 성향을 띄게 되고, 인맥을 바탕으로 이 팀에 있다가 성적이 낮아지면 좀 더 낮은 팀으로 선형 이동합니다. 그러다 그 정도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다, 아주 천천히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며, 현직 코칭 스텝님들은 저의 주장이 다소 억울하다 느끼실 수 있지만, 올해 월드 챔피언십은 (*죄송하지만 전체 구조적으로는) 그저 이것이 결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저의 포스트는 우리가 이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우리는 종주국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닙니까?
(사진출처 : @lolesports)
최근 월드 챔피언십의 4강에 진출한 C9 팀은 최근 한화 약 600억 규모의 펀딩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과연 왜 펀딩을 했을까요? 링크는 인벤 글로벌의 기사입니다. Cloud9 raises $50 million in funding for training and home facilities in LA 내용은 제목 그대로로 본문을 읽어도 거의 추가로 번역할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트레이닝 및 홈 퍼실리티 구축을 위한 펀딩 - 더도 덜도 아닙니다. 그러면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① 이걸 지어서 하고자 하는 게 무엇입니까? ② 이거 한다는데 왜 투자가 성공적으로 실현되었습니까? 사실 답은 별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 명확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우리도 이런 펀딩이 가능합니까? 100분이면 100분 왜 미국과 비교하시나고 하면서 당연히 힘들 다고 말할 것입니다.
이는 자국의 스포츠 시장 사이즈에 기인합니다. 그들은 이미 자국 시장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우리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처럼 우리 e스포츠를 세계인들이 보는 시장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기업에게, 우리나라에서 알아서 이 정도 펀딩을 받아서, 이런 시설을 구축하고 센터를 운영하라고 한다면, 이건 매우 어렵거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누군가가 도와주면 할 수 있습니다. 적당한 시설을 구조 변경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비교적 적은 금액의 펀딩을 받아도 C9과 같은 시설과 센터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시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있으면 기업이 추가 펀딩을 받기가 더 쉽습니다. 혹은 아예 국가 주도의 트레이닝 센터를 구축해도 됩니다. 기업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만 해도 됩니다. 우리가 원래 이런 형태의 운영을 못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종주국이라 투자 외로는 많은 것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선순환 고리가 여기서 출발합니다.
결론을 맺습니다. 첫째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최대한 어떠한 마음가짐과 어떠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 산업에서 스스로에게 맡겨진 과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지를 거의 매일 같이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대부분 현실에 짓눌리는 회의적 사고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e스포츠 세월 중 가장 암울했던 시절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 한복판에서 매일 같이 생기는 암울한 일 중 꽤 많은 일들을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과업도 함께 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자체를 수동적으로 서 있게 하는 변명거리는 절대로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하는데 어떻게 외부에서 투자가 있을 수 있습니까? 또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 이해를 못하는데 어떻게 외부에서 이해를 할 수 있는가 이 말입니다. 깨어나야 합니다. 깨어나셔야 합니다.
둘째로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셔야 합니다. 이 세상은 누구도 미래를 먼저 확인하고 달려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은 미래를 바꾸어 버립니다. 우리 중에 한 명의 왕이 나오게 된다면 그가 우리 전체를 먹여 살립니다. 그 단 한 명의 왕이 우리 e스포츠 산업에서 탄생한다면 우리는 왜 아마존을 부러워해야 합니까? 우리는 왜 페이스북을 부러워해야 합니까? 우리가 구글을 부러워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로 언제든 잠재적 왕이 될 수 있는 우리 중 누군가를 까분다고 할 필요도, 누를 필요도, 떠든다고 조용히 하라고 할 필요도 없으며, 오히려 누군가 왕이 나올 수 있는 길을 우리가 우리 스스로 계속 점검하면서 열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하기에 더욱더 왕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되면서 동시에 큰 도전일 수도 있는 이 과업을 아주 강한 리더십으로 반드시 실현시켜 주셔야 합니다.
저는 젊은 친구들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어떤 팀의 단장이다, 감독이다, 선수다, 대표팀이다 라고 말하는 페이스북의 포스트를 보면 하나도 우습지 않고, 실로 매우 대견해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저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그들은 대체 어디 가서 누구에게 문을 두드려야 하나? 그들을 무대로 등장시킬 곳이 없으니 누구도 그들을 알아볼 수도 없고, 그들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에게 투자를 할 것이며, 그들이 어떤 기발한 생각과 창의성을 가지고 지금 위치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알지 못하고, 그 생각과 창의성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자기 스스로도 점검을 못하는데, 어찌 그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나? 외람되지만 이 질문을 이 글을 읽으시는 선배님들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 후원기업을 미리 100개쯤 가지고 누구든 오면 검토해서 뿌리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적인 것이라고 하고 싶다면 진실로 너무 억지 아닐까요?
인생 살다가 죽으면 세상에 남겨지는 것은 흙먼지뿐인데, 저 역시 제가 무엇이라고 또 그 어떤 대단한 무엇을 위해 저의 옳다 함 만을 주장하겠습니까. 다만 글 만이 남아서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무언가 판단하는 게 기준이 될 것임은 틀림이 없을 거라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글에 담겨 있는 각 논지 별로 논리의 강함과 약함을 떠나 이 포스트가 이 주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을 정리하시는데 도움이 되셨다면 실로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며, 언제나 생각하시고 뜻하시는 바를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y erdc.kr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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