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는 저에게는 잘 낫지 않는 아픈 손가락과 같습니다. 이를테면 나으려면 지금 하는 작업을 쉬어야 되는데 작업을 쉴 수 없으니 낫지 못해, 더 상태가 안 좋아지는 그런 악조건이 계속 반복되는 손가락입니다. 여하튼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스타는 1년에 한 번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하루 온전히 공부만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되도록이면 아무도 안 만나고 온전히 전시회만 보는데 시간을 사용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올해는 송 대표님과 유 주임님의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아서 아무 무리 없이 잘 보고 왔습니다. 배려해주신 은혜는 값아야 하는데 저는 드릴 건 글 밖에 없어서 이 포스트를 작성합니다. 지스타는 과거에는 하루 온종일 생각하고 또 또 보고, 다시 와서 보고해도 시간이 부족했었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레벨이 낮았던 저였기도 해서 무언가를 보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참을 생각해야 알았기 때문에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곤 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매년 생각할 거리가 점점 줄더니 작년에 급기 하는 2시간 보고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화도 나는 그때의 심정을 감추지 못해 글도 남겨 놓기도 했었습니다.
늘 그랬지만 지스타에서 저를 만나시는 분들은 전반적으로 올해 지스타는 어땠는지를 꼭 물으십니다. 제가 어찌 생각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지만, 지금부터 몇 가지 사항들을 같이 점검해 볼 텐데, 듣고 판단해 보실 수 있으실 듯합니다. 다만 이건 소위 까는 내용이 절대 아닙니다. 도리어 듣는 관점에서 보면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상품이 볼 게 없으면 전혀 관심이 없고 아무 할 말도 없는 것입니다. 할 말이 있다는 것, 즉 점검해보고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것입니다. 주임님에게도 말씀드렸습니다. '세계 어쩌고, 국제 어쩌고, 몇만 명이 방문했고 하는 내실 없는 타이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알맹이가 중요하다. 끝나고 나눴던 내용이 과연 가치가 있어 공개하는가?, 또 무엇을 역사 속에 남기는가? 그게 아니면 그냥 쇼일 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말인지, 아니면 반대로 모르는 게 많아야 볼게 많은 것이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총평을 하지면) 올해 지스타는 전체적으로 작년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그것은 주체 측의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도 보이고, 또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들의 전시회를 임하는 자세의 변화도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안 보일 수 있으나 또 누군가에게는 명확히 보이는 부분입니다.
전시회에서 방송은 기본적으로 축제의 성격을 가지며, 지역 주민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동시에 지니는데 올해는 (*내용적이 아닌) 구조적으로 잘 짜인 프로그램들이 작년보다 늘었습니다. 그러나 소통하는 것 자체가 원활하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부스의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형태의 부스는 관람객들의 시선 편의에 맞추어 정면을 응시하게 되어있는데, 올해도 그 형태가 그대로였습니다. 다른 설명을 하면 결국 곳곳에 사운드가 너무 많아 진행자들이 톤이 높아지고 계속 서로 피치를 올리는 바람에 결국 대부분이 소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을 일부 보완하는 장치로 중계실을 별도로 구성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차라리 그럴 거면 (*소통을 포기할 거면) 대형부스는 별도의 밀폐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물론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제 눈에는 크래프톤 부스는 그러한 점에서 일부 진화된 형태로 보였습니다. 이따 설명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밀폐된 공간을 구성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는, 추후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야외에서 진행하는 영구 구조물을 활용한 박람회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볼 수도 있습니다. 비용적 측면에서도 2주 이상 해도 될 듯한 전시회로 성장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득입니다. 물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으로도 방송과 결합된 프로그램 위주로 지스타는 지속 편성될 듯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대형 프로젝트에 한해서는 상호 일정 배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것은 앞서 말씀드린 소음적 측면보다는 관람객 집중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입니다. 지금 지스타는 축제 성격인데, 그런 의미로 보면 전체적으로는 짜임새가 다소 없어 보입니다. 관람이 물 흐르듯이 진행이 안되고 우르르 우르르 갈팡 질 팡이 심합니다. 즉 무언가 보러 왔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려주는 도구들이 여기저기 많아야 됩니다. 아직은 이런 형태에 완전히 적응을 하지 못하셨는지 주체 측도 정확히 다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를 테면 어디에 어떤 부스가 있고 무슨 게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이제 전부가 아니라 기본입니다. 여기저기서 무엇을 언제 접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 안내가 되어 있는 가이드가 여기저기 필요합니다. 그 가이드가 있다는 것은 결국 짜임새를 짜 맞추기 위한 노력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Coming Up Next' 커뮤니케이션을 어디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할지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신다면 지스타는 이제 성장에 있어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어 보입니다.
방송에 대한 나머지를 간략히 정리해 드리면, 트위치 TV는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부스 운영할 거면 B2B로 가거나 야외로 나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큰 사이즈는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기획이 딸린다면 부스를 소박하게 꾸미셔도 됩니다. 반대로 제대로 드라이브를 걸어보겠다면 스튜디오를 완벽히 꾸며서 사람들을 모두 앉히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걸어 다닐 틈도 없는 곳에 혼자 오아시스를 만들어 놓아 즐기는 모습은 말 그대로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스타 B2C 자리 결코 크지 않습니다. 더욱이 쓴소리를 좀 더 드리면 게임쇼, 특히 지역성을 고려해야 하는 지역 기반 게임쇼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참가하고 있는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글로벌 지향도 아니고, 이때가 아니면 만나볼 사람을 섭외하신 것도 아니며, 지스타 내에서 중대 발표로 (대규모 투자 등) 밝힐 내용도 없고, 전시회에 대해서 신작 게임 등 소개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대체 여기서 이걸 왜 하고 계신 건지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앞서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드리는 말들은 전부 듣기에 따라서 아이러니하시겠지만 진짜 칭찬을 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아프리카 TV는 이제 시작이라 아직은 잘한다 잘한다 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크게 뭐라 말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내년도에도 참가하실 계획이라면 제대로 된 기획이 필요하실 듯합니다. 방송과 결합되며 우리나라의 지역성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창조하기 원하셔야 하며, 연간 단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셔야 합니다. 게임 전시회도 전문가가 있습니다. 적어도 국내 지스타에서는 트위치 TV 보다는 나아야 됩니다. 트위치컨도 낮은 수준이고, 블리즈컨도 제자리걸음이라 무언가 샘플을 드려, 보고 배우시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똑똑한 분들이 많이 계신 곳이니 명쾌한 해답을 찾으시리라 믿습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지금 부스는 마치 저급한 수준의 프릭 업 스튜디오처럼 보이며, 프로그램도 너무 파일럿 버전이십니다. 의미는 알겠지만, 제2의 제3의 보겸이 될 수 있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은 차라리 안 하시는 게 아프리카 TV의 입장에서는 사실 나았었습니다. 올스타 멸망 전은 괜찮습니다. 부산 포함, 지역을 좀 더 언급하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하고 계시다고 하겠지만 라이브 방송 계속 풀로 하셔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칭찬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으로 모바일 시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송 대표님께 드렸던 질문을 그대로 옮겨드립니다. "게임 전시회에서 모바일 시연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아마도 마켓에서 구입할 수 없어 복잡한 설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포함된 '안 깔아도 된다는 의미'를 지닐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테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시관에 컴퓨터와 키보드를 들고 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PC 기반 게임은 시연장에 컴퓨터를 놓고 게임을 시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확실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데 반면에 모바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① 모바일도 PC와 같은 방식을 고집할 것인지 ② 아니면 다른 방식을 찾을 것인지. 만약 우리가 이런 사고의 흐름 속에 있다면 이제부터는 가치 비교를 해야 합니다.
더 많은 모바일 장비를 준비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연을 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게임을 왜 시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사실 그냥 지스타에 있다면 아무 이유 없이 시연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이 실제로 잠깐 튜토리얼을 시연해서 경험하여 얻는 정보보다 훨씬 관람객적 관점에서 더 중요하다는 측면을 생각해 보면, 관람객에게 그 게임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처음 접할 때 감각적으로 즉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관람객에는 넥슨이라는 타이틀이 중요한가 아니면 테일즈 위버가 게임을 통해서 펼쳐 보이고자 하는 그들이 완성한 환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반면에 포트 나이트 부스에 들어서면 에픽게임즈는 없어지고 포트 나이트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PC게임이고, 심지어 그 게임을 하지 않아도, 그 게임이 보여주는 색체와 위트와 개발진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저 스스로는 사실 그렇게 까지 잘 만든 부스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도 그렇습니다.
테일즈 위버의 부스에 들어서면 테일즈 위버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스에서 그런 류의 다른 게임과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테일즈 위버만의 특징을 곳곳에 설명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적어도 한번 깔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일단은 그 공간에 들어온 사람이 한번 그 게임을 깔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미 부스 내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는 의미이고, 또 관람객 스스로 이 게임에 대한 가치를 고민했다는 의미이며, 다른 의미로는 반쯤 성공했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아닌 사람은 원래 타깃 대상이 아니라서 시연을 해도 시간 낭비입니다. 적어도 테일즈 위버를 개발한 개발자가 스스로 이 부스를 만들고 부스 자체가 내 새끼라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게임을 전달하는 방식이 스스로가 납득이 되지 않는데, 과연 누구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요? 시연 폰에 깔린 게임보다 관람객 폰에 한 번이라도 깔린 게임이 낫고, 어떤 의미로 잠재적 고객성이 상당히 검증된 관람객에게 즉시 쿠폰과 경품을 제공해서 먹이를 낚아채는 것은 다른 것과 비교해도 여러 모로 유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넥슨과 넷마블 부스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은 B2C 전반에 관한 내용입니다. 전시회가 대형 게임사 위주로 편성이 되는 것은 글로벌적 관점에서 볼 때도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그 해의 온전한 게임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B2C에 작은 부스들이 많아야 합니다. 이를 테면 이는 인디 게임 개발사를 의미하기도 하고 정부 지원 중소규모 게임 개발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대형 게임사도 B2B를 위해 지스타와 같은 행사 타이밍에 매여서 신작을 발표하지 않으며, 더군다나 모바일 게임의 경우에는 B2B에 있을 이유가 더 없습니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나 카카오가 찾아와서 게임을 사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직 중국이 있다 말할 수 있으시겠지만, 전시회가 아니라도 대안은 많습니다.) 개발력을 보여주고 개발에 관한 아웃 소싱을 받기 위함이라 한다면, 시장에 보여주고자 하는 상품이 아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는 논외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점진적으로 B2C를 늘려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먼저 각 지역 진흥원 부스는 전부 B2C로 내려와야 합니다. 그런데 그전에 선행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어디 어디 진흥원이라는 그 타이틀은 전부 떼셔야 할 듯합니다. 지스타에 우리 진흥원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그렇게 크게 타이틀 달아서 하는 건 너무 촌스러워 보입니다. 반대로 먄약 진흥원이 그 개발사의 역량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이는 심하게 착각하고 계신 것입니다. 만일 지역 진흥원이 투자나 개발사 서치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지스타에 오셨다면 B2B에 소박하게 계셔도 될 듯합니다. 그런데 소속 개발사들의 게임을 홍보하기 위함이라면 말씀드린 대로 B2B에서 나오셔서 B2C로 가셔야 하고 각 게임들의 특징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전면부에 게임 홍보 전용 패널들을 최대한 지원하셔야 합니다. 지금 형태는 솔직한 의미로 알맹이인 게임은 하나도 안 보이고 지역 진흥원이 이런 노력한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진흥원 일 많이 하도록 밀어줘라라는 식의 스스로 자기 입으로 자기 자랑하는 꼴 외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좀 그런 점은 추합니다. 게임 보여주기에는 돈 크게 안 들이는 기본 부스만도 못합니다. 전반적으로는 칭찬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에게 이런 지적받는다는 것은 확인해 볼 무언가가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의미가 없는 건 거론도 안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 기관들이 지스타에 나와서 하는 걸 보면 그저 웃음밖에 안 나옵니다.
사진출처 : 지스타 페이스북
만약 내년에 지금 2관의 1층을 B2C로 개방한다면 (*이는 적극 추천드리며) 각 진흥원과 기타 인디 게임들을 일종의 특별 페스티벌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들도 우리 게임 산업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모바일 게임은 (*다소 부족하지만) 트레일러만으로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일관된 형태를 미리 전달하여 길게 전시한다는 구성만 있다면 참가자로부터 아이디어들은 충분히 나옵니다. 이는 네코제를 보시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어느 전시회인들 대형 게임사 옆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디 게임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최대한 옥석이 가려질 수도 있습니다. 콘셉트를 모으고 각 협단체를 중심으로 이 관의 특성을 살린 합동 프로그램을 조성하고, 매니아틱 한 부분들을(*예를 들어 네코제와 같은류의) 끌어들인다면 지스타는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전시회를 하나 더 가지게 되는 셈입니다. B2B보다 더 의미가 있습니다. 왜 담당자들이 일부러 찾아가지 아니하겠습니까? 단 이건 기본 부스로 하시면 안 됩니다.
작년에 보면 B2B의 경우 과거의 색깔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PC게임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이 외국으로부터 개발비와 서비스비를 들고 게임을 구입하려고 찾아오는 바이어들을 상담하던 시절의 색깔을 잃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색깔 대신 새로운 움직임이 작년부터 조금 있었는데, 올해는 상당히 그 색이 진해졌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기 전에 제가 올해 지스타 B2B에서 들고 온 자료를 소개해 드리면 엑솔라,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구글 클라우드, 아카마이입니다. B2B는 아니지만 PNI 컴퍼니도 들고 왔습니다. 즉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팔아야 하는 물건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를테면 CDN 서비스, 클라우드, 페이먼트 기술이 들어있는 통합 게임 서비스 플랫폼, 또 서비스 기술인 블록체인입니다. 이들은 B2B여야 하고 당연히 여기에 있어야 합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3층면 B2B를 꾸미면 전시관 구성 콘셉트가 아주 명확해집니다.
그리고 비싼 비용(*20만 원)은 받지 마시고, 최대한 이들이 의미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도록 더욱 밀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매번 갈 때마다 그 비표 때문에 다들 난리입니다. 지스타 B2B에 출전하는 것이 돈이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게 되었다면, 주최 측도 이를 인지하고 받아들여서 희생을 같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 진흥원이든 주체 측이든 누구든, 상담에 대한 부담을 좀 줄여주시는 역할을 하는 창구들을 많이 만드셔야 합니다. 누군가 B2B에 들어서면 바코드만 찍을 생각을 하시는 게 아니라, 왜 찾아오셨는지 좀 물어보시고 관심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 어디 부스에 그런 류의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고 안내를 해주셔야 합니다. B2B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즉시 실적과 연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산업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시간이 곧 돈인 분들이시라 전시관에서 특별히 대우해줘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뭐 살게 있나 없나 노는 마음으로 백화점에 찾아온 게 아닙니다. 거듭 말씀드리고 안 믿길 수 있으시겠지만 칭찬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장비와 피겨와 같은 소품을 파는 업체들이 들어온 것은 작년에 제가 언급드린 바와 같이 긍정적입니다. 그런데 첨언을 드리자면 비싼 장비는 단순 전시 위주고 저가 장비는 판매 위주인 것이 문제입니다. 전시관에서 일반 개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인 판매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목적의 전부인 것이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말씀드리면 신작을 내어 놓고 그 신작이 어떤 발전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어, 그것으로 무엇을 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지를 설명해야 전시관 출품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는데, 지금 그것을 그 콘셉트를 잘 알고 살리고 있는 업체가 짐짓 너무 적어 보입니다. 이는 만약 주체 측에서 포기를 해야 하는 영역이라면 지금 차지한 B2C 위치에서는 적어도 내보내야 할 것 같아 보입니다. 관람 집중도에 매우 방해가 되며, 전시 전체의 질을 심하게 저하시킵니다. 고가 장비가 단순 전시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면 작년에 언급드린 바와 같이 파코즈나 플레이웨어즈, 또는 나이스게임 TV 등와 같은 커뮤니티와 협업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오버 쿨럭 퍼포먼스는 일식당의 참치 해체쇼처럼 매우 가치 있는 소재입니다. 참고로 LG는 정말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습니다. 이건 정말 칭찬인데, 담당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전자전이랑 뭐가 다른지 눈치를 챗겠습니다만, 가능하시다면 지스타가 무엇인지 주체 측에서 설명을 좀 해 드려야 될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야외 전시를 언급드리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날씨가 늘 좋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야외에 비를 피할 수 있는 대형 구조물을 설치한다면 광장에서도 축제가 대규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게임을 설명하는 것에 관하여 생각을 해보면 야외라고 해서 실내보다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PC게임은 가능하지 않다고 해도) 모바일만 생각해도 많이 자유로우며, VR 같은 경우는 거의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그리고 야외에서 진행한 코스프레 대회와 같은 것은 늘 칭찬을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굳이 따지면 무대가 너무 초라했고, 무대 주변도 대회와 대회에 속한 출전자들을 설명하는 류의 특별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겨우 치러낸다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리소스가 많이 부족하실 수 있지만 야외에 대해서는 또 하나의 전시관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함께 별도의 기획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 눈에 올해는 전반적으로 가진 게 없지는 않은데 전략적으로 잘 짜이지 않은 채 레고 블록 꼽듯이 뚝뚝 꽂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작년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이게 눈에 안 들어 올 정도로 형편없었다면 올해는 눈에 들어올 정도라 언급드린 것이니 진심으로 일종의 칭찬으로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저는 대체적으로 이런 것들을 보고 이런 생각들을 합니다. 여러분은 지스타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진채 돌아오시나요? 공부를 하러 가신 게 아니라 할 일이 있어 가신 거라면 일을 열심히 하면 될 듯합니다. 산업에 깊숙한 연관은 없어서 사람 만나고 인사하는 게 주목적이라면 그것만 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저와 같이 이런 유의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을 한 후, 실천 계획을 가지고 지스타에 가셨다면, 적어도 오늘 적은 이 포스트를 보시면서 제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그 방식과 방향을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아마도 저는 글로 적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게임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도 역시 이런 식의 접근을 하셔야 합니다. 저도 특별히 (*이렇게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식 모바일 게임과 또 VR 게임에 대해서 그 자리에서 인상적인 고민들을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어 VR 같은 경우는 이동에 관해서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또 HMD 앞에 별도 센서를 부착해 사용자를 컨트롤러에서 일부 해방을 어떻게 시키는지 상당히 인상 깊게 본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왜 계속 칭찬이라고 말씀드리냐면, 지스타에 비해서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 수준인 이 아주 작은 전시관에 있어보아도 이런 류의 일이 매우 전문성이 필요하고 또 노고가 많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감사하게도 노력을 요한다고 말씀드려야 할 수준 정도가 되셨으니 어찌 칭찬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 쓰고 보니 송 대표님께는 출장 리포트를 대신하는 것이겠지만, 주임님께는 어쩌면 읽기 힘든 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것으로는 저는 요즘 무언가 하려 하면 늘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아무 걱정 없이 매일매일이 늘 즐겁습니다. 그렇지만 글로 적는 일은 항상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지스타는 꼭 우리 산업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것도 사실이라 관점에 따라서는 투여되는 노력이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 사실 다른 전문가가 해줘야 합니다. 더욱이 그래서 그런지 앞으로는 아무런 빚 없이 가서 글 없이 편하게 와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금일도 건승하시길 바라겠습니다.
by erdc.kr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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