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받는 지혜에 따라서 도구가 되어 글을 드리는 것뿐이지만, 정책 또는 기술적인 부분, 혹은 기초 학문적인 내용 이 아닌 현존하는 e스포츠 장르를 주제로 삼는 것은 쓸 때마다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e스포츠는 역사가 짧고 아직 새로운 것들이 계속 출현하기 때문에, 이 주제의 대부분은 분석/심층적인 것이 약하고 예측적인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먼 훗날, (지금 쓰는 이 글이) 제게 부끄러움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속에서 글 주제를 조절할 수 없는 것은,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나를 아무도 모르는 동네 길바닥에서 몰래 외치고 도망가는 심정으로 글을 드리니, 참고하실 만한 내용이 있으시면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스포츠는 보는 사람이 재미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나 사실은 하는 사람(*선수)이 재미가 있어야 이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게임이 재미가 없어지면, 하고 싶다는 의욕이 없어지고, 퍼포먼스가 하락하여, 경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것이 콘텐츠의 질적 저하의 근본 원인이 되어서 전체적으로 e스포츠가 무가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결국 게임의 재미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반대로 말하면, 실현 즉이 인기 게임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게임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e스포츠 전문가로, 게임 기획이 전문 영역이 아니기에 광범위하게 이 주제를 다루지 않고) 범위를 좁혀 게임의 e스포츠성에 대해서만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성 자체를 벗어난 게임의 e스포츠성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보상입니다. 여기서 보상이란 연결 고리에 있는 두 가지 요소로 나뉘며, 먼저는 ① 승리감이고, 그다음은 연속 선상에 있는 일종의 ② 계급의식입니다. 여기서 승리감이란 상대적 우월감을 의미하고, 계급의식이란 절대적 우월감을 의미합니다. 정리하면 게임에서 이겼을 때 (*목표 성취에 대가인) 상대보다 내가 우월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과,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다 내 아래 티어인데, 나는 그 위 상위 티어인 것, 이 두 가지입니다. 빠르게 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상대적인 우월감은 매 게임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절대적 우월감은 최대한 여유 있게 그루핑 되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될수록 좋습니다. 자 그러면 대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한 게임에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상대적 우월감을 느낍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10명 중 5명은 상대적 우월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진 편에 속하는 5명도 그 팀에 속한 다른 동료와 비교해 상대적 우월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루핑이 여유 있어야 하는 것에 의미는 라이트 유저에게 자기 순위를 너무 명확하게 알려주면, 대체적으로 한계에 대한 인식이 강해져, 상대적 우월감보다 (*상위로부터의) 상대적 박탈감에 더 쉽게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는 반대로 이해하면 ① 내가 어느 정도 잘하는지 어렴풋이는 알되 완벽히 알지 못하거나, ② 만약 지고 있는 게임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적게 느끼는 장치가 있거나, ③ (*논리적인 것과 상관없이)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른 탈출 출구를 제공하게 된다면, 대단한 강점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스타크래프트의 이 방에서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것 같다던지, 캐릭터 상성상 이길 수 없는 것이라든지, 실력과 상관없는 아이템 또는 난입(갱킹)의 차이가 있었다든지, 전반적으로는 졌지만 단 한 번의 복수를 감행했다던지, 아니면 내가 못해서 진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강했다고 하거나, 우리 팀원 중 하나가 못해서 진 거라는 등, 그것이 변명이든 어떠한 형식이든 일종의 정신 승리가 가능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제 배틀로얄 장르입니다. ⓐ 과연 한게임에 100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배틀로얄 장르에서 과연 몇 명이 상대적 우월감을 안정적으로 느끼게 될까요? ⓑ 예전부터 온라인 밀리터리 FPS 게임은 절대적 우월감을 보장하기 위해 계급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점이 고수와 하수의 구분이라면 그것은 더 명확히 보완하는 것은 레이팅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레이팅은 정확히 (*직관적 우월감의 상징인) 계급을 반영해줘야 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저는 지금 이러한 방식의 이해가 옳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이런 논리를 펼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이 코드를 따르느냐 아니면 따르지 않느냐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코드가 아니라면 다른 코드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계속 즐겨줘, 아직도 재미있다고 이야기해줘"라고 강요하는 것 외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다음으로 배틀로얄 장르의 기존의 텐션에 대한 내용을 설명드리면, 이 장르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됩니다. ① 상대와 교전에서 이기는 것 ② 상대와 교전 없이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것, 둘 다 목적은 보상입니다. 먼저 e스포츠적 관점에서 보면 상대와 교전해서 이기는 것이, 경기 내에서 즉각 보상으로 명확한 가치가 환산되지 않는 것은 약점입니다. 스노우 볼링과 같은 형태로 설명할 수 없고, (*일단은) 득점으로만 이해되는데, 이 보상 형태는 당장 1등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 인과가 있으나 약합니다. 결국 게임이 끝나 봐야 그 의미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게임 내에서 상대를 제압한 기록은 게임이 끝나야 최종 환산되어 우승이냐 아니냐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는 반대로 이미 충분한 포인트를 획득한 상태에서 게임 아웃을 당하게 돼도 타 플레이어들은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나의 우승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이런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중계진이 존재한다면 더 낭패입니다. 나의 우승이 다른 사람에 손에 달려 있게 되는, 그 말 즉, 결국 게임을 떠나 숫자 놀음 하자는 것 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상대와 교전 없이 최대한 오래 살아남게 되면 게임 관전이 지루해집니다. 이 게임을 지금 내가 왜 보고 있는지 계속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실제 선수나 게이머가) 이 게임을 하는 재미와는 무관합니다. 이를테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파티를 구하기 위해서 점프만 1시간을 넘게 하면서 파티원을 기다려도 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재미있을 수 있는데, 그 장면을 그 시간 동안 관전하라고 한다면 이건 재미가 있을 가능성이 너무 적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아이러니한 것은 직관적인 의미의 인지가 없는 중구난방형 교전은 명확한 목적이 있는 상대 5명의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는 기존 5:5 FPS보다 오히려 더 지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방식은 재미라는 요소 자체에 대해서 '슈퍼 플레이'에만 계속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 모든 선수를 응원하지 않는 내게, 모든 선수가 모든 선수를 계속 죽이는 모습만 본다는 것이, 결코 볼 재미가 있다는 뜻인 것이 아닙니다.
추가로 스타크래프트를 예를 들면, 누구도 그 긴 세월 동안 모든 게임을 다 이긴 사람은 없습니다. 명확히 상대가 맵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상대의 실력 외로 다른 큰 변수가 없는 경우에도 불구하고도 그렇다는 말입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출현의 근본은 대기업의 출전 대회수 보장을 통한 홍보 효과 확보에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으나, 이는 시청자의 필요하고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실현이 가능했던 이야기입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토너먼트에서 16강에서 탈락한 임요환을 나는 계속 보고 싶은데 그 시즌이 끝날 때까지 볼 수 없었던 것에 대한 해답이 (팀 대항전 성격인) 프로리그라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운 적인 요소가 없진 않으나) 실력으로 검증을 받으며, 경기를 하는 중에는 지고 있어도 오로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도, 프로리그를 선택했습니다. 정확히 대입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어렴품이 예상하면 배틀로얄이 다른 장치 없이 오로지 교전만 강조하게 될 때, 이 부분에서도 어떤 결과가 있을지 어느 정도는 예상이 가능할 듯합니다.
현재 배틀로얄 장르라는 것은 e스포츠화에 있어서는 그 길을 잃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글처럼 저는 그 이유 중 일부를 e스포츠성에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여기서 지난 포스트들과 연계 선상에 있는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기 전에 선행하여 전해야 하는 내용은, 이러한 류의 제안들의 목적은 제안의 증명이나 실현 자체가 아닌 e스포츠성을 찾아가는 노력입니다. 즉 과정을 보여 드림으로써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실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에 글의 의미가 있습니다. 저의 이러한 (*크게 보실 때 당장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 수 있는) 노력들로 인해서 향후 'e스포츠 개발자'라는 직종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본격적으로 설명드리면, ① 배틀로얄은 먼저 무엇을 위한 생존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프리즌 브레이크(감옥 탈출) 요소의 고려는 그러한 점에서 좋은 샘플이 됩니다. 이를테면 맵에는 5개의 구명정이 있는데, 그것을 타고 나가기 위해서는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설정입니다. 우리 팀원 4명만 남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팀이 타고 나가는 것을 남으로부터 방해만 받지 않으면 됩니다. 이러한 목적이 생기게 되면, 그 목적과 기조가 맞거나 맞지 않는 다른 부가 목표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를 테면 빨리 구명정을 타고 빠져나가는 것이 나은가? 왜냐하면, 구명정이 5개가 있어서 (*팀원 중 아무도 게임 아웃을 당하지 않았다는 전재하에) 최대 5x4 = 20 명의 승리자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부족했던 상대적 우월감이 보완됩니다.
이 승리자 간에도 계급은 존재합니다. 어떤 팀은 더 많이 킬 포인트를 얻고 구명정에 탑승하였고, 어떤 팀은 하나도 킬 포인트 없이 구명정에 탑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e스포츠성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로우를 하는 사람이 없어지게 됩니다. 버로우를 해서 얻는 이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막판에 가서는 구명정을 탑승해서 빠르게 1등을 하려는 사람과 그 사람을 저지하려는 노력이 매우 격렬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면 이것이 답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논리를 진행해 나가는 방식에서 e스포츠성을 위해 확인해야 하는 포인트를 체크하시라는 의미입니다. 연장 선상에서 보면 (*한 팀을 처음부터 격렬히 추적하는 보스 사냥 개념인) 'Kill me the Money'는 그러한 입장에서 상당히 유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② 배틀로얄에서의 전략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하자입니다.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셔야 합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①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거나, ② 최소한의 피해로 달성하거나, ③ 달성만 하면 결국 이기게 되거나와 같은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는 반드시 e스포츠성에 기반해야 합니다. 즉 버로우나 목적 없는 다 킬이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스포츠성이 아닙니다. 따라서, 예를 들어 레이싱은 그런 부분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어딘가에 먼저 도달해야 한다면 위 3가지 질문에 대해서 전부 전략적인 답변이 가능합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디서 출발해야 하는가 - 이는 누구나 원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클 것입니다. 최소한의 피해로 달성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최대한 교전을 멀리하고 싶겠지만) 결국 가장 빠르게 가는 사람들끼리 먼저 만나거나 그 바로 뒤를 추적하다가 역전을 노리거나 하는 전략이 존재하게 됩니다.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결국 달성만 하면 이기는 형태가 되며, 격렬하게 돌진해서 주변에 있는 적들과 싸움이 일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저는 e스포츠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게임 개발 단에서 밸런스를 어떻게 잡는가 하는 차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여러분들도 (*거듭 언급드린 바와 같이) 이것을 그대로 구현한다는 것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질문을 하지 마시고, 제가 e스포츠성에 대한 것은 어떻게 찾아가는지를 확인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그 e스포츠성이라는 것은 구현을 다를 수 있어도 핵심 개념이 동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결론을 말씀드리면 개인전 서바이벌이든 아는 사람 위주의 팀전 스쿼드이든 배틀로얄은 그 장점이 분명한 것은 사실입니다. 심하게 팀워크를 강조하거나, FPS의 고유의 재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희석시키는 게임에서 (*예를 들어 나는 분명 쏘았는데, 라인하트르가 막아버리는 등) 다소 고통받아 오다가, 일종의 탈출구로서의 이 장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많을 것입니다. 승패가 오로지 나의 실력에만 의존하고, 그 앞에 서 있는 나를 심하게 상세히 비추고 있는(*래더 시스템) 거울을 제공하는 스타크래프트2에서 (*패배에 대한 자책감 대신 그 감정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러) 변명의 여지를 많이 제공하는 5:5 장르 MOBA가 탄생하듯, 이를 테면 여기서 세상의 이치는 항상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핵심은 결국 어떻게 왔는가가 아니라, 와서 무엇을 왜 하는가인데, 배틀로얄이 스스로 살기 위해서는 정확히 이 물음에 답변을 해야 할 것입니다.
배틀로얄은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RTS의 완전한 자식이자 대안이 된 MOBA와 같이 완전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탈피의 시초로만 남고, 결국 대안이 되는 다른 어떤 형태로 가는 과정이 될 것인가." 그런데 이는 특정 게임의 현 상황과 동일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이 총기 반동은 준 것과, 또 레이팅 기반의 매칭 시스템에 의문이 있는 것과, 아니면 핵을 완전히 안 잡는 것과 관계없이) 우리는 항상 의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어떤 누군가에게는 여러 이유를 들면서 배틀로얄은 그저 FPS의 한 모드에 불구하다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답이 어떤 것이든 간에 배틀로얄이 갈길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에 여지가 없고, 반대로 배틀로얄이 성공적 e스포츠화 하기 위해서는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 됩니다.
by erdc.kr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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