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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배틀로얄 장르의 중계해설에 관하여

 

최근, 배틀그라운드의 향후 5년의 e스포츠 계획이 발표되면서, 몇 가지 개선 사항들이 반영된 대회(PGI)가 베를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개최되었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 찾아보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일전에 제가 올린 배틀로얄에 대한 포스트와 시리즈가 되는 글을 발표하기 좋은 시점인 듯합니다. 그중 오늘은 특별히 중계해설에 대한 내용을 다룰 계획입니다. 인지하시는 바와 같이 제 글은 연구 주제를 잡을 때 활용하기 위함이지, 연구 그 자체는 아닙니다. 또 모든 주제에 있어 이렇게 단계적으로 조금씩 다루어 주는 이유는 이후 (후배님들이) 논문 연구를 우리 산업 전반에 대해 다각도로 또 집중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기초를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사진 : 배틀그라운드 공식 페이스북

 

본론으로 들어가면 e스포츠의 스포츠성 중 퍼포먼스 부분을 주목할 때는 최소 3가지 요소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것은 첫째 전략성, 둘째 피지컬(컨트롤), 셋째 영감(또는 engagement)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최초 e스포츠가 발현될 때부터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 셋에 주목하여 특별한 성과를 올린 선수들에 한해서 그 천재성을 인정하고 업적을 기리는데 근거로 삼습니다. 이 세 가지는 반대로 돌려서 이해해보면 결국 경쟁의 근거가 되는데, 이는 모든 장르에서 다 나타납니다. 그러나 (*실시간 전략 시물레이션 장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르에서는 이중 한 가지가 보다 특화되어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TCG는 전략,  FPS나 레이싱은 피지컬(컨트롤) 등입니다. 다만 영감(또는 engagement)은 앞서 두 가지와는 조금 다른 영역에 있으며, 앞선 요소들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일전에 일부 다룬 적이 있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후 한번 더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전략성이라 함은 어떻게 이길까에 대한 고민을 의미합니다. 피지컬이란 전략을 어떻게 실현하는 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e스포츠 경기에서의 모든 상황은 (*스포츠와 동일하게) 그 상황의 발현이 가능한 영역에서 움직입니다. 이를테면 프로 선수의 모든 플레이는 대체로 그 근거가 있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매번 실현이 되거나 혹은 실현이 안되거나, 상대에 의해서 막히거나 하는 것을 포함해서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를 승패의 근거로 삼는데, 간혹 인간의 인지를 넘어서는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특징을 지닌다는 증거임과 동시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감을 가져오게 됩니다. 'engagement' (*정확하게 한글로는 어떻게 표현할지 확정하지 못했지만)란 동일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소속감에서 발현되는 일종의 영감입니다. 그런데 (여타 스포츠에 비해) 우리 e스포츠에서는 이가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우리가 전략적으로 e스포츠를 해체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배틀로얄의 경우에는 '전략' 역시 중요한 요소이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피지컬과 피지컬에 연결된 영감을 더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그 이유는 이 장르가 FPS(혹은 3인칭 슈팅) 임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로 전개되는 내용이) 스토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① 그 스토리에는 전략이 녹아 있고 ② 그것을 이해하는 와중에서 출현하는 피지컬에 사람들이 반응(영감 또는 engagement)하는 것으로 이 장르의 e스포츠성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일전 포스트에서 배틀로얄 장르에 대해서 설명했듯이 ⓐ 선수와 인지력이 거의 동일한 시청자가, ⓑ 선수에 움직임에서 얻을 수 있는 전략이 녹아 있는 게임 내 여정(스토리)을, ⓒ 이해하는 과정에서 관중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피지컬(컨트롤)로 상대를 제압하는 내용에, ⓓ 사람들이 반응(영감)하고 환호를 지른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것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고 그것을 조명하는 것이 결국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고 곧 그것이 가치입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기본적으로 중계 시스템이 있지만, 완성하기 위해서는 중계 해설에도 역할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계 해설의 역할의 핵심은 'engagement'의 지원입니다. (이렇게 평가하기를 원하지 않지만) 너무 많은 설명과 끝을 모르고 올리는 텐션은 도리어 집중을 방해합니다. 최근 PGI 중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선수의 피지컬에 집중하기에 해설의 코멘트는 불필요할 정도로 많습니다. 프로 골퍼가 T샷을 시도할 때에는 조용히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 선수의 플레이에 집중이 가능하며 정확히 탄성을 내서 관중에 감성 포인트를 고조시켜야 되는 타이밍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engagement'입니다. 그래야 보는 재미의 포인트에 대한 가이드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인데, 대략 이렇게 가닥을 잡는 것입니다.  

 

사진 : 배틀그라운드 공식 페이스북

 

다음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겼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이기게 된 것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이는 배틀로얄 장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버워치도 가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달리 말씀드리면, 1인칭 화면을 잡아서 전달해야 하는 팀전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이는 옵저빙 기술의 지원으로도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날아가는 총알의 궤적을 보여주는 것이나 쿼터뷰 또는 다른 선수의 시점의 리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1인칭 게임은 1인칭 시점에서 선수의 플레이가 드러나며 여기에 'engagement'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체스판과 체스 말을 보여주는 것은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중계진이 상황 설명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상당히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귀로 듣고 머리로 이해한 후 눈으로 인지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전 포스트에서 언급드린 바와 같이 귀로 들어야 하는 상황과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내용이 인지로 변하기까지는, 받아들여 분석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고 복잡하며, 시간도 매우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즉,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전달해야 하는 정보의 가짓수를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이와 같습니다. "지금 OO 선수는 누구를 (혹은 어느 방향을) 보고 있죠? 기다립니다. 이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코스로 움직이면 적에게 발각되지 않고 접근하기에 용의 합니다. 상대는 다른 방향을 보고 있군요. 좋은 무빙입니다. 도착합니다. 샷을 쏩니다. 상대를 제압합니다."

 

추가로 팀의 승리를 위한 전략적 포지셔닝에 대한 내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환호하고자 하는 'engagement' 포인트가 그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장르는 살아남기가 목표지 좋은 자리 차지하기가 목표가 아닙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람들은 운으로 좋은 포지션을 차지한 팀이 유리하게 방어하다가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돌격하는 무력한 상대를 제압하고 이기는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이 그림을 보여주기보다는 돌격하는 팀이 상대에 의해서 제압당하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이는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게임은 공격하는 팀이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약간 더 유리하도록) 밸런스를 수정해야 합니다. 경기장을 좁게 하는 목적은 경기의 템포를 올리기 위함이지, 오늘의 럭키 잭팟 팀이 누군지 지정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사진 : 배틀그라운드 공식 페이스북

 

마찬가지로 중계와 해설은 선수의 피지컬을 보여주는 데에 지금보다 훨씬 더 초점을 더 맞추어야 합니다. 한 팀 아니, 한 선수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세리가 5번 홀에서 T샷을 날리고 있을 때, 소렌스탐이 7번 홀에서 퍼팅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박세리를 보여줘도 상관없습니다. 'PGI'에 있어 편파 중계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저는 지금 편파 중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engagement'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중계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팀은 상대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예상에 따른 상대의 발견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이후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 어떤 작전을 짜고 있는가, 작전은 어떻게 실행되었나, 실행된 작전은 성공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 과연 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소화했는가, (그 장면을 다시 보면서) 이 플레이가 이 팀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최소한 박세리가 5번 홀을 끝내기까지는 박세리를 보여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중계는 팀과 선수들이 움직이는 것에 대한 장면적(화면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경기장이 좁아짐으로 인해서 긴박함은 끌려 올려지지만 애초에 그 팀이 왜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이 근거가 부족해서 이와 연계되는 해설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이는 사람의 기억력과도 관련된 것인데 편하게 집에서 송출되는 화면만 보는 별 생각이 없는 관람객은 경기 내에서 쏟아지는 정보에 있어 전문 해설자와 같은 집중도를 보이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이 근거가 부족해서 이와 연계되는 해설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이와 연계되는 해설이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우측 상단에 누가 누구를 죽였다는 메시지를 접할 때 저마다 받아들이는 온도가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 소식이 아무런 의미가 안되는 시청자도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1명의 팀원이 어떤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다른 팀원이 어떤 지원을 하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즉 중계는 지금보다 2개~3개의 화면을 동시에 분할하여 송출하는 양을 늘려야 합니다. 이는 모든 장면에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이 순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첩보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내가 발로 문을 차면 첫 진입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들어가서 오른쪽을 커버하면 두 번째로 들어오는 사람이 왼쪽으로 커버하는 그림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장면이 나오기 전에는 이 장면이 나온다는 것에 대한 예고가 있어야 합니다. 마치 문을 발로 차기 전 장면으로 굳이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야 경기장이 좁아지는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뛰쳐나온 애들이 별도리 없이 죽었다는 싱거운 스토리를 극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해설에 대해서 가장 원론적인 내용으로 마지막 정리를 드리면 해설이란 저희 e스포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 스포츠에도 있는 개념입니다. 오히려 사실 차용한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로 전통 스포츠에서건 e스포츠에서건 해설이란, (무엇을 대변하기 위함이냐 하면) 팬을 대변하기 위함입니다. 팬의 무엇을 대변하기 위함이냐면 팬의 '영감(또는 engagement)'를 대변하기 위함입니다. 팬들이 무엇을 확인하고자 이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는지를 이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이기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는 명확하고 단순한 대답에 대해 매우 정교하게 해체하여 분석한 후 설명하여 증명해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만약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에서 가능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연구하여 증명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해야 옳은 것이지, 원래 거기에만 존재했다고 말하는 것을 이성적이지 않으며 옳지 않습니다.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