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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게이미피케이션과 게임 리터러시

 

때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주제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입니다. 그런데 도저히 글을 쓰지 않고는 나를 놓아주지 않는 것도 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미룰 때까지 미뤄보기도 하지만)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가 되면 글을 작성하는 것 외로는 방법이 없습니다. 아마도 이 주제는 (*보이기에) 너무 예전 것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신작 게임 마케팅하던 사회 초년생 때 잠시 사용해보고 고스란히 재워둔 개념입니다. 그때는 개념적으로 마케팅에 일부 차용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라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당시 어린 저는 개념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적었고 관심도 크게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단어를 처음 들으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한 예를 통해 개념에 대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쌍문동의 둘리뮤지엄에 가면 각 전시관마다 입구에 모양이 각각 다른 둘리 도장이 놓여 있습니다. 뮤지엄 인포에서는 방문객에게 리플릿을 나눠주는데, 각 전시관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둘리 도장을 다 모아 오면 소정의 선물을 주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소정의 선물을 타기 위한 (일종의) 도장 다 받아오기 게임을 시작합니다.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 리플릿을 봐야 하고, 뮤지엄은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디자인하여 배치합니다. 방문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게임을 즐기면서 뮤지엄에서 전달하고 싶은 가치도 같이 습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임+이피(화)케이션(상태)을 말합니다.

 

사진 : 하니맘 블로그

 

게임 마케팅적 차용이란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게임 속 고객 이벤트입니다. 예를 들어 출석 체크를 하면 선물, 10일을 연속으로 로그인하면 추가 선물, 1달 달력을 다 채우면 스페셜 선물을 주는 이벤트는 가장 일반적이고 단순한 형태의 게이미피케이션의 마케팅적 차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질문이 가능할 듯합니다. 만약 이런 것이라면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단어는 몰라도 그 개념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 아닌가요? 맞습니다. 다만 게이미피케이션의 광대한 활용성을 고려할 때 지금의 수준은 (조금 과장되게 표현해) 게임만 하라고 컴퓨터를 사 준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게임 내 이벤트에 사용하기에는 그 단어는 너무 과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전통적으로 교육용 게임 개발과도 유관합니다. 이를테면 '아이들은 게임을 좋아하니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게임을 개발해 교육 과정을 배우게 하면 어떨까'(*교육 과정에 게임이라는 요소를 차용하여 흥미를 유발)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는 잡을 수 없는 구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아이들은 게임을 좋아하지 교육용 게임을 좋아하지 않고, 개발자 어른들은 아이들을 잘 모릅니다. 그렇게 게이미피케이션은 평범한 것에는 단어 자체가 너무 과하고, 무언가 추가적으로 노력하기에는 목표 달성 가능성이 희박하여, 어느 순간 사회에서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거의 아무 곳도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저는 이는 우리가 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이루어진 결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 테면 '다시 한번 처음부터 곰곰이 생각해보자'입니다. 

 

사실 제가 점검하고 싶은 게이미피케이션의 활용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게임 형태 서비스의 제공'이라기 보다는 '게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시도 자체'입니다. 길게 풀어 보면 컴퓨터 (또는 비디오) 게임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게임을 매개체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고찰을 해보고자 합니다. 이는 추구하는 바가 게임 리터러시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다만 이러한 의미의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을 통한 세대 공감적 즉 , (-tion) 행위적인 것에 기인 한다면, 게임 리터러시는 그 행위적인 것에 대한 문자적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아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 좀 가르쳐 줄래? 회사에서 이번에 부서 대회를 하는데, 아빠가 서포터로 나가야 돼서 말이야"라는 실제 행위 자체는 (*제가 점검해 보고 싶은) 게이미피케이션의 활용이고 이를 통해서 건전한 게임(소통) 문화를 문자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게임 리터러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코드를 가지는 게임 리터러시의 예를 적어 드리면, "게임 플레이(또는 e스포츠)란 남녀노소,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등이 서로 즐기고 대화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 현대인의 매개체(또는 도구) 중 하나이며, 우리가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21세기 포스트 모던 시대의 컴퓨터 게임 문화에 대한 정의이다."와 같이 서술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그것은 게임과 게임을 할 수 있는 도구인 스마트폰을 하는 행위를 중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게임을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이 같이 하면서 즐기고 기뻐하고 소통하는 행위로 정의를 내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지금 우리가 서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처음에 정의 즉 중독의 정의를 내린다면 이 게이미피케이션의 활용과 게임 리터러시는 서로 상반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두 번째 정의인 소통의 매개체로 정의를 내린다면 이 둘은 동일 선상에 있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나요? 그런데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면 우리는 올바른 게임 리터러시를 위해서 이 개념에 부합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활용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가지고 지원하여 개발하고 있나요?

 

제가 상상하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글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게이미피케이션과 게임 리터러시를 위한 연계 프로그램의 한 예입니다.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이 함께 떠나는 공감 소통 게이미피케이션'  ① 프로그램#1 : '엄마! 게임 좀 한번 실컷 하고 싶어요' - 우리 아들에게 물어봐요! 게임을 너무 하고 싶어 하는 자녀 과연 문제가 있는 걸까요?  ② 프로그램#2 :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시범 종목 채택' - 아이들의 희망직업 프로게이머란 무엇일까요? ③ 프로그램#3 : '아들아 대체 이게 무엇이길래 밥 먹으라 해도 말도 안 듣니?' -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통해 참여자 간 상호 역할에 대한 의미 알아보기, 전문가와 함께 부모님과 자녀 간 사회성과 책임감에 대해 논의 해 보기  ④ 프로그램#4 : '딸아 너도 커서 애를 한번 낳아서 길러보렴' - 역할극 2035년 미래로의 여행  ⑤ 프로그램#5 : '좋아 한게임 해보자' - 오늘 캠프의 최종 게임 커플을 가리는 모바일 e스포츠 대전 하태 하태!

 

"오늘, 평소에 놀아주지도, 잘 대화하지도 못하는 아들과 이렇게 시간을 내서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아들을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 좋았어요", "그저 게임하느라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몰랐는데, 이번 계기로 엄마가 나를 참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원하는 말은 하나입니다. 사랑과 이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소통의 산물입니다. 물론 제가 아주 이상적인 것을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토록 마음이 무거웠던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적어도 한 가지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가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이유는 그것이 중독이기 때문이 아니라 중독으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결국 이와 싸우기 위해서는 (*즉 게임을 소통의 매개체로 바라보는 방향 설정을 하기 위해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친구가 게임 리터러시 옆에 동행해야 한다'입니다. 여러분은 게임 중독 코드에 대해서 그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끌어 가시나요?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