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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프로게이머와 프로e스포츠선수

 

프로게이머란 말 그대로만 보면 전문 게이머를 의미하는 단어일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에 와서는 프로게이머란 게임 리뷰 영상을 온디멘드(On demand) 플랫폼에 올리거나 라이브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서 제공함으로써 도네이션이나 구독료의 수익을 통해 본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에도 과거에도 국내에서 프로게이머란 그런 의미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온디멘드 영상 제작자는 크레이이터, 라이브 스트리머는 VJ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대신 프로게이머는 대회 참가자라는 의미의 한정적 성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OOO 전 프로게이머 방송 중"이라는 문구를 라이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익숙하게 보고 있고 실제로 충분히 이해가 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받아들입니다. 물론 전문가로서 용어의 구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지만 언어의 규정과 사용은 결과적으로는 사회 속에 속한 사람들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인 프로게이머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용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없으면 그것은 단순히 볼 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문화 사회적으로 연구의 대상으로써 구분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영역입니다. 어떠한 영역도 명확하게 단어의 개념을 정의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희석되거나 주장이 불분명해 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로 볼 때 가능하다면 적어도 학술적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프로게이머(Professional Gamer)와 프로 e스포츠 선수(Professional esports player)는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마땅해 보입니다. 개인적인 사례를 들면 콘텐츠 가이드북을 포함한 e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관련하여서는 프로게이머와 프로 e스포츠 선수 단어를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프로게이머라는 단어를 중점적으로 사용하고 매우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기 전까지는 프로 e스포츠 선수라는 단어의 사용은 자제하였습니다. 그것은 이 글의 주제를 뒤집는 이야기가 아니라 프로게이머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는 지금의 독자님들에게 (글에서) 이질감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면 우리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그 고민을 미뤄서는 안 될 것입니다.  

 

프로게이머라는 단어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과거 한 시점부터 프로게이머라는 단어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개념을 가지고 그 개념에서 비롯된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이것은 문화이기 때문에) 왜 우리가 이 특정 단어를 우리 사회에서 사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설명을 하고 있는 시점이 그 시점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e스포츠 아닌 다른 예를 들면, '아이돌 사생 문화' 역시, 누가 왜 시작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서 생겨난 그 문화를) 어떻게 우리가 좋아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과거로 여행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후배님들은 실제로 그에 대한 기억이 없을 수도 있으니 많은 상상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2003년의 홍진호는 져주기 논란이 있었습니다. 마이큐브 배 조별 예선, 같은 팀원인 이윤열과의 경기에서 이윤열의 몰래 배럭이 허무하게 발견되면서 경기를 홍진호가 일방적으로 이긴 사건이 있었습니다. (상세 : 나무위키 홍진호) 비교적 초창기 e스포츠 시절에 이런 부류의 사건은 그 스포츠성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발생시킬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가장 안 좋은 형태의 반응은 '그깟 게임대회, 한판 져주기가 뭐 별거냐? 어차피 스포츠 같은 것도 아닌 애들 놀이자나!'입니다. 그런데 그 져주기 논란 이후 홍진호는 놀라운 글을 자신의 커뮤니티에 적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프로라는 이름을 붙인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게이머다. 그리고 우리 게이머는 누군가에게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연습한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우리는 우리가 주장하는 모습에 우리에 대한 정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진정성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보고 이것이 프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너희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원문) 저희는 누군가에게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대로 붙여버린 "프로"라는 이름과 상관없이 "게이머"이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연습을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약속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홍진호

 

놀랍게도 이는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집니다. 일종의 이런 의미입니다. '그래 너희는 프로다.' (*불필요한 사족을 붙이면) 다른 전통 스포츠나 혹은 '사'자 돌림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속한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 그들이 책임지는 가치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모르겠지만, 너희들도 같다. 프로라는 단어를 사용할 자격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왜 그토록 승부조작에 민감하고 그것을 그토록 싫어했는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이를 단순히 놀이 문화로 치부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스포츠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 신문화는 건전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배경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왜 e스포츠 강국인지 (*혹은 종주국인지) 이 신문화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너희들을 우리가 왜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말씀드리면 그때 홍진호가 없으면 오늘날 우리의 이상혁은 없거나 의미가 미약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저는 지금 그때 자신을 게이머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홍진호를 프로 선수의 위치에 두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프로게이머 대신) 프로 선수라고 말을 한다고 해서 그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학원 선생님이나 석좌 교수나 모두 가르치는 직업으로써 가치는 무엇이 더 높다 말할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그 모두를 단순히 선생님이라고 일통 하는 것보다는 석좌 교수라고 부르는 것이 더 명확하게 누군가들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이 개념의 게이머가 아닌 다른 개념의 게이머(크리에이터, VJ 등)와 단어 혼용 사용 가능성이 존재하는 현재에 들어서는 실로 더 구분하여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스스로 자신을 설명할 때 프로게이머라고 사용을 하든 안 하든 관계가 없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용어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정리해 말씀드리면 홍진호와 이상혁은 같지만, ① 홍진호와 ② 옥냥이나 대도서관은 같은 게이머지만 서로 다른 개념이며, 이는 최소한 명시적으로는 구분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수란 언제든 우리를 대표하는 대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를 대표하는 대표 선수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그 선수가 단순히 그것을 잘하는가 아닌가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기는 것과 지는 것과 관계없이 우리를 대표한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대표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한창 주가를 날리고 있을 때에 우리나라에 그만큼 잘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결과적으로 프로로 데뷔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못했다는 표현이 옳을 수 있습니다. 관점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리와 인성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우리는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이 신 문화의 가치에 그가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대표하는 선수로 그를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 신 문화가 올림픽 가치를 따르느냐 스포츠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화를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에 대한 문제입니다. 홍진호가 주장한 그 고귀한 가치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논란이 있는 그 사람도 게이머이긴 합니다. 싫던 좋던 직업으로 삼는 전문 게이머입니다. 

 

제가 이러한 사례나 경험들을 토대로 설명하는 이유는 교육의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 e스포츠 선수가 무엇인지 모르는 친구들이 막연하게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을 희망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이 너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역사가 깊고, 그 역사를 만들어간 사람들이 그 가치를 지키려고 어떠한 노력을 한 것에 대한 결과인지를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왜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립니까? 우리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할아버지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왜 감동을 받습니까? 왜 우리는 이러한 영화를 보고 재차 나라 사랑에 대한 다짐을 하게 되는 것입니까? 같은 의미입니다. 이 친구들이 프로 선수로써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면 왜 그 가치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까? 우리 아이들에게 이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어떻게 설득하시겠습니까? 이것도 안되는데 심지어 전혀 우리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득권들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적어도 우리는 홍진호의 그 시점부터 그 가치의 연장 선상에 있는 친구들을 전부 구분하여 통칭 '게이머'라는 이름에서 떼어 내어야 할 일종의 의무가 있어 보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편의에 맞게 프로게이머와 프로 e스포츠 선수를 혼용하여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는 그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말 뜻은 즉, 그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혼용하여 사용하기를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구분하여 사용하기를 원하는 것을 우리가 제대로 반영해주지 못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기 때문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이는 게이머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수의 가치를 더욱 명확하게 하고자 함입니다.    

 

이러하기에 오늘날 이러한 주제의 글을 이제 남길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아시안 게임, 올림픽 등과 같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e스포츠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그렇습니다. 우리는 대한체육회로 대변되는 전통 스포츠에서 바라는 고착화된 방식으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해서 이런 명확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여겨집니다. 만약 외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왜 선수에게 더 이상 프로게이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프로 e스포츠 선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지 묻는다면 이 글을 읽은 우리는 아마도 대답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들도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들도 구분하여 용어를 사용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우리의 문화에 대한 정의와 발전에 있어 우리가 학문적 리더십을 가져가게 됩니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그들을 계속 e스포츠 선진국으로써의 배우고 싶은 한국으로 이끌어 올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아직은 이 신문화에 대한 상아탑적 인프라가 없지만, 이 글과 같은 이러한 움직임들이 반드시 그것에 대한 필요를 인지시키고, 이를 배경으로 실현의 길로 우리를 안내하리라 믿습니다.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