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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명예의 전당' 콘텐츠 가이드북

 

우리는 명백히 비이성적인 괴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e스포츠를 메이저 문화로 볼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것입니다. '나라의 발전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개념으로써의 게임은 좋지만, 내 자식이 게임 때문에 공부는 안 하고 또 내 말을 안 듣는 것은 싫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괴리라는 것은 이러한 속내를 둘 다 인정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둘 다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둘다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외면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외면이 생기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내가 (*오히려) 이 산업에 어떠한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때 더 그렇게 됩니다. 그저 일이니까 어떤 식으로든 하긴 하지만 괴리 때문에 본질을 잃어버립니다. 때로는 주변이 아닌 핵심으로 이 산업에 주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이 괴리를 외면합니다. 물론 우리는 사람이기에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e스포츠의 가치는 이를 테면 이런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본다.' 사실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본질을 일부러 놓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러한 설명은 마치 정제되어 보이지 않고 성의도 열의도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그 문제가 아니라 본질에 대한 이해도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내가 e스포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왜 사람들이 e스포츠를 보는지 모르면 e스포츠의 가치가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것으로는 도저히 스스로 납득을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을 (*그렇기 때문에) 계속 질문을 합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e스포츠를 설명해 달라고 또 정의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래서 요청을 받는 담당자는 어쩔수 없이 주변적인 것에 손을 댑니다. 그리고 e스포츠는 이래야 한다고 또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것에 끌려 갑니다. 저는 이러한 괴리를 많이 겪어왔습니다. 제가 e스포츠 대회 및 팀 후원 유치에 열을 올렸던 2010년도 초반에는, 전통 산업의 나이가 지긋한 부장님들이 자꾸 스스로를 납득시키라는 요구 덕에 지쳐갔던 경험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다행히 이러한 분위기들은 작년을 기점으로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콘텐츠 자체로 봐도 그렇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이 변화는 더 선명합니다.

 

우리는 이쯤에서 우리 자신에게 냉정하게 질문해야 합니다. 즉 "우리 나라의 근간 산업 중에 하나인 삼성의 신형 핸드폰을 대체 젊은 친구들이 나올 때마다 왜 계속 사줘야 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전화를 더 잘하고 받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도저히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PC게임을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바일로 젊은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콘텐츠 중 가장 핵심이자 가장 동시대적이고 가장 글로벌적이며 가장 명확한 미래와 재미가 보장되는 콘텐츠는 e스포츠라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이 동시대를 사는 누가 과연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과연 여러분이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한 정의를 이보다 누가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의 가치는 그곳에 임요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임요환을 빛나게 하는 것은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오늘날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냉정하게 볼 때 임요환을 기념해야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오늘의 스타는 그러한 의미로 과거의 스타를 보완합니다. 과거의 스타는 오늘의 영웅 출현이 아무런 배경이 없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가장 명확한 증거를 자기 자신의 존재로써 제시함으로써, 오늘의 스타에 열광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도 없는 많은 선수들을 보유했으며 이는 그 자체가 우리를 증명하는 도구로써 역사 속에 살아 숨쉬는 모든 영웅들을 기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 궁금한 것입니다. 과연 대체 무엇이 임요환을 그곳에 있게 했을까?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은 그러하기 때문에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e스포츠협회나 OGN이 e스포츠를 만들어 나갔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선수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 역사에 기리 남을 무언가를 발명을 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e스포츠는 우리 팬이 있기 때문에, 이 모두가 모여 만들어 나갔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 속에 녹아 있는 하나의 e스포츠 팬을 매우 격렬히 추적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의 e스포츠 소개와 히스토리에 대한 정의는 임요환을 비롯하여 현재 존재하는 모든 e스포츠의 가장 명확한 배경이 되는 것입니다. 임요환이 왜 그토록 인기가 있었는가를 대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임요환이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사진을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그것은 누군가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도 아니고, 멋진 플레이가 나왔던 게임 화면도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극적인 장면에서 놀래 환호성을 치는 관객입니다. 그것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보면서 커뮤니티 창에 채팅을 하는 어떤 시청자입니다. 그것은 게임에서 나오는 캐릭터의 옷을 그대로 따라 만든 옷을 입고 경기장에 방문하는 열성팬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통해서, 사람들을 갇혀있는 괴리에서 해방시키고자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게임이 중독이라는 개념은 틀린 것이라고 동네를 돌며 간헐적으로 교육하는 리터러시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당신의 자녀와 당신을 링크시키려는 시도입니다. 우리는 기틀을 잡는데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여기에 있는 콘텐츠들은 그 표현이 어른들과 언어 학자들이 보기에는 다소 수준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그 수준 낮음 역시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말을 줄여 세체미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냥 세체미지 다른 고급 언어로 대체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원딜이라고 부르고 싶으면 원딜인 것이지, 꼭 봇이 되어야만 하는게 아닙니다. 늘 말씀 드리지만 무슨 개념을 가지고 어떤 구체적 목표 실현하는지를 모르는 것이 항상 더 문제인 것입니다. 옷을 예쁘게 차려입는 거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여기서 과연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오늘 존재 목적과 목표를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명예의 전당 시범 개관과 동시에 전시관에 표현된 주요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북을 작성하여 공개할 수 있는 행운을 주신 한국이스포츠협회, 해당 과업의 주최인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했을 일이지만), 그중 저의 가능성과 적합함을 보시고 기회를 주신 조만수 전 총장님께 특별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 콘텐츠 가이드북은 지난 1년간의 e스포츠 역사에 관한 집중 연구 기록의 종합입니다. 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소유함에 있어 비교적 e스포츠에서 만큼은 볼만한 것이 전무한 인터넷 세상에서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향후 1년간 저는 더 여기에서 근무하면서 여러분을 만날 계획입니다. e스포츠를 진지하게 접근하겠다는 후배님들이 계시다면 제게 찾아와 많은 것을 직접 물어보셔야 합니다. 단 1년만 이곳에 더 있을 계획이고 이 1년이 여러분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보다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는 (*직접 저를 만나기보다는) 많은 교육 프로그램들이 마련될 것으로 믿습니다. 이 과업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담당자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유례가 없는 샘플을 만들 것입니다. 

 

첫날 명예의 전당에 방문한 한 방문객님의 방명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e스포츠를 이보다 더 명확하게 설명한 곳은 없다." 저에게는 매우 뜻깊은 찬사였습니다. 그날은 외국인 방문객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e스포츠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 그것이 결국 우리의 종주국으로써의 위상이자 전문성이요, 자랑인 것입니다. 항상 우리가 e스포츠입니다. 감사합니다.   

 

 

by erdc.kr

구마태

 

※ 2020-04-18 업데이트 : 가이드북은 matthew@erdc.kr 이메일로 요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