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복합 콘텐츠 문화 공간 #2

 

우리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무감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단순히 현재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정말일까요? 정말이라면 무엇이 넘어서는 것일까요?

 

미래를 보여준다는 것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충분히 아름답게 그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래를 포장하는 것은 절대로 속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반대로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는 것은 현재의 아이들에게는 미래의 자신이 감당해야 할 역할을 선택하고 실현되기를 소망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미래는 현재를 사는 우리 아이들을 꿈꾸게 만듭니다. 앞서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모형 로켓에 앉아서 달나라를 탐험하는 상상을 하는 친구들이 미래의 나의 꿈은 과학자라고 말하는 것을 우리는 말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말 실현이 되는 것에 상관없이 격려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환경들은 아이들이 꿈을 계속 키울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자라면서 변화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좀 더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과거에는 의사, 변호사, 과학자, 연예인, 경찰, (심지어) 대통령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직업군은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직업 군들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우리 수 많은 아이들은 오늘도 키자니아를 방문해서 소방관을, 경찰을, 파티시에를, 레이서를, 라디오 DJ를 체험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어 집니다. 우리는 미래에는 많은 현재 직업들이 사라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대부분 없어질 것들을 체험하게 하는 걸까요? 

 

현재의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현재 우리 아이들이 미래 어른이 되었을 때 해야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의 발달이란 우리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이 지금과는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자동차가 출현하면서 마부가 없어진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마부가 없어졌다고 해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추가로 사람들에게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소비합니다. 그래서 소비하기 위한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게 됩니다. 기술의 발달은 콘텐츠의 소비를 가속화시키고 보다 감각적으로 바꾸어 놓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영역은 인간이 할 수밖에 없고, 인간이 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 대한 교육이 아이들에게 미래의 나의 모습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소비하게 될 콘텐츠의 대부분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디지털 콘텐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 콘텐츠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미래에 우리가 소비하게 되는 콘텐츠와 밀접하게 관련된 일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주어야 하며, 또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주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나는 무엇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또 그것을 만들게 되면 사람들이 이것을 어떻게 소비할지를 알려주는 것이 미래 체험의 목적이 됩니다. 예를 들면 1인 미디어(유튜버, 인터넷 VJ 등), 가상현실 게임 개발자와 프로 e스포츠 선수, 디지털 콘서트 프로듀서, 증강 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여행 가이드 콘텐츠 기획자, 3D 프린터기를 활용한 미래형 주거지 크리에이터 등을 보여주기를 희망합니다.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는 희망은 아이를 넘어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선물합니다. 만약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고, 누릴 수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미래를 선물하고자 하지 않을까요? 만약 지금의 현실만을 보면 아이를 가진다는 계획은 좋아 보이는 판단이 아니지만, 미래의 그 아이가 꿈꾸고 살아갈 세상이 아름답다면 아이를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