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e스포츠 역사를 조명하는 목적은 우리가 먼저 우리에게 e스포츠 산업의 가치를 알린다는 차원이 주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또한 e스포츠의 조명할 만한 각 주제에 대한 저의 접근 방식을 공개함으로써, e스포츠 자체에 대해서 무엇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또 학술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옳은지도 우리 산업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접근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요 주제들은 단순히 e스포츠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산업 내외 상황을 전체적으로 반영하는 특징을 지닙니다. 이를 테면 e스포츠를 제3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은 연구자들은 연구를 하면 할수록 e스포츠가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특징들이 당시 e스포츠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인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 사회 속에 속한 한 사람이 여기저기에 있어도 전부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e스포츠 팬이면서, EPL 팬일 수 있고, EPL 팬 및 e스포츠팬인 사람이 또 웹툰 광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사람은 동일 인물로 사회 속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더라도 동일한 특징을 지닙니다. 그래서 소결론은 e스포츠는 시대를 초월한 특별한 문화로 바라볼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한 연구자가 소비자 행동론적 관점에서 '<원정>의 개념에 대한 이해'라는 e스포츠 관련 주제의 논문을 작성하려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연구는 당시 e스포츠의 팬이 e스포츠 콘텐츠를 어디서 어떻게 소비하고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영호와 이제동이 경기가 내정되어 있는 어느 날, 이영호의 팬들이 이제동의 디시인사이드 팬 게시판에 몰려와 이영호가 무조건 이긴다는 글을 약 200개쯤 게시했습니다. 이건 가장 전형적인 우리 문화의 <원정>의 예입니다.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SK텔레콤T1을 상대하는 팀을 응원하는 팬이 이상혁 선수가 실수를 했을 때 <느그형> 또는 더 비하적인 표현을 하는 것도 개념상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e스포츠의 소비자(팬) 행동 패턴을 설명하고자 하여,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면 이 <원정>의 개념은 당시 콘텐츠 관련한 인터넷 문화에 전반적으로 뿌리내린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라이벌 간 아이돌 팬 문화에서도 출현하고 있습니다. HOT와 젝스키스가 가장 전형적인 예입니다. 국내 영국 프리미어 리그 커뮤니티에서 기성용이나 손흥민을 대상으로도 얼마든지 적용할 예가 있습니다.
이렇듯 현대인들에게 응원하는 선수, 가수, 아니 누구든지 간에 그 대상에게 감정 이입되어 인터넷상에서 의지가 표출되는 형태 자체는 사실상 동일합니다. 즉 <원정>이란 단어를 우리만 사용한다 치더라도 그 특징은 적어도 우리 만의 것이 아닌 것으로 확실히 결론 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 행동론적 관점에서 '<원정>의 개념의 이해'라는 연구는 결론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일까요? 역설적으로 보면 <원정>이 우리만의 특징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의미가 더 커집니다. 왜냐하면 돌려 말해 우리 e스포츠가 오히려 시대상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듯 e스포츠가 범시대적이라는 것은 e스포츠를 더 깊이 연구하면 할수록 e스포츠가 당시 시대상을 더 정확히 조명할 수 있는 도구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한 시대, 같은 문화권의 구성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연구하기 위해서 그 당시 전형적인 소비자로 간주되는 e스포츠 팬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은, 그래서 단순히 그 문장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만화, 스포츠 등 당시 수많은 문화가 있는데도 왜 굳이 e스포츠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장점을 알아보면, 첫째 e스포츠는 주요 콘텐츠의 소비 루트는 인터넷입니다. 때문에 e스포츠는 구조적으로 사람이 속한 사회를 반영하는 자료가, 쉽고 빠르게 검색될 수 있는 형태로 아주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로 e스포츠는 본질이 대회(*경기)이기 때문에 매번 펼쳐지는 이야기가 다양하고 뚜렷하며, 엔터테인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즉 팬덤 형성에 유리합니다. 따라서 e스포츠 문화 속에 내재되어 있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것은 당시 시대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샘플임을 의심할 수 없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우리는 그렇다면 이 <원정>이라는 샘플을 조명하는 이유와 그 가치를 대체 무엇과 연결시키기 위함일까요?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의 무언가를 좋아하는가 좋아하지 않는가로, 우리의 존재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원정이란 즉 하나의 가치 요인입니다. 이제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그 가치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잡는다는 것이 곧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그저 하나의 샘플인 <원정>이라는 가치 요인들을 과연 누가 어떻게 잡는지를 알게 되면, 커뮤니티 형성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전통적으로 e스포츠 업계에서는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들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형성 근거가 없이 탄생되어 흥행시킨 예로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대체로 매번 했던 노력들은 커뮤니티라는 것이 단순히 운동장을 만들어 주면 알아서 와서 노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증거 자료로 남았었습니다. 흥행뿐만 아니라 유지(Retention) 역시 (*사람이 노력해서 되는 부분도 있지만) 사람이 열심을 다한다고 되는 게 아닌 부분이 더 많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그동안의 추구했던 일반적인 방법은 무언가 열심을 다해서 찾아서 또 받아서 공유하고, 질문에 대응하고, 관리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인플루언서를 독려하고 하는 것들이었는데, 이러한 노력의 결론은 (*그 처리 방법이 피동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피로도만 가중되게 되었다입니다. 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매번 가치가 있는 것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소비자 유치에 있어 근본적인 자생 가능한 시스템 구축 필요가 있음을 인지시키기에만 충분하였습니다. 즉 예를 들어 op.gg가 페이스북에 올린 특정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요를 많이 받았다고 해도 시스템이 없으면 재방문이 있을 수 없고 결국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와서는 커뮤니티 형성의 요인들을 우리가 인위적으로 통제가 가능한가 아닌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우리는 <원정>과 같은 요인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산업에서의 이벤트는 게임 시작 전에 '누가 이길까요?'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어떤 게임 운영자는 게임 내 콘텐츠에 직접 관여하거나, 만담을 하거나, 같이 던전도 돌기도 하고, 유저의 요청에 의해 보스도 출현시키고, 기타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 커뮤니티도 직접 운영하기도 합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과거에 게임 내 운영자는 되도록이면 노출을 자제하고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매뉴얼대로 응대하고 해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전 프로게이머나 유명 VJ, 또는 현직 해설자가 개인 방송 플랫폼에서 경기 중인 e스포츠 방송을 틀어 시청자와 소통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비교적 콘텐츠 목표가 구체적이지도 또 계획적이지도 않은데 비해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아프리카TV와 같은 곳에서는 그 반응에 주목해 이와 같은 방송 형태를 서비스화해 광고하기도 합니다. 이러함에서 탄생한 스타가 메이저 방송에 등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형태는 콘텐츠 재생산에 좋은 배경이 됩니다. 사람들이 대화를 캡처해서 콘텐츠를 만들거나, 짤방을 만들어 공유해 재소비를 촉진시키며, 이는 무한 반복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지금 우리는 적극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피동적이지 않은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은 (*즉 인위적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우리를 구조화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정리하면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해서 그것을 하고 싶어 지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가 피동적으로 사람들의 필요가 있을 시 그것을 채우는 형태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필요를 예측해 그것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결론입니다. e스포츠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는 것은 e스포츠 관련 자료를 모으고 댓글에 따라 대응을 한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우리 시대의 e스포츠 문화를 소비하는 세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소비하는 방식에 맞는 서비스(*콘테츠)를 찾아서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커뮤니티라는 것은 닷컴으로 끝나는 플랫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그 자체입니다.
그렇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찾는 가치(*콘텐츠)가 어떠한 요인에 근거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연구하여 잘 알아야 합니다. 저는 <원정>만을 예로 들었지만 e스포츠에 이러한 요인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야 하는 이 요인들은 그 특성이 절대로 e스포츠에만 있는 것이 아님도 기억해야 합니다. 서두에도 언급드린 바와 같이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전형적인 한 사람이지, 절대로 e스포츠 커뮤니티에 진입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누군가가 아닙니다. 아니 그러한 누군가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이러한 연구법에 의해서 우리가 찾아낸 근거들을 기술적으로 실현할 때, 우리는 근거가 있게 탄생되는 커뮤니티를 기획할 수 있습니다. 이 기획된 커뮤니티가 그 근거를 정확히 실행하기 위해서, 기술의 도움을 받아 구현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한 웹상의 커뮤니티요, 곧 플랫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by erd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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