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평소라면 반기는 8살 딸이 그날은 무언가를 골똘하게 보느라 제가 집에 온 것도 몰랐습니다. 가만히 옆에 가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아보니 그것은【전설의 레전드】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였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아주 예전에 본 프로그램 같았습니다. 그에 대한 선명한 증명은 영상 자체의 매우 떨어지는 화질이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지아야 그게 뭐니?"
아이가 대답하였습니다.
"전설의 레전드, 너무 웃겨"
다음 날이 되어 일 시작하기 전에 음악을 듣기 위해【Youtube】클릭을 하였습니다. 전일 아이가 보던 그 프로그램 '전설의 레전드'가 본의 아니게 눈에 보였습니다. 눈에 보인 김에 대체 이 영상이 언제 올라온 건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결론을 말씀 드리면 대부분이 2013년입니다. 그 해는 어제 그 영상을 보던 이 아이가 태어난 해였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아이는 짐짓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아빠! 언제 만들어 졌는지 또 얼마나 화질이 좋은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항상 얼마나 웃긴 영상인가야!"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콘텐츠 산업 2019년 결산 및 2020년 전망】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첨언을 하면 개별 의견에 대해서 저와 몇 가지는 생각을 달리 한다고 하더라도 콘텐츠 산업에 관해서는 읽을거리가 전반적으로 적은 이 세계에서 전체적으로 봐도 내용 자체는 준수하다 생각합니다. 그중에 하나 인상적인 내용을 소개하면【뉴트로, 새로운 소비주체의 등장】입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이 인용입니다. ① SBS가 지난 2019년 8월 유튜브에 'SBS KPOP CLASSIC'이라는 채널을 개설하면서 시작된 돌풍. ② 과거 방송되었던 'SBS 인기가요' 영상을 24시간 스트리밍 해주는 이 채널에 젊은 층의 관심이 폭발. ③ 탑골 가요라는 명칭은 해당 채널이 시청자들에 의해【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불리며 탄생. ④ 동시 시청자 수가 수 만 명을 넘는 등 폭발적인 인기. '인기가요' 방송 외로 'TV 가요 20' 방송 채널을 추가.
중요한 것은 이를 '감성 또는 추억팔이' 형태가 아닌 '뉴트로' 즉 재해석을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런 뉴트로 현상은 모든 콘텐츠에 어떤 분명한 적용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인기가요'가 어떤 과거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했다고도 보기 어렵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재 해석 자체의 본래는 뉴트로를 만들어 낸 신 세대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럼 복잡하게 설명을 드리는 것 같아 간단히 쉽게 결론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압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콘텐츠의 본질적 가치는 그것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나 나중에 다시 나올 때나 다 동일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즐기는 방식을 달리 하면 다시 소모되고 일종의 잠을 자고 있던 콘텐츠가 가치가 살아(Revive) 납니다. 그것이 뉴트로 즉 재해석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즐기는 방식을 달리 한다는 것은 세대와 같은 시간적 측면과 그 시간에 맞는 기술이 적용되었을 때 실현된다는 것을 함축합니다. 콘텐츠 가치가 살아난다는 것은 없던 가치가 생긴 것이 아니라 있던 가치가 재 발견(Renewal)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두 가지가 융합(Con-ver-gence)되면 뉴트로가 출현합니다. 여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거기서 또 하나의 규정이 가능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과거] TV 채널(매개) + 방청(*참여) + 엽서(*소통-기술)
[현재] 유튜브(매개) + 채팅(*소통) + 스트리밍(*기술)
간단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만 인문학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이 분야는 아주 좋은 학문적 토대가 됩니다. 더욱이 우리 e스포츠에도 같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 분야 이기에 충분히 활용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제가 e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있을 때 겪은 한 일화를 알려 드리면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한 중학교에서 견학을 왔습니다. 당시 저는 큐레이터였기 때문에 도슨트 프로그램(*전시 안내)을 담당하였습니다.
원장 : "여러분들은 e스포츠를 말 할 때 오버워치나 리그오브레전드를 떠올리시겠지만..."
아이 : "아니요! 스타요!"
원장 : "아 스타2요?"
아이 : "아니요 스타1이요"
원장 : "학생 나이가?"
아이 : "14살이요. (옆에 아이를 가리키면서) 얘도 스타만 봐요!"
물론 저는 지금 'SBS인기가요'의 '스타리그' 판을 제안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뉴트로의 코드에서 우리 e스포츠가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설명드리는 것뿐입니다.
by erdc.kr
구마태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E스포츠의 매력 - 낭중지추, '선수' (0) | 2020.04.20 |
---|---|
게임리뷰 - 전염병 주식회사 (Plague Inc.) (0) | 2020.04.16 |
E스포츠 산업 종사에 대한 긍지 - 강의 안 (*공유) (0) | 2020.04.06 |
E스포츠의 원칙 (0) | 2020.02.23 |
[eRDc] 오프라인 모임 안내! (4) | 2020.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