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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s

2020년 배틀로얄 모바일 e스포츠 전망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와 여행을 가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시간과 비용 대비 가성비 높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또한 남들 다 가는 맛집을 나도 방문하기 위해도 아닙니다. 바로 사랑하는 누군가가 행복한 모습을 보고 그 모습에 나도 행복해지기 위해서입니다. 달리 말하면 여행에 대한 나의 계획이나 나의 지식에 너무 매이게 되면 도리려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는 것이 있게 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 그곳에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저녁에 있어서 한참을 그 레스토랑을 찾는 것에 몰두해 집중해 걸어가고 있었다면, 함께하는 사랑하는 사람이 이미 고된 하루 일정에 지쳐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그 사람을 (*목적을 추구하던 도중) 어느 순간 인지하게 되었을 때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하나는 "좀만 참아, 난 그걸 먹어야 해!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입니다. 그런데 다른 하나도 있습니다. "힘들어? 힘든지 몰랐네! 그럼 우리 그냥 지금부터 우리 눈에 보이는 가장 첫 번째 레스토랑에 들어갈까? 다분히 모험적이지만 아마 한국에서 이곳에 여행 와서 그곳에 가는 사람은 없었을 수도 있음!"  

 

여행을 가는데 그 근본적인 목적을 잃어버린다면 남는 것은 그저 여행을 완수했다는 것 외로는 없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너무 피곤해서 "오늘 저녁 따위는 아무려면 어때!"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늦은 시간 겨우 도착했는데 빈자리가 없어서 밖에 서있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데리고 온 사람은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뭐 먹을까?"라고 물어도 사랑하는 사람은 그저 퉁명한 목소리로 "네가 알아서 시켜"라고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김이 빠지고 갑자기 여행이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생 고생해서 계획한 것 전부를 아무런 문제 없이 해내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행복해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e스포츠는 이와 하나도 다르지 않고 완전히 동일합니다. ① 입이 떡 벌어지는 초대형 대회장 ② 어마어마한 상금과 모인 이 시대 최고의 선수들 ③ 열정으로 가득한 인재로 대회 진행을 아무런 문제 없이 완수해도, 그 e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죄송하지만) 무의미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칭찬을 해도 김이 빠지고 누구에게도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난 이렇게 열심히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왜 날 더 사랑하지 않지?"

 

배틀로얄 장르는 게임 자체는 경쟁화에 적합하고 시청자의 감정 이입적 측면에서 타 장르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그와 여행을 가고 싶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몇 가지 확실한 약점이 있어 최근 몇년간 성공적인 e스포츠화를 이루어 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종목사와 방송사를 불문하고 이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e스포츠 전문가들이 꾸준히 고민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해답을 찾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올해는 선택의 갈림길에 있어 특별히 더 중요한 시기로 보입니다. 세계는 분명 PUBG의 올해 개편에 대한 결과와 이에 기반한 향후 선택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것입니다. 물론 올해 펍지가 매우 분명한 솔루션을 제시했거나 혹은 전혀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IP 사용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 글로벌 최고의 대회 헤게모니만 가져가는 컨셉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형태입니다. 더 나아가면 우리는 추가로 궁금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도 과연 4:4 만 고집할 것인가와 같은 것들 말입니다. 동 장르의 게임들은 분명 앞으로도 펍지가 (*자기들 돈이 아닌) 펍지 돈을 써가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대신 주요한 공부들을 시켜주기를 원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이상하게 들립니다. 누군가 돈을 들여서 아무도 안 가본 여행지의 소개서를 작성해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이제 모바일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는 즉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모바일 게임은 꽤나 이 장르(*배틀로얄)입니다.  <Ironsource>는 새해가 되자 '2020 mobile gaming trends' 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자료에는 ① '2019년 인기 있는 TOP 10 게임'과 ②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게임 TOP 10'을 발표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개의 자료는 그저 우리가 이 분야에 있어서는 알고 싶은 전부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 혹시 한국에서 어떤 모바일 게임이 인기가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아마도 그럴 리가 없습니다. 링크를 통해서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지만 먼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모바일 게임 1위는 <Free Firea (*Garena)>이며 배틀로얄 장르입니다. 추가로 2위는 <PUBG Mobile (*Tencent)> 입니다. 중국지역 1위 역시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  <Game for Peace (*Tecent)>라는 게임으로 <화평정영>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간단하게 여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① '배틀 로얄 장르의 e스포츠는 아직 성공적인 안착을 하지는 못했지만 실패에 대한 경험은 많이 가지고 있다.' ② '배틀 로얄 장르 모바일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도 특히 중국지역에서도 인기가 높다'입니다. 여기에다 '배그 모바일은 아직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지도 못했다'는 말은 굳이 안 해도 될 듯합니다.

 

 

Image Source : NewZoo

 

 

글로벌 게임 마켓 사이즈는 보시는 바와 같이 2021년이 되면 60% 정도가 모바일이 될 전망입니다. 전통적인 형태의 e스포츠에 비해 모바일 e스포츠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지만 모바일 e스포츠가 대세가 되면 모바일 e스포츠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e스포츠라는 단어만 남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더 많이 부르게 되어 당연히 주로 부를 때 그 말(*모바일 e스포츠)이 그 말(*e스포츠)이 되면 굳이 길게 불러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래와 같이) 일전에 제가 남긴 글에도 전해 드린 바와 같이 e스포츠에서는 플랫폼이라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인도네시아의 PC방에서 한 친구가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을 PC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만약 우리 중 누구가 그 사람에게 모바일 게임은 모바일에서 하라고 따질 수 있을까요? PC로 하면 모바일로 게임하는 사람 대비 e스포츠 공정성이 어긋나게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럴 수 없습니다. 이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면 플랫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왜 가는지 그 근본적인 목적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2019/11/29 - [Column] - 기술에 의해 무너지는 플랫폼 간의 경계]

 

기술에 의해 무너지는 플랫폼 간의 경계

얼마 전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문화 혁신포럼' 기조연설의 방시혁 대표는 몇 가지 중요한 지혜를 우리에게 공유하였습니다. 그중에 가장 핵심 되게 살펴보아야 할 내용은 '기술과 인간 (*또는 세상) 사이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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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e스포츠 입장에서는 최근에 발표되는 모든 데이터에 근거하면 사실 좋을 일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PC 시장도 콘솔 시장도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시장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리포트를 보면 PC도 콘솔도 소폭 같이 오릅니다. 세상은 더 많은 PC와 더 많은 콘솔 기기와 더 많은 타이틀과 더 많은 핸드폰이 팔릴 것입니다. 심지어 그뿐 아니라 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스트리밍)도 등장할 것입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타이틀은 PC든 콘솔이든 심지어 모바일이든 절대로 플랫폼(*기기)에 구애받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 뜻은 기존에 우리가 좋아하는 PC 기반의 e스포츠 (*예를 들어 LCK)도 계속 인기가 있고 오히려 더 인기가 있을 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그 외로 모바일 관련 e스포츠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를 항상 이렇게 데이터를 기반해서 이야기를 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E스포츠 산업 자체는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모바일 게임은 인기가 있을 수 있지만 모바일 e스포츠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그러면 여기서  물론 우리는 이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전에 명확한 한 가지와 그에 파생되는 다른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먼저 5G가 활성화되면 인터넷 속도가 무선이라서 유선보다 느리다고 말할 수는 없게 됩니다. 그리고 그(*빠른 인터넷)로 인해 더 이상 PC가 모바일보다 훨씬 고사양의 게임을 할 수 있다가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여전히 최고 사양 PC로는 최고 사양 게임을 하는데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스트리밍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정말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외로도 다른 관점에서의 질문 하나를 더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PC 기반 인기 e스포츠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PC 사양을 필요로 할까요?" 이 질문이 다소 어렵다면 반대로 이렇게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과연 현재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이 화질이 안 좋아서 e스포츠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나요? 지금도 그럴 수 없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은데 앞으로는 더욱더 그리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 미래의 플래그십 모델의 핸드폰의 성능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시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결론은 기술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두 번째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인문학입니다. 우리가 e스포츠 선수의 플레이에서 감동을 얻는 이유는 타고난 재능과 최선을 다한 훈련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고 말할 수 있는) 매우 세련된 플레이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스포츠와 완전히 동일한 것입니다. 스포츠와 동일하다는 의미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아래와 같이 정의해둔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다만 우리는 모두 인문학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세련된 플레이에 감동을 받는다고만 말해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미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모바일 게임에 대해 매우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과연 모바일 게임에서도 섬세한(*delicate)한 플레이가 가능한가? 그런데 사실 이 질문보다 더 본질적인 접근을 위한 질문은 모바일 e스포츠에서 펼쳐지는 선수의 플레이에서 관객들은 동일하게 'delicate'한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부분은 인지과학에서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영역이지만) 저 개인적인 의견을 물으신다면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이를 전혀 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2019/12/24 - [Column] - E스포츠의 스포츠적 가치의 진정한 의미

 

E스포츠의 스포츠적 가치의 진정한 의미

“아빠 1000원만 줘, PC방에 스포츠 하러 가게” 한동안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 단체 가입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올 때면 위의 문구는 늘 보였던 댓글입니다. 단순히 보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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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정말 모바일 e스포츠가 인기가 있는 것일까?" 

 

그래도 우리는 "그렇다면..."이라는 말을 하면서 계속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내에서 모바일 e스포츠의 지표는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시도했던 대표적인 모바일 e스포츠는 베인글로리, 왕자영요(*비서비스 게임), 클래시로얄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2019년도에 들어서 유의미한 지표를 확인하고자 하려 하면 아무것도 위에 인기 있다는 게임과 겹치는 것이 없어 거의 말할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되어 있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제작비>를 받아서 이윤을 남기는 구조가 문제라고 판단합니다. 제작비를 낼 게임 회사의 게임으로만 e스포츠를 만들어 왔던 업계의 전통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제작비를 내는 게임의 리그를 만드는 회사는 적은 비용으로 적당한 수준의 제작을 실현해 이윤을 남깁니다. 그러면 제작비를 내지 않는 게임으로는 수익을 남길 수 없다는 생각에 제작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작 단가는 계속 더 싸게 더 싸게로 치킨 게임으로 갑니다. 그런데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작비를 받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투자의 구조가 있을 수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 와중에 (*글로벌을 커버하는) <Esports Chart>는 한 개 재미있는 자료를 내놓습니다. 그것은 '2020년 1월 가장 인기 있었던 e스포츠 대회'입니다. 3위의 LCS Spring의 TSM과 IMT의 경기를 가뿐히 제친 아래 이미지 맨 상단의 이 대회의 이름은 <Copa America> 입니다. 앞서 인기 게임 랭크에서도 말씀드린 <Free Fire> 게임의 e스포츠입니다. 12개 팀이 참가했고 상금은 35,000불이었습니다. 이 대회의 피크 시청자 수는 200만 명입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감이 안 오실 거 같아 LoL 월드 챔피언십과 비교해보면 월챔이 약 4,400만 명으로 굳이 따지면  4.5% 정도에 해당합니다. 월챔의 4.5% 정말 놀랍지 않으신가요? 그러면 이것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LCK Spring 2020 T1 vs DWG - 현 스프링 최고 시청률 경기 링크에서 확인하 실 수 있는 바와 같이 현재까지 2020 LCK 스프링 최고 시청자 수는 465,000명입니다. <Copa America> 대회가 스프링 가장 인기 LCK 경기의 4배를 가뿐히 넘었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그저 결과로만 두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했던 모바일 게임 대회가 클래시 로얄이던 왕자영요던 그게 무엇이든 적어도 '배틀 로얄 장르에서는 모바일이 전 세계 팬들로부터 인정받았다'입니다. <PUBG Mobile Club Open final in 2019>는 피크 시청자 수가 60만 명으로 이는 작년 대비 11배 높은 수치였다고 합니다. (참고 기사)  동남아는 동남아라서, PC 인프라보다 모바일 인프라가 더 나아서, 핸드폰 안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래서 잘되는 것일까요? '지표가 거짓말을 하거나 모바일 게임은 아니라고 말하는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거나' 항상 답은 둘 중 하나입니다.   

 

 

Image Source : ESPORTS CHARTS

 

 

그러면 우리는 우리에게 정직하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럴까?'

'과연 배틀 로얄 장르를 안 하고 다른 장르의 게임을 해서 그런 걸까?'

'그 이유가 오직 구조적으로 제작비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런 걸까?'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는 과연 팬들이 보기에 재미있는 대회를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류의 항상 본질적인 것을 묻는 질문들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내가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이러한 질문들은 듣는 순간 거의 즉시 상처가 됩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얼마 되지 못해 그 질문을 던지는 대상에 대한 분노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분노는 또 곧바로 자신에 대해 끝도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 만듭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세월이 어떻게 지나가게 되는지도 모르게 되고 정신적으로는 해탈하게 됩니다. 오늘은 분명 살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행복감이 없습니다. "나는 지금 왜 여행을 하고 있지?? 아무도 행복해하는 사람이 없는데..."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이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 주위의 많은 e스포츠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현재 앓고 있는 병입니다. 오늘도 쉼 없이 대회를 치르고 또 방송도 하고 있는데 보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만 들고, 일을 하면 할수록 괴로움만 쌓입니다. 어느 날 이 바닥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늘 마음 한편에 기웃거리게 만드는 그런 이상한 중독성이 아주 강한 병입니다.

 

[넥슨 지난해 매출 2조 6840억 원, 한국 지역 크게 성장 by 게임톡] 혹자는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아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말 그대로라면 국내 시장이 작으면 게임도 한국 지역에서 성장하지 못해야 합니다. [Z세대는 소셜미디어와 비게임 앱으로 게임 동영상 플랫폼인 ‘트위치(Twitch)’를 많이 이용] 이처럼 앞으로 자라나는 디지털 네이티브 아이들은 게임을 하는 것만큼 게임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우리 산업을 기본적으로 그 전 세대보다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전 세대에 비해 게임 이용 시간이 30%가량 적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적은데도 넥슨은 한국 지역에서 크게 성장한 것입니다. 또 혹자는 사실상 중계권료를 발생시킬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엑티비전 블리자드, 유튜브와 3년간 -한화 약 1900억 원- 독점 중계권 판매] 지금 국내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지난해 광고 시장 규모 5조 원 돌파 모바일 광고가 주도]

 

한 가지 사실을 정직히 고백하면 저는 첫 펜을 잡는 순가 "왜 NC는 리니지M으로 e스포츠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한참 써 내려가고 있는 와중에, 여러 선후배님들이 지금 처한 환경과 상황들에 대한 생각이 겹치니 마음이 착잡해서 그 질문을 도저히 못 드리겠습니다. "이건 구조적으로 안 돼, 이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안 돼, 이래서 안돼, 그래서 안돼, 이 방식은 안돼!" 저도 (*우리 산업의 그 누구도) 찾으려면 100가지 안 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진실로 진실로) 기본적으로 우리가 스스로 결심을 달리한다면 여러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처럼 시리도록 아프지만, 서로 간에 이러한 류의 질문을 하고 또 정직히 답변하는 과정이 더욱이 필요하다는 것은 반드시 인지해야 할 듯합니다. 받아 들어야 하는 것을 외면하면 우리만 계속 더 힘들어집니다. 진심을 담아 말씀드리면 이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페이스북에서도 작성해 올려 드린 것처럼 한류 문화라는 올림푸스에는 드라마라는 큰 형과 K팝이라는 큰 언니도 있지만 게임 문화라는 막내도 있습니다. 이 막내가 엔터테인먼트 인간 공주와 사랑에 빠져 결혼해 낳은 쌍둥이 딸이 e스포츠와 게임 크리에이터입니다. 그런데 요즘 같아서는 게임 크리에이터라는 동생은 나름 (*아무 생각 없이)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가진 재능적인 측면이나 성장 환경적인 측면 등등을 생각해 볼 때, 그저 혼자 방 안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언니가 남들 보기에는 전혀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죄송한 건 그 언니가 왜 그렇게 잡다한 생각이 많은지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답답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드리면서 긴 글을 마치면 제가 좋아하는 한 후배님은 어느날 제게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했습니다. 남들은 E스포츠가 잘 나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여기 있는 사람들은 너무 어렵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입니다. 그 앞에서 웃으면서 "그런가?"라고 대답했지만 저는 진실로 묻고 싶었습니다. "너 정말 진짜 E스포츠 곳간 앞에 있었어?"

 

 

by erdc

-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