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장르에 대해서는 지난번 [H1Z1] 이후 두 번째 포스트인 듯합니다. 지난번 포스트에서는 배틀로얄 장르가 이스포츠로써 적합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를 위주로 작성했다고 한다면, ['H1Z1' 전통적인 방식의 경기 형태를 거부하는 e스포츠 종목의 시도에 대한 고찰] 이번 포스트는 (이스포츠로 적합하다는 것을 전재로) 그렇다면 어떻게 제공해야(*서비스) 해야 할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항상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렇게 쓰게 된 거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늘 그렇지만 글이라는 게 제가 쓰고 싶다고 해서 써지는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독자에 따라 일반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으나 아무쪼록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다수가 참여하는 게임, 누구의 화면을 보여줄 것인가?]
배틀로얄 뿐 아니라 모든 1인칭(또는 3인칭) 이스포츠 장르의 오래된 숙제는 '누구의 화면을 언제 잡아서 어디까지 보여주고, 다음 장면으로 전환시킬 것인가'입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현재 CS:GO를 보아도 겨후 타협점을 찾은 수준이지 이상적인 형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 글에서 한번 생각해 볼 예정입니다. 다만 그전에 미리 언급해야 해야 할 것은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MOBA 장르와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비교에 있어서만 그렇다는 뜻이며, 이는 게임 자체의 인기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MOBA 장르가 더 관람적 측면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것이 1인칭 시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MOBA를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더 관람적 측면이 뛰어나다는 것이 이스포츠 인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닙니다.
관람적 측면에 대한 이해를 위해 밀리터리 게임을 예로 들면, 이 장르의 특징 중 하나는 배경의 현실성입니다. 현실은 실제로 복잡합니다. 그래서 배경이 현실적이기 위해서는 결국 현실감을 위한 필요 묘사가 많아야 됩니다. 이는 (현재 상황의 정확한 판단을 위한) 정보 습득 목적의 필수 확인 요소들이 화면 내에서, 다소 복잡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게이머는 화면에서 펼쳐지는 정보에 대하여 단순 오브젝트와 유의미한 오브젝트를 순간적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게이머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이런 방식으로 정보의 습득과 처리 과정을 반복하면서 게임을 진행해 나갑니다. 게이머는 당연히 이 과정에서 큰 문제를 못 느낍니다. 그 이유는 정보의 습득과 처리 과정은 한번 진행되면 추가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한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목적에 따라 필요한 수집 정보가 이후 더 명확해 지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이처럼 배틀로얄 장르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자신의 화면만 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동 경로에 따라서 추가로 습득해야 하는 정보만 처리하면서 나아갑니다. 그리고 한번 처리가 완료되면, 다음 활동 결정과 동시에 매우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를 시청자적 관점에서 보면, 시청자 역시 (원활한 관람을 위해) 이 과정을 반드시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게 됩니다. 만약 'A선수가 B선수의 위치를 어떻게 예측했는지', '혹은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 발견으로 인해서 저 선수에게 킬을 내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떠한 경로로 이동했는지', '어디에 대기하다가 교전을 열었는지',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킬을 내는 모습만 보게 되면 시청자는 받은 정보가 그저 'A선수가 B선수를 킬 했다' 외로는 없게 됩니다. 이는 감정 이입에 대한 이야기로 선수의 플레이를 이해하는 과정이 없으면 결과적으로 선수의 플레이에 감동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게이머에게는 현재 더 이상의 총기 파밍은 필요 없기 때문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총기는 무의미가 될 수 있어서 지나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부터 이 게이머의 화면을 시청하게 되는) 시청자는 바닥 총기를 집을 지 아니면 무엇을 할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화면을 전환 받자 마자 얼마 안되 갑자기 일어나는 적 발견 및 사살(*처음부터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게이머의 대응)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시청자는 상황을 전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눈으로 보지도 못한 적을 향해 게이머는 갑자기 총을 쏘고 있고 그것을 인지하려고 하는 순간 적은 이미 죽어 있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즉 시청자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놓친 것입니다. 이는 무슨 뜻인가 하면 게이머와 동일한 정보를 가지지 못하면 게이머의 현재의 의지를 확인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게이머와 같은 화면을 보고 있어도 봐야 할 것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화면을 소유한 게이머가 죽는 모습을 보는 경우에 더 심각합니다.
특별히 배틀로얄 장르는 일반적으로 맵이 매우 넓고 또 오픈 형태라 교전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다양합니다. 이는 많이 봐도 매번 생소한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참가하는 절대다수의 게이머(*자율 의지로 움직이는)가 많다는 것, 시간에 따라 맵이 유동적으로 변화한다는 것, 차량/건물 등 게임에 영향을 주는 오브젝트가 많다는 점 등은 결과적으로 첫째, (다음에 벌어진) 주요 상황을 매번 예상한다는 것, 둘째, 모든 주요 상황을 동시적으로 다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더욱이 (누군가로 부터 강제로 게임 화면을 전환받아 시청을 강요받게 되는) 콘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순간적으로 받아 들어야 하는 정보가 말도 안 되게 많게 됩니다. 추가로 게임 후반부에 들어와 연속적 또 산발적으로 급박한 교전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화면 전환이 계속 일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러한 문제가 더 가속화됩니다.
인지적 측면에서 그래픽 묘사가 뛰어나다는 것은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시청자의 오브젝트에 대한 '순간적(찰나적)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순간적 직관성'이란 순간적으로 다른 화면으로 전환이 될 때 그 화면에서 보여주는 모든 정보가 인지적 측면에서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시청자)에게 인식되어 처리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픽이 단순하기 않고 세부 묘사가 디테일하면 디테일할수록 당연히 화면 내에 흩어져있는 오브젝트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과정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이는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정보처리에 있어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D보다 3D가 어렵고, 같은 3D라고 해도 카툰 랜더링, 쿼터뷰 시점 등이 더 직관적입니다. 물론 저는 이스포츠화에 있어서 이 요소는 다소 부수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캡처 : '닌자'의 포그나이트 플레이)
두 번째는 킬을 하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희열입니다. 내가 킬 하는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감정이입을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것에 높은 수준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게이머가 킬을 내는 것에 대해 (게이머가 느끼는 수준의) 짜릿함을 제공할 수 있을까? 저는 타 이스포츠 장르보다 (배틀로얄을 위시한 이 장르의) 그 짜릿함에 대한 전달이 약한 이유가 킬을 내는 대상에 비해서 킬을 당하는 대상에 대한 묘사가 적기 때문이라는 판단입니다. 그것이 쿼터뷰 시점에서 상대에게 킬을 뽑아내는 게임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할 때 이는 (위에서 언급드린 바와 같이) 인지적인 문제 같아 보였습니다만, 현재로써는 인지적인 요소라기보다는 표현 구현에 관한 사항 같아 보입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죽는 대상이 어떻게 '파바바박' 얻어맞고 쓰러지게 되었는지를 화면 내에서 보다 명쾌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총을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윤발과 같이 어떻게 맞고 쓰러지는 지를 (다소 과장되게)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청자들은 과연 무엇을 원할까?]
그런데 이러한 사정과는 다르게 스트리머들이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을 방송하는 것과 그것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이 콘텐츠 시청에 대해서 큰 불만은 없어 보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듭니다. 시청자들은 만일 하나의 배틀로얄 경기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주요 교전들을 다 봐야 할 필요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물론 모든 주요 교전들에 대해서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한 상태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할 포인트이지, 처음부터 가능하다면 생각해봐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그것은 아마도 우리 이스포츠 담당자들에게 시청자들이 배틀로얄 장르에서 현재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환경을 추가로 제공해야 할지까지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듯해 보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우승을 응원하는 선수가 어떻게 우승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만 착실하게 알려주면 어떨까?'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걱정합니다. 첫째로, 내가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경기가 종료되면 어떻게 되나? 멍하니 검은 화면을 봐야 하나? 그런데 저는 요즘 재미있는 생각을 합니다. '왜 우리는 경기 화면을 하나만 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집에 모니터가 2개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4개 정도 트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닌데, 한 시청자가 한 4명의 선수 정도는 플레이에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선수에게 (보다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4명도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생각입니다. 2~3명이라면 어떨까요? 그런데 이것은 숫자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선택의 논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만약 시청자들이 시청하고 싶은 화면을 시청자 스스로 고를 수 있게 된다면 배틀로얄 장르를 시청하는 데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 생각을 차치하더라도 왜 우리는 한 선수의 화면이 종료되면 다른 선수들의 화면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혹은 여러 선수들의 화면을 경기 끝까지 돌아가면서 보여주는 게 그 시청자를 끝까지 잡아 둘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케이블 TV와 같은 전통 미디어의 콘텐츠 전송 방식과 지금까지의 이어져온 이스포츠 제작 방식에 우리가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하나의 TV 채널을 통해 하나의 화면 만을 전송해 왔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그 장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도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너무 그것에 치중해서 비단) 일부 역효과가 나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인터넷 스트리밍 시대에 살고 있으며, VR이라는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VR의 시대에서는 선수가 제공하는 화면을 우리가 선택하는 것조차도 매우 수동적인 것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더 적극적으로 (*맵 상으로 들어가서)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선택하게 되는 시대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곧 도래합니다.
두 번째 사항은, 스타크래프트도 상대가 이기거나 내가 이겨야 게임이 끝납니다. 리그오브레전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보인 FPS게임들도 매 일반입니다. 그래서 경기 끝까지 응원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배틀로얄을 다릅니다. CJ엔투스 팀이 경기 초에 몰살을 당해도 게임은 우승팀이 나올 때까지 지속됩니다. 이를 반대로 보면 어쩌면 우리는 시청자가 자신이 응원하지도 않는 팀이 우승하는 것도 보기를 원한다고 그 (*시청자) 필요를 강요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함과 동시에 계속 시청자 개개인의 필요와는 관계없이 우리가 우리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화면들만 계속 편집해서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왔던 기존의 방식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선수에 대해서 잠재적으로 스트리밍을 다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해야 한다면) 중계를 어떻게 다 할 수 있는가?'
'중계하는 사람도 100명 아니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먼저 저러한 시대가 도래하여도 중계라는 방식과 필요에는 변화가 없을 예정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VR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시간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동시점에 모든 곳에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실시간으로 내게 필요한 정보를 듣기를 원하게 됩니다. 귀로 듣고 더 많은 것을 판단하게 됩니다. 더 깊은 상태로 감정이입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결론입니다. (*지금과 같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중계진을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계의 내용을 바꿔야 합니다. 경기중에는 분석보다는 사람들에게 원활한 경기 관람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 선수가 현재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는지, 급변하는 환경이 어떤 선수에게 유리한지 혹은 불리한지를 알려주는 해설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게이머와 해설과 시청자는 반드시 한 화면을 봐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 했을 때 누군가가 킬을 당하거나 내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사람들이 확인할 때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지게 됩니다.
(캡처 : PLG의 PUBS 중계 방송)
많은 사람들은 100명이 참가하는 경기에 대해 100개의 스트리밍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00개의 스트리밍에 전부 해설이 붙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사실이 해설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는 100개의 해설이 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경기에 대한 해설을 하는 사람, 옵저버, 시청자가 반드시 같은 화면을 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경기 중에 해설이 반드시 모든 선수에 대한 모든 전략을 다 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다음 경기가 진행될 때까지 분석 데스크를 운영함으로써 비교적 부수적인 것에 대해서, 인과에 관한 설명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전적으로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지금 저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해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는 그러하기에 또한 질문합니다.
'과연 과거의 이스포츠 형태를 배틀로얄에 억지로 맞추려고 하는 노력이 맞는 건가?'
'배틀로얄은 (오히려) 기존 FPS 장르보다 더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술이 발전하는 것을 우리는 이용하고 있는가?'
관람적 관점에서 한 가지 더 살펴보면, 저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는 실제 게임 플레이와 방송에 송출될 게임 화면이 서로 다른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는 구현 가능한 범위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것을 가정하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해를 위해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는 킬을 내는 장면을 슬로우로 봐도 됩니다. 그 이유는 우리는 게이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킬 이후에 다음 상황을 빠르게 준비를 해야 할 필요 없이 멋진 플레이에 대한 여운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드린) 인지적 측면을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추가로 일부 선수의 의지를 유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트래킹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그러한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시청자는 게이머가 보는 화면의 UI를 꼭 봐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시청자가 필요로 하는 UI를 (그 대신) 재 구성한다면 그것은 대략적으로 유의미한 시도라고 봐야 합니다.
제공자가 모든 정보를 전달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버림으로써 시청자는 오히려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이 시각을 가지고 이스포츠를 보면 화면 내에서 보여줘야 하는 정보가 많다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반대로 장점입니다. 오히려 최신 기술을 통해서 선택 가능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구현하면 할수록 이스포츠로써의 경쟁력은 더 높아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콘텐츠를 통해서라도 더 많은 경험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유하게 되는 경험이 다양하다는 것의 의미는 부가 콘텐츠가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콘텐츠 재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커뮤니티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단순한 예를 말씀드리면 기존의 대다수의 이스포츠는 한게임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하나의 하이라이트 밖에 나올 수 없지만, 배틀로얄은 이러한 의미에 따라 그 범위를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에서 구체적인 예시나 생각들을 전부 표현할 수는 없으나, 종합하자면 배틀로얄은 기존의 이스포츠 표현에 대한 구성의 틀을 깰 때 매우 유의미한 장르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장르의 게임은 향후 이스포츠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업계 종사자의 이스포츠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노력과 개발 없이 신규 게임이 이스포츠에 적합한 기능들이 구현되어 있는 상태로 출시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러한 노력들이 실현되는 것과 그 실현이 된 것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가 출현하는 것, 그리고 그 출현을 바탕으로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전문성을 우리가 확보하는 길입니다. 예상이라는 말도 우습지만 포그나이트는 곧 우리나라에서 대회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게임들도 별반 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이미 자리 잡은 게임들이 이 글로 인해 선행하여 미래를 이끌어 가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PS : 글의 주제와 관련 없이 맵이 좁아지는 것에 대해서 운 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것은 어떤 스포츠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골프도 같은 날 같은 홀에서 공을 친다고 해서 다 같은 바람이 아닙니다. 그라운드(잔디) 사정도 다 다릅니다. 공이 바람에 날려 어디 떨어질지 모르고 어떤 땅에 내려 얼마나 굴러갈지 정확히 몰라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스포츠성으로써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by erdc.kr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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