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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관광과 기억의 관계

가끔 쓰고 싶지 않은 주제가 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글로 '게이미피케이션'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주제가 e스포츠와 딱히 밀접한 관계가 없는 경우 그리한데, 사실 그보다 문제는 이 주제로는 읽을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데 있습니다. 늘 그럴 때면 하늘을 보면서 "대체 이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라고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 대부분은 '그건 네가 알바 없다'는 울림이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들려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주제도 약간이지만 상한 마음과 함께 한참을 삐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글을 쓴다는 것은 메인 직업이 아닌 저에게는 정말 피곤한 일입니다. 심지어 에너지가 남아돌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그 첫 단어를 시작하기가 늘 쉽지 않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세상에 모든 글을 쓰는 분들에게 존경을 표하면서, 여전히 무척이나 쓰고 싶지 않은 이 주제를 지금부터 한번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억과 같은 감성적인 단어를 관광과 같은 비즈니스적인 단어와 상호 연결시키는 것은 보통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제목을 정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처음 이 '관광'이라는 단어를 마주치게 된 것은 한 교수님의 연구를 도울 때 일이었습니다. 연구에는 다양한 주제가 있었는데 저는 이 주제에 만큼은 정중하게 거절하였습니다. "교수님! 관광 분야는 제 전문 영역이 아니라 딱히 드릴 코멘트가 없습니다."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적어 드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과 e스포츠를 어떤 식으로든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개념적으로 어수룩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모든 스타크래프트 대회와 LoL 대회를 봐오면서 자라왔다고 해서 그 누군가가 e스포츠 전문가인 것은 아닙니다. 즉, 마찬가지로 저도 관광 산업 전문가가 아닌데 관광을 언급할 수는 없었습니다. 굳이 따지면 저는 하나 혹은 두 개 정도만 잘 알고 나머지 세상은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수준으로 사는 타입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그 주제에 대해서는 더 고민 없이 가뿐히 무시했다면 무시하고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저는 또 한 계기를 마주합니다. 그것은 #송산문화원구를 방문했을 때 일이었습니다. #송산문화원구는 과거 담배공장이었던 곳을 현대적 감성의 문화 센터로 바꾼 대표적이고 매력적인 관광지입니다. "왜 서울에는 이런 곳이 없을까요? 옛날 건물이 없는 걸까요?" 저는 부인님의 이 질문에 한참을 대답을 못하고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가 쉬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정말 왜 없을까?' 그런데 그 질문을 다시 내게 하는 그때에, 선행해서 답해야 하는 다른 질문이 따로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서울에는 이런 곳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저는 그 즉시 구글 지도를 클릭해서 서울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대만에서는 있는 이러한 장소가 같은 구글이라면 서울에도 분명 표기가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왜 이런 것이 서울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스스로 생각했을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 우리는 모두는 과거를 기억하기를 원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이 긴 역사 속에서 정확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왜 그것이 알고 싶은가라고 한다면, 그것이 오늘날의 나의 존재와 그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가장 명확한 증명이기 때문이다. 

②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나의 존재와 가치의 확인은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과거와 지금의 내가 서로 링크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링크는 다른 한쪽 끝에 서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현대 문화다. 우리는 그래서 반드시 과거의 그 장소에서 현대 문화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저는 이곳이 과거 속에 현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저 쉽게 서울에서는 그런 곳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누군가가 있다 주장 한들, 구글에도 없고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나와 같은 전형적인 서울 사람들이 모르면, 여하튼 무의미이기에 사실 다 같은 뜻일 것입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찍은 사진으로, 보이는 기둥은 결코 아무 스토리가 없습니다. 현재는 아무것도 받치고 있지 않습니다. 당연히 예술적인 감성이 있지도 않습니다. 과거에 여기가 담배공장이었을 때는 아마도 무언가 기능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만 현재는 어떤 쓸모도 없습니다. 깨끗하게 청소하지도 않고 그대도 두었습니다. 비 오면 비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공장에 대한 설명이 이곳 전체를 돌아봐도 아무 데도 없습니다. 공장이 왜 있게 되었는지, 그때 이 공장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왜 우리가 이 공장을 유지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전달하는 아무런 주입식 정보가 없습니다. 그 대신, (*정말) 과거에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고 그 사람들이 이들 선진이었다는 것을 그저 그대로 남겨 두었습니다.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여기는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그런데 그때 알았습니다. 궁금하면 그저 찾으면 될 일입니다.  

 

혼자 한참을 이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앞에 앉은 아내는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이 서대문 형무소였던 것 같습니다. 

 

"왜 서대문 형무소는 구글에서 대표적인 관광지가 아닌 걸까요?"
저는 속으로는 오직 과거만 있고 현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여기처럼 현대 사람들이 즐기는 플리 마켓과 같은 것도 없고, 여기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감수성을 가진 이런 공예품 전시/판매소가 없기 때문인 듯해요."

 

물론 우리는 모두 서대문 형무소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서대문 형무소가 분명히 무언가 메시지를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도 던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곳에 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은 진실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곳에서 과거와 마주하는 현재의 나 자신이 없다면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그저 공허 속의 울림과도 같은 것입니다. 교육적 측면에서 이 21세기의 의미는 20세기와 비교해도 그렇게 접근을 완전히 달리합니다. 

 

저는 여기까지 생각이 진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와 크게 상관없는 이 주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글을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진실로 말씀드리면 '쓴다고 해서 누가 읽겠나'라는 생각이 계속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저는 우연히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그저 페이스북 알림이 있어 열었던 것뿐이었습니다. 3년 전에 찍은 4.19 탑과 기념관에서 당시에 받은 메시지들이 사진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보는 그 순간 이들이 계속 제게 이 주제를 적으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우리는 4.19 탑에서 플리마켓을 열 수 없습니다. 그리고 4.19 탑 기념관에서 공예품이나 특산품을 팔 수도 없습니다. 이곳은 관광객을 위한 장소도 아닙니다. 심지어 조경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방문객이 적은 곳이 아닙니다. 즉 4.19 탑 자체는 기억과는 어울리는 것이 있어도 관광과는 아무것도 어울리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저의 주장을 지원하는 예가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보는 순간 그저 포기해버렸습니다. "아! 적겠습니다." 

 

어찌 보면 마치 동대문 DDP와 같은 것입니다. 만약 제가 동대문 DDP 건물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우리는 과연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겠습니까? 

그곳에 예전 건물이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철거했습니까? "철거했습니다." 

지금 동대문 DDP에는 공예품과 플리마켓 등과 같은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곳입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꺼내면 꺼낼수록 무언가가 계속 서로 안 맞게 됩니다. 이를 다시 한번 맞춰보기 위해 앞으로 돌아가서 '서대문 형무소의 전시 및 운영 콘셉트를 변경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질문에 우리는 아마도 대답을 명확히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 이 글은 형무소 그 존재 자체가 이미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으며, 과거와 현대를 연결시키는 고리에 집중하는 공간을 형성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4.19 탑에도 심지어 동대문 DDP에도 우리에게 모든 것에 대하여 일괄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광과 기억이라는 테마의 해답은 어디에 있습니까? 

 

출처 : #송산문화원구 홈페이지

 

그것은 다름 아닌 #송산 문화 원구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저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바로 보이는 MISSION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끝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누가 읽을지 알 수 없는 이 글을 말입니다.

  

The Park is not designed with a commercial focus,
(이 공원은 상업적인 초점을 맞추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닙니다.)

but rather, its mission is to kindle creativity and innovation and
(도리어, 이 공원의 존재 목적은 창의성과 혁신을 자극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to be in synch with the interdisciplinary developmental trend observed in today’s industries. 
(오늘날 산업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학문 간의 발전 추세와 싱크를 맞추기 위함입니다.)

 

아시다시피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홈페이지에 적힌 이 글에서  #송산문화원구 관계자들이 (*더 나아가 대만 정부가) 나에게 분명히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분명 '영감'입니다.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그것은 분명 어떤 하드웨어를 채워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건물을 유지해야 한다고 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플리마켓을 열자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주입식 정보 전달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 역시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전달해야 하는 바로 그것은 '그곳에서 우리가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과연 어떤 영감을 전달하고자 하는가'하는 그 의도였던 것입니다. 관광과 기억은 그렇게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서두에 기억은 감성, 관광은 비즈니스로 서로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에 기반한 저의 결론은 <관광이란 결국 기억의 비즈니스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여기서 기억이란 과거에 이곳에 대한 지식을 의미합니까? 물론입니다.

 

본격적으로 여기서 기억을 더 엄밀하고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에 대한 지식과 현재 문화에 속한 나와 링크된 '영감'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어떤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 행위를 뭐라 명명해야 합니까? 당연히 관광입니다. 그렇게 결론입니다. 저는 이 과거-현재 링크적 차원에 있어 많은 E스포츠 관광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교수님의 연구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전달해 드리지 못했지만, E스포츠는 아주 좋은 우리의 현재 문화 샘플임은 여전히 분명합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바를 매우 조심스럽게 내려놓습니다. E스포츠 대회와 넥슨 네코제와 같은 행사를 역사적인 장소에서 하면 어떨까 합니다. #송산문화원구 같은 곳에서 내어 놓는 모든 공예품들은 네코제에 비할 바가 못되며, E스포츠의 한국의 위상은 명실공히 합니다. 저는 사람이 죽으면 혼령이 이승을 떠돈다와 같은 것은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순국한 많은 선조들에게 후손이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자리에서 여전히 뛰어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펼쳐 보인다는 것은 시사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주제를 위해 어떤 미션을 가져야 할까요? 

 

By erdc.kr

구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