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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배틀로얄 장르의 관전성에 대한 접근과 이해

배틀 로얄 장르에 대한 글은 어느덧 시리즈화(*3번째)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배틀 그라운드 때문에(*역시 거기서 일하는 친구들의 얼굴이 가끔 떠올라서) 적는 글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펜을 드는 게 심적으로 어려운 주제입니다. 그 이유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계속 건드리는 모양이 될까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는 지혜를 그대로 내려보내지 않으면 제가 좋은 통로가 되지 못하는 것이고 좋은 통로가 되지 못하면 앞으로는 통로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시간을 내서 펜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배틀 로얄이 지금 그런 것 따질 때는 아닙니다. 사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고민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렇게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오늘은 배틀 로열뿐 아니라 FPS 장르 전체적으로 심도 깊게 고민해도 괜찮을 내용이기도 해, 단연코 읽으시면 좋습니다.    

 

[출처 : 배틀 그라운드]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가 보통 시야라고 하면 그것은 사람의 시야를 의미합니다. 사람의 시야라는 것은 사람이 특정 사건에 대한 인지를 위해서 (*다양한 도구 중에 특히) 눈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의도적으로 내가 정보를 습득하고자 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기대하지만) 예상치 못한 정보를 습득당하는 것, 어렵게 써 놨지만 Active(*능동)와 Passive(*수동)입니다. 일전에 제가 말씀드린 바와 같이 게임을 하는 것과 게임을 보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을 간단하게 압축해서 설명하면 이 두 가지, 게임을 하는 것에서는 능동, 게임을 보는 것은 수동입니다. 배틀 로얄 장르에서, 내가 정보를 얻고 싶어서, 나 스스로 확인할 화면을 결정하는 것은 능동입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그 사람의 의지대로 확인하는 것을, 보고 인지하는 것은 수동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분석하고 (*실제 제작에) 적용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의 본질적 차이를 알기 위해서 잠시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세계인 현실 세계에서 서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먼저 특별히 전통 스포츠를 우리가 TV 등의 화면으로 소비하는 것은, 상품을 디지털화하여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설명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디지털 장비로 실제 경기를 촬영을 한 후 우리의 디바이스에 그 영상 자료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따라서 선수들의 이마에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는 이상 선수 개인 1인칭의 시점을 처음부터 아예 볼 수 없습니다. 이는 골이 터지는 장면을 우리는 늘 전지적 시점에서 확인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합니다. "전지적 시점으로 축구를 확인해도 재미가 있나요?" 답은 "그렇습니다."입니다. 축구는 전지적 시점으로 봐도 (*반박의 여지없이) 재미있습니다.

 

방송으로 전해지기 이전에 경기라는 상품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기장에 방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보는 모든 경기를 온전한 형태의 전지적 시점이라고 말할 수 없으나, 경기장 관람 좌석이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는 형태로 왜 구성되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적어도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를 반대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우리는 (*축구 경기 내) 선수의 1인칭 시점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볼 수 없기 때문에) 1인칭 시점이 (*전지적 시점 보다) 더 재미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메시의 시점으로 골을 넣는 장면이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선사하는지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을 해봐도 우리는 질문과 대답은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축구를 전지적 시점으로 봐도 재미있습니까?" 실제가 있기 때문에(*즉 재미 있기 때문에) 항상 반박의 여지가 없는 이 내용은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해도 동일한 대답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축구를 예로 들고 있지만 전지적 시점을 추구하지 않는 전통 스포츠는 결국 없습니다. 굳이 따지면 '온전한 전지적'이라는 의미는 완전한 신이 되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봅슬레이나 스키 등과 같은 스포츠는 (*신이 아닐 경우) 경기를 치르는 구조상 모든 것을 확인하는데 그 한계가 분명합니다. 사람이 헬리콥터를 타고 경기장 상부로 날아올라 경기하는 장면을 보지 않는 이상 결국 (*아래에서는) 일부밖에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추가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방송은 이런 부분을 차라리 보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몇몇 스포츠에서는 방송이 실제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 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데에 큰 이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굳이 분석하자면, 우리는 1인칭이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었는지 (*전통 스포츠를 통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으며, 반대로 보다 더 전지적 시점을 추구하는 것은 항상 가치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전지적 시점을 추구했을까라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이유에서 1인칭을 시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 아닌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이 확인이 중요할까요? 그 이유는 배틀 로얄 장르와 같은 FPS게임에서 1인칭 시점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보다 본질적으로 또 심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저는 인간이 정보를 얻는 방식에 기인한다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간의 인지란 Active(*능동) 일 때는 (*내 눈의 시야가 주도적인) 1인칭 시점으로 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Passive(*수동) 일 때는 (*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어떤 작용하는지 확인하기 유리한) 전지적 시점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는 어떤 축구 선수가 분명 경기장 한복판에서 1인칭 시점으로 경기를 하고 있는데 마치 전지적 시점으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게임을 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부터 간단하게 증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우측으로 돌파하다가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를 장면을 가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아! 우측에 있는 우리 편 선수에게 그전에(*공을 뺏기기 전에) 미리 패스를 했어야지!!"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그러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실제로 손흥민 선수가 그러한 판단을 그 시점에서 할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와 별개로 (*손흥민 선수가 그때 그 정보를 인지 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그 정보를 인지한다는 점에 착안합니다. 그러면 질문드립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패스를 해야 한다는 정보는 알게 되셨나요? 그 정보를 인지하게 된 것이 게임을 보는 결정적인 재미로 시청자인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이 확실한가요?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요?

 

[출처 : 네이버 스포츠]

 

게임을 한다는 것은 내가 수집한 정보에 의해 내가 판단한 결과를 내가 책임지는 행위에서 오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오는 어떤 재미가 있는가를 물으셔야 하는데, 그 대답은 모두가 공평하게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제약(*시야, 시간, 기타 게임이 제한한 제약 등)에서 내가 타인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하게 되어 목표를 달성(*이기는 것)하는 것에서 오는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게임이 재미있다, 더 게임을 잘한다는 말을 할 때는 여기서 전혀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재미는 관객의 재미와는 구별됩니다. 구별된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별개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테면 플레이어가 펼치는 멋진 플레이를 나는 펼치지 못하지만 펼치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플레이어가 직접 실현해서 느끼는 재미와는 ('*슈퍼 플레이'라는 그 이름은 동일하지만) 구별되어 이해되게 됩니다. 정리하면 플레이어는 슈퍼 플레이의 성취에서 오는 즐거움이 중심이고, 관객은 그 슈퍼 플레이가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에서 오는 희열입니다. 그런데 기억해야 하는 것은 절대로 이것이 다른 무언가가 아닙니다. 같은 슈퍼 플레이입니다. 이 '슈퍼 플레이'는 2가지가 공존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성취에 대한 즐거움의 대외적 표현을 1인칭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오늘 치킨 먹은 장면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촬영 후 편집하여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누군가 보고 감명을 받아 좋아요를 눌러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경기에서 이러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별히 배틀 로얄 장르에서는 더욱더 그리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빠른 화면 전환을 하게 됩니다. 목표는 중요한 장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중요한 장면도 사실상 많이 놓치고 또 슈퍼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합니다. 왜냐하면 일전 포스트에서도 설명드린 바와 같이 인간의 인지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1인칭으로 전환될 때 우리(*시청자)는 가진 정보다 너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과 가진 리소스 대비 판단 과정을 정확히 인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것입니다. 축구 선수의 1인칭 시점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그 1인칭 시점을 활용할 것인가? 그것은 분명 1인칭 시점에서 주는 감동이 전지적 시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카메라의 각각의 각도에서 촬영된 장면이 주는 감동보다 더 커야 자주 활용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혹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1인칭 시점도 전지적 시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카메라의 각각의 각도 중에 하나이다.' 저는 조심스럽게 이 아이디어를 여러분들에게 피력하고 싶습니다. FPS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재미를 그대로 관객에게 접목시키려는 시도에서 슈퍼 플레이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시라는 의미입니다. 보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누구와 누구가 어떠한 환경에서 서로 교전이 일어났고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였는지를 먼저 전지적 시점으로 보여주고, "와~~ 소리를 들은 후에" 그다음 하이라이트로 1인칭 장면을 편집해서 한 번 더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치 전통 스포츠인 축구에서 전지적 시점에서 골이 터진 이후에 여러 대의 카메라로 하이라이트를 편집해서 다시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관점에서 처음부터 전지적 시점(*쿼터뷰 시점)으로 탄생한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전통 스포츠와 많이 다릅니다. 그 이유는 플레이어의 경험과 플레이어를 바라보는 관객의 경험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슈퍼 플레이'에 있어 앞에서 말씀드린 플레이어와 관객의 경험이 서로 다르지 않고 일치합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왜 그런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아무도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하지 않습니다. (*1인칭으로 게임을 보지 않는다는 의미) 그래서 게임을 하는 사람과 게임을 보는 사람이 서로 정보를 얻는 방식이 동일합니다. 정보를 얻는 방식이 동일하다는 의미는 같은 순간 가진 정보가 서로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든 안 하든 정보가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무슨 뜻인가 하면 인지에 대해 Active(*능동)와 Passive(*수동)의 구분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통 스포츠와 다릅니다. 축구를 하는 사람의 희열과 축구를 보는 사람의 희열은 구분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은 사실상 같은 희열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혹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말씀드리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원래 게임에서 제공하는 한 개의 장면만 계속 보여줘도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배틀 로얄 장르는 전통 스포츠와 흡사합니다.) 

 

[출처 : 배틀 그라운드]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에서 오는 재미와 게임을 보는 것에서 오는 재미는 다릅니다. 그 이유는 인지 때문인데, 왜 인지에서 차이가 있는가 하면 그것은 능동이냐 수동이냐에 따라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게임(*리그 오브 레전드)은 능동이냐 수동이냐와 관련 없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 거의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전통 스포츠와 매우 다른 점입니다. 배틀 로얄로 대변되는 FPS게임은 태생이 플레이어의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플레이어의 시점을 실제 플레이를 하는 대상에 고정합니다. 즉, 정말 나라는 사람이 실제는 아니지만 게임 내에서 실제와 같은 전쟁터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과 같은 매우 비슷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 탄생한 게임입니다. 즉, 전통 스포츠의 예인 축구로 따지면 경기장 내 축구 선수와 같은 경험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경우에는 같은 재미이지만 요소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게 되고 하나는 플레이어를 위해서 또 하나는 관객을 위해서입니다. 플레이어를 위해서는 성취의 개념이고 관객을 위해서는 슈퍼 플레이를 눈으로 확인함으로 오는 전율(*카타르시스)입니다. 

 

우리는 두 번째에 집중합니다. 저는 결론적으로 '1인칭'은 경험을 전달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시점 중에 하나로 판단합니다. 축구 선수의 1인칭을 수집할 수 없어 1인칭 시점의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해서 내보내지는 않지만, 1인칭이 없어도 충분히 '슈퍼 플레이'로부터 오는 전율을 전달하고 있다면, 우리는 FPS 장르 관전에 있어서도 1인칭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반드시 재 조명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추가로 1인칭이 주는 정보의 한계에 대해서는 이미 거론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전통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를 테면 한게임에 참가하는 22명의 축구 선수의 1인칭 시점을 이 선수 저 선수 옮긴다고 했을 때 과연 FPS 게임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동일한 결론이 나지 않을까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전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훨씬 나을 것이 분명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는 FPS 게임일수록 더 전지적 시점에서 주는 경험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지적 시점에서 지금보다 더 격렬하게 슈퍼 플레이가 펼쳐지는 그림을 그린다면 전통 스포츠의 관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고 또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게임과도 거의 맞먹는 수준의 경험을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by erdc.kr